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격하게 외로워야 한다>

김정운은 외롭다.

잘 다니던 명지대 교수직을 성급하게 사표를 냈기 때문이다. 반면 용기가 없어서 명퇴하지 못하는 나다. 그가 부럽기도 하다. 그 순간 친구를 제외한 모든 인맥이 사라졌다.

 

그는 이론대로 50세 이후의 새 삶을 위해 일본에 가서 새로운 회화를 공부했다.

원래 그는 일본을 좋아했다. 깨끗한 거리, 조용한 신사, 검소한 시민들... 그런 일본은 관광수입으로만 먹고사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는 우리나라에 없던 여가라는 개념을 만든 장본인이다. 그는 일본을 ‘고독순응사회’라고 보고 있다. 한국에서는 고독해서는 안된다고 보고 있다. 소외되지 않기 위해 남들 경조사에 쫓아다닌 다는 것이다. ‘고독저항사회’다.

수용소나 정신병원의 삶이 고통스러운 이유는 무대뒤 배후공간이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란다. 내가 30년전에 본 인류학자 에드워드 T 홀의 친밀한 거리, 개인적 거리, 사회적 거리, 공적 거리가 아직도 적용되고 있다.

‘1.3미터’

 

전문가의 의무는 어려운 이야기를 쉽게 해주는데 있다. 나폴레옹3세는 1853년 오스만 남작에게 파리의 총체적 도시계획을 맡겼다. 가로수길 양편에 상점과 카페, 식당들이 들어선 것이다.

재능이나 성격도 다 운이다.

 

고령화사회의 근본문제는 연금이 아니다. 은퇴한 이들의 ‘아이덴티티’이다. 자신의 사회적 존재를 확인할 방법을 상실한 이들에게 남겨진 30여년의 시간은 불안 그 자체이다.

 

접근동기는 상상력을 자극하고, 회피동기는 일을 치밀하게 한다. 치밀함과 정확성을 요구하는 일은 회피동기를 자극해야 한다.

김정운과 내겐 공통점이 있다. 박인환이 실제로 어설픈 유행추종자로 보이더라도 김수영의 현실적인 시보다 박인환의 가슴시린 주옥같은 시어가 더 아름답다는 점이다.

 

한국사회는 집단기옥이 너무 파편화되어 한 국가의 구성원이 공유할 수 있는 역사내러티브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듯하다고 한다. 그러나 아무리 의견이 달라도 ‘함께 산다’는 공동체적 전제가 사라지면 안된다. 그것을 위기로 본다. 더 큰 문제는 각각의 집단기억이 갖는 정서적 내용이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분노’다.

분노의 대안은 ‘고마움’과 ‘감사함’이다.

가족이 함께 사는 것은 어려운 시절을 함께 견뎌준 서로에 대한 고마움 때문이다.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