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흥(59) 전 합참 전비태세검열차장은 거수경례를 했다. 군복을 벗은 지 4년이 넘었는데도. 그는 '대청해전'(2009년)과 넉 달 뒤 '천안함 사건'(2010년)을 감찰한 장군이었다.

그런 그가 군 수뇌부의 행태에 칼을 들이댄 '나비와 천안함'을 출간했다. '사건의 진실과 거짓, 그리고 반성과 교훈'이라는 부제(副題)를 달고 있다.

"현역 시절 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가택 수색과 군(軍) 검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 내가 진급 못 한 분풀이로 책을 썼을 거라는 말도 들었다. 주위에서 등을 돌릴 거라고도 했다. 많은 고민을 했다. 그래도 누군가는 기록을 남겨야 한다고 생각했다. 역사(歷史)는 기억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똑같은 역사를 반복해 응징한다고 했다."

세상 사람들은 군 작전이 어떻게 진행됐는지 알 수 없다. 군이 대외적으로 발표하는 대로 믿을 뿐이다. 놀랍게도 그의 책은 이렇게 폭로했다.

'우리 해군의 승전(勝戰)으로 포장된 대청해전은 교전규칙을 지키지 않은 과잉 대응이었고, 천안함 사건은 '우연'이 아니라 이런 대청해전의 '필연'이었다. 천안함의 불행은 우리가 소홀히 했던 이런 대청해전에 대한 북한의 보복이었다.'

2009년 11월 10일, 우리 해군과 대청도 해상 남쪽으로 침범한 북 경비정의 교전이 긴급보도됐다. 북 경비정이 먼저 우리 고속정을 향해 50발 조준 사격을 해왔을 때 신속한 대응사격으로 2분 만에 북 경비정을 반파(半破)시켰다. 우리 측 사상자가 전혀 없는 완벽한 승전 소식에 국민은 열광했다.

―이 대청해전이 천안함 사건과 인과(因果)관계가 있다는 뜻인가?

"그렇다. 다음 날 아침 국방장관이 '해도 너무했어. 어떻게 6대1로 묵사발을 만들어. 북 경비정 한 척이 50발을 쐈는데 우리 쪽에서는 5000발을 쐈어. 과잉 대응을 했는지 교전규칙을 지켰는지 확실히 알아봐'라고 지시해, 제2함대사령부로 조사를 나가게 됐다."

―'해도 너무했다'는 말은?

"해군작전지휘통제시스템으로 교전(交戰) 동영상을 봤다. 북 경비정은 NLL(북방한계선) 상에서 중국 어선을 내쫓기 위해 우리 영해를 침범한 것이었다. 의도적 도발이 아니었다. 경고 방송에 북한 해역으로 복귀하는 뒤통수에 대고 3발 경고사격을 하자 북 경비정이 반격한 것이다. 이에 우리 고속정 4척과 초계함, 호위함까지 가세해 76㎜ 함포 14발 등 모두 5000여발을 퍼부었다. 이미 완전히 북한 해역으로 들어갔는데도 사격이 계속됐다."

―'북한이 도발하면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는 게 여론인데?

"도발에 상응하는 비례성과 필요성을 지켜 대응해야 한다. 전쟁은 마지막 수단이지, '한판 붙자'는 식으로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과잉 대응으로 확전으로 치닫거나 국가이익에 손해를 끼쳐서는 안 된다. 그때 북한군 8명이 숨졌다. 이들의 목숨은 소중하지 않나. 그 부모 형제들도 한없이 눈물 흘렸을 것이다."

―군(軍)이 눈치 보고 멈칫거리는 게 더 문제가 아닌가?

"그렇다 해도 무자비한 살상이 돼서는 안 된다. 전쟁터에서도 아무 때나 아무렇게나 적을 죽여선 안 되는 것이다. 맥아더 장군은 '적군이라도 약자와 비무장한 자는 보호해줘야 한다'고 했다."

―이를 문제 삼으면 군의 사기 문제가 발생하지 않나?

"교전규칙을 어긴 관련자는 문책해야 한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합참의장은 승리에 너무 도취돼 이를 '대청해전'으로 명명했고, 작전지휘계선에서 조금이라도 관련 있는 이들은 모두 훈·포장을 원했다. 심지어 제2함대사령관과 해군작전사령관까지 포함시키려고 했다."

―'천안함의 불행은 우리가 소홀히 했던 대청해전에 대한 보복'이라고 했는데?

"과대 포장된 작은 승리가 큰 환난(患難)을 가져올 것이라고 봤다. 이를 예측하고도 제대로 대응 못 했다. 그게 한스럽다."

―천안함 사건이 예측됐다는 뜻인가?

"그 직후 합참의장에게 '북한이 해안포(砲)로 분명히 보복할 것' 이라고 보고했다. 배석한 다른 검열관이 '북 잠수함의 3분의 1이 서해안에 있다. 그런데도 해군은 서해안에서는 북 잠수함의 작전이 어렵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을 때, 합참의장은 '북한이 잠수함으로 공격해오면 대응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해 12월 31일 합참의장 주재로 '북 잠수함에 의한 도발 가능성과 대응'에 관한 전술토의까지 있었다."

―처음 '천안함 사건'(2010년 3월 26일)을 접했을 때 북측 소행이라고 직감했나?

"나는 '올 것이 왔구나' 하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다음 날 아침 2함대사령부로 조사하러 가보니 이미 해군들은 '북 어뢰에 맞았다'는 얘기를 하고 있었다. 천안함 생존자들의 입에서도 그런 말이 나왔고, '두 동강 난 천안함' 영상을 봤을 때 결론은 잠수함 어뢰 공격이었다. 그 해역에는 암초가 없고, 수심이 42m여서 기뢰 폭발로는 그렇게 두 동강 낼 수 없었다."

―해군에서는 '북 어뢰 공격'이라는 말이 나왔는데, 왜 당시 청와대에서는 '북한과 관련된 게 없다'고 부인했을까?

"내가 첫 조사를 마친 뒤 '어뢰 공격'을 보고하니, 국방장관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서 '정치적 고려를 할 수도 있으니 어디에도 그 보고서를 주지 말라'고 했다."

―청와대에서는 '북 어뢰 공격'이 아니길 바랐다는 뜻인가?

"그런 분위기가 있었던 것 같다. 당시 남북한 정상회담을 위해 비밀 접촉이 있었던 시기였다."

―적의 기습이 있을 것을 뻔히 알고도 왜 천안함이 당했다고 보나?

"대청해전 뒤 북한의 보복을 피하기 위해 적 해안포나 미사일 레이더로부터 안전한 '음영(陰影)구역'을 설정했다. 백령도 뒤쪽이 그런 구역이었다. 천안함은 그 안에서만 움직이며 경비 임무를 했다. 장기간 같은 위치에 있으니 잠수함의 표적이 될 수밖에 없었다. 스스로 독 안에 갇힌 격이었다."

―잠수함 공격에 대한 대응을 전술토의 했다고 하지 않았나?

"토의만 했지, 실제 작전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천안함 사건 발생 사흘 전 북 잠수함 3척이 사라졌다. 이를 북한의 일상적인 훈련으로 여겼다. 사건 당일 합참 정보부서는 전투 휴무라며 '일일 정보 요약 보고서'조차 예하부대에 내려주지 않았다."

―이번 책에는 천안함 함장이 "도수가 맞지도 않는 안경을 주고 협소하고도 깜깜한 방에 가둬놓고 아무런 정보도 주지 않은 채 움직이는 바늘(어뢰)을 찾으라고 하면 어떻게 찾을 수 있나"라는 진술도 소개돼 있는데?

"안경은 어뢰탐지기, 깜깜한 방은 음영구역, 바늘은 어뢰인 셈이다. 잠수함 어뢰의 목표물이 되지 않으려면 수시로 운항 속도와 방향을 바꿔야 하지만 음영구역에 갇혀 그렇게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당시 합참 검열실은 대(對)잠수함 작전 실패 원인, 의혹과 관련된 사실, 관련자 개인별 과오, 개선 및 보완 방향 등 '천안함 조사보고서'를 만들었다. 합참의장은 조사보고서에서 '데프콘 1 발령시 자동조치 사항인 위기조치반을 소집하지 않았다'라는 대목을 '위기조치반을 지연 소집하였다'로 수정했다.

"내가 '검열단이 장시간 토의를 해 결론 내린 사안'이라고 말했지만 그가 직접 고쳤다. 수정된 보고서가 감사원에 제출됐다. 그게 문제가 될지 몰랐다. 나를 포함해 검열관 다섯 명이 공문서 위조로 감사원 조사를 받았다."

―그 자리에서 수정 과정을 털어놓았나?

"차마 직속상관에 대해 말할 수 없었다. 나는 '내가 고쳤다'고 거짓 진술을 했고, 그게 죄책감으로 남았다."

―그 뒤 국방장관에게 천안함의 대응 조치로 '대북심리전 방송'을 서면으로 건의했다고?

"바로 다음 날 장관이 대북 방송 발표를 하자, 북한은 '확성기를 타격하겠다'고 위협했다. 내가 건의했기에 혹시 확성기가 타격 될까 봐 마음이 쓰였다. 하지만 장관의 발표만 있었지 대북 방송은 재개되지 않았다."

천안함 사건 뒤 합참의장이 경질됐고 후임으로 한민구 장군(현 국방장관)이 임명됐다. 한 달 뒤인 2010년 8월 9일 북한군이 연평도 해상으로 해안포 사격훈련을 했다.

"적이 우리 영해에 대놓고 사격을 가했는데 우리 군은 일절 대응하지 않았다. 그때 북한은 우리의 전쟁 수행 의지를 엿봤다. 그게 북한의 연평도 포격(2010년 11월 23일)으로 이어졌다고 본다."

―대응 사격을 하지 말라는 상부 지시가 떨어졌나?

"군내에서 이를 두고 말이 많았다. 나는 합참의장에게 이를 포함해 몇 가지 궁금점을 묻는 편지를 보냈다. 내가 책을 쓰고 있는 것을 알았기에, 그는 자신의 입장을 담은 15장 분량의 답장을 보내왔다. 그중에는 '내가 대응 사격을 하지 말라고 지시한 바 없다'는 답변도 들어 있었다."

―관할 부대장이 알아서 대응 사격을 하지 않았다는 것인가?

"연평도 부대장을 조사했으면 '진실'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나는 그때 한미연합사 화력처장으로 보직이 바뀌었다."

―연평도가 폭격당할 때는 합참의장 주재 전군 작전사령관 화상(畵像)회의 중이었다고?

"회의 도중에 연평도 부대장이 '100여발 떨어진 것 같다'며 피격 상황을 긴급보고했다. 합참의장이 어떻게 대응하라는 지시가 없었다고 한다. '언론에 알릴 보도자료나 검토하더라'는 게 회의 참석자들의 전언이었다. 내가 편지로 이에 대해 묻자, '아무리 그렇지만 내가 그것만 했겠느냐'라는 답변을 보내왔다."

―연평도 피격 뒤 국방부에서는 '우리 군의 대응 사격으로 북한 피해가 더 컸다'고 발표했는데?

"그날 북한 쪽 타격 지점 영상을 직접 봤다. 전혀 타격을 주지 못했다. 포(砲) 성능은 우리가 월등했지만, 당시 기상 측정 장비가 고장 나 있었다. 사격 정확도가 떨어졌다."

―국내 여론 무마용 발표라는 말인가?

"내가 답변할 사안은 아니다."

믿고 싶지 않은 내부 고발이었다. 그런 군 수뇌부는 극히 일부이며, 6년 전과 지금의 군은 다를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