국립중앙박물관 2층 기증관에는 '이우치실(井內室)'이 있다. 1987년 일본인 내과 의사 이우치 이사오(井內功·1911~1992·사진)가 기증한 한국 와전(瓦塼) 1082점이 모여 있다. 선생은 소학교 4학년 때 숙부가 경주에 갔다가 선물로 사다준 기와 조각을 계기로 한국 와전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1964년 그는 일제강점기 일본인 와전 수집가였던 이토 쇼베(伊藤庄兵衛)가 모은 것을 일괄 사들이면서 본격적으로 수집을 시작했다. 아들과 함께 한국을 60여 차례 오가며 와전을 모았다. 일본 효고현 자택에 '이우치고문화연구실'을 세우고 중요 작품 2229점과 연구 논문을 담은 '조선와전도보(전7권·1981년 완간)'를 펴냈다.

한국 전통 기와와 벽돌에 대한 그의 사랑은 수집품을 한국에 돌려주는 결단으로 이어졌다. '조선와전도보'에 수록된 와전의 절반을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한 것. 당시 인수 실무를 맡았던 김성구 전 국립경주박물관장은 "선생은 한국의 것은 한국에 돌려주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기증을 결심한 것"이라고 했다. 2005년에는 유창종 변호사가 나머지 절반을 포함한 1296점을 아들 이우치 기요시로부터 구입한 후 유금와당박물관을 설립했다. 이로써 '조선와전도보'에 수록된 주요 와전이 모두 한국으로 돌아오게 됐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사장 안휘준)은 '돌아온 문화재 총서'의 세 번째 단행본으로 '돌아온 와전-이우치 컬렉션'을 출간했다. 이우치 컬렉션의 현황과 수집 경위, 귀환 여정, 학술적 가치 등을 담았다. 재단은 "발간을 위한 현지 조사에서 '조선와전도보'에 수록되지 않은 기와 조각 등 이우치 컬렉션 2700여점을 추가로 확인했다. 현재 일본 나라현 데즈카야마대학 부속박물관에 소장돼 있다"고 했다.

이우치 컬렉션에는 삼국시대부터 근현대에 이르는 시대별 와전이 망라돼 있다. 특히 국내에서 보기 드문 고구려 기와들은 연구자에게 귀한 자료다. 단행본 출간에 맞춰 서울 부암동 유금와당박물관에서 10일부터 내년 7월 16일까지 열리는 '돌아온 와전 이우치 컬렉션'전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유금와당박물관이 소장한 기와·벽돌 등 165점이 나왔다. 고구려 '연화(蓮花)·인면문(人面文) 수막새'를 놓치지 마시길. 반원형 눈썹에 긴 코, 수북한 수염에 싸여 입을 벌리고 있는 사람 얼굴이 흥미롭다. 사람 얼굴과 연꽃무늬가 함께 있는 유일한 수막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