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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미술 속 도시, 도시 속 미술’전시, ‘유홍준’ 교수 특별강연이 열렸다. 이날 유 교수는 김광국의 화첩(畫帖)인 ‘석농화원’과 조선후기 회화 수집, 중인층까지 확산된 예술 애호 풍조 등에 대해 설명했다.ⓒ천지일보(뉴스천지) 서화수장가 김광국, 김홍도 등 화가 그림 비평  한국뿐 아니라 중국·일본·러시아 그림도 실려  사라진 전설의 화첩… 200년 만에 세상 공개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석공공석도(石工攻石圖)’는 윤두서가 장난삼아 그린 것으로 세속에서 일컫는 속화이다. 자못 형사(形似)를 얻었으나, 조영석의 그림과 비교하면 오히려 한 수 아래다.” (윤두서의 ‘석공공석도’에 쓴 김광국의 화제)  “이것은 김홍도의 ‘군선도’이다. 그의 화법을 세상에서 많이 칭송하지만 감상가들이 간혹 취하지 않는 이유는 남종화에 이런 필법이 없기 때문이다. (생략) 보는 자들은 화법이 북종화에 가깝다고 하여 소홀히 여겨선 안 될 것이다.” (김홍도의 ‘군선도’에 쓴 김광국의 화제) 이는 석농(石農) 김광국(金光國, 1727∼1797)이 화첩인 석농화원에 기록한 당대 화가 그림에 대한 비평의 글이다. 그는 조선 후기 최대의 서화수장가다. 그의 전설의 화첩인 석농화원은 그동안 전모를 파악할 수 없었다.  그러던 중 200년 만에 세상에 드러났고, 한국미술사학계는 그야말로 발칵 뒤집혔다. 조선 후기 최고의 회화 컬렉션의 실체가 드러났기 때문. 서화 소장가인 김광국은 누구이며, 석농화원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있는 걸까.      ▲ 김광국 석농화원 中 ‘윤두서 석공공석도’ (출처: 서적 김광국 석농화원) ◆김광국 ‘석농화원’이란  조선의 르네상스시대라 불리는 영조·정조시대. 김광국은 그 시대를 살며 김홍도, 심사정, 정선과 같은 조선을 대표하는 화가와 어울리고, 박지원, 박제가 등 명사들과 교유하며 일세를 풍미한 서화수장가였다.  미술사가 유홍준 교수에 따르면 김광국은 10대 때부터 서화를 수집했는데, 그림을 그저 수집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림마다 자신 혹은 자신과 어울린 이들이 쓴 화제나 화평을 달아 격을 높였다. 이는 조선시대 화론이라 할 수 있는 수준 높은 비평이고 해설이었다. 또 김광국 본인은 물론, 박지원, 이광사, 강세황, 김광수 와 같은 당대의 명사들이 글을 지었고, 이를 또 박제가, 유한지, 이한진 등이 글씨를 써서 그림에 곁들였다. 김광국은 노년에 들어서는 평생 모은 작품을 정리해 화첩으로 꾸미기 시작했다. ‘석농화원’은 그렇게 탄생했다.  18세기 후반을 대표하는 문인들 수십 명이 화첩 하나의 탄생에 힘을 보탰던 것. 그러나 석농화원은 오래전에 흩어져 그 전모를 파악할 도리가 없었다.  그러다 2013년 석농화원이 실린 작품의 목록, 화가 이름, 화제와 화평 전문 등이 상세히 담긴 육필본 ‘석농화원’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곳곳에 먹으로 지운 흔적도 있고, 붉은 글씨로 교정 본 흔적도 고스란히 남아 있는 이 낡은 책 한권은 한국미술사학계를 뒤흔들었다. 육필본에 따르면, 화첩 석농화원은 1784년부터 1796년에 걸쳐 총 10권으로 성첩됐으며, 우리나라 화가 101명, 중국 화가 28명의 작품을 포함해 총 267폭의 그림이 수록돼 있다. 화평의 내용 역시 조선시대 회화비평의 높은 수준을 보여주는 것이다.      ▲ 김광국 석농화원 中 ‘김홍도 군선도’ (출처: 서적 김광국 석농화원) ◆외국 그림의 견문과 화평  연암 박지원이 써준 서문에는 김광국이 자신보다 일찍 북경에 들러 서양의 그림을 접했음을 알려주는 내용이 있다. 실제로 김광국의 관심은 조선뿐만 아니라, 중국은 물론 지구 반대편에 있는 서양에까지 미쳤다.  “갑자기 보면 단지 거미줄 같고, 자세히 보면 또 파리똥 같은데, 현미경을 가지고 살펴보면 곧장 사람으로 하여금 기이하다 소리치게 만든다. 아까 거미줄로 본 것은 바로 천백의 계선이고, 아까 파리똥으로 본 것은 바로 천백의 물상이니, 아 신묘하도다. 기술이 여기까지 이르렀는가.” 김광국은 서양의 동판화를 보고 그 세밀한 묘사에 찬탄을 금치 못했다. 그는 누구보다 그의 감성에 솔직한 사람이었다. 이외에도 화첩에는 중국 그림 37폭, 일본 그림 2폭, 유구 그림 1폭, 러시아 그림 1폭, 서양 그림 3폭이 실려 있었다.  유 교수는 “석농화원 작품에 실린 우리 화가들의 면면을 보면 고려 말기부터 조선 후기에 이르는 400년간의 유명한 화가를 총망라하고 있다”며 “화첩 ‘석농화원’은 실제 작품들로 구성된 조선시대 회화사 도록과 다름없었던 셈”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