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한강(46)이 연작소설 '채식주의자' 영어판으로 올해 영국 맨 부커 인터내셔널 상(Man Booker international prize) 후보에 한국 작가로는 처음으로 올랐다.

이 상은 영어로 번역된 외국 소설을 대상으로 2005년부터 격년으로 심사하면서 국제적 권위를 지닌 문학상으로 주목을 받아왔다. 상금은 5만파운드(한화 약 8540만원). 올해 후보 명단엔 노벨 문학상을 받은 일본 작가 오에 겐자부로와 터키 작가 오르한 파무크를 포함해 13명이 올라 있다. 12개국 155편의 예심 후보작 중에서 고른 것이라고 한다.

한강의 '채식주의자'(2008년 국내 출간)는 어릴 때 육식에 연관된 트라우마로 인해 채식을 고집하게 된 여자를 주인공으로 삼은 3편의 중편으로 꾸며진 연작 장편이다. 자신을 문 개를 아빠가 잡아먹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은 소설 주인공은 성인이 된 후 다른 생명을 음식으로 먹는 것을 거부하고 나무처럼 말라가며 서서히 자신의 생명을 소진한다. 한강은 "이상(李箱)의 메모 중 '나는 인간만이 식물이라고 생각한다'는 문장을 오랫동안 기억했다가 결국 식물이 되고 싶어 하는 인간의 이야기를 쓰고 말았다"고 밝혔다. 수록작 중 '몽고반점'은 엉덩이에 몽고반점을 가진 주인공에게 비디오아티스트인 형부가 걷잡을 수 없는 성욕을 느껴 불륜을 저지르는 내용이다. 작품은 여자의 몸에 난 반점의 푸른 빛을 이용해 은밀하고 매혹적인 관능의 이미지를 표현하려는 형부를 통해 극단적인 탐미주의의 세계를 탐색했다.

이 소설은 지난해 영어로 번역 출간돼 가디언, 뉴욕 타임스 등 유력 언론으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가디언은 서평을 통해 "이 소설은 감각적이고 도발적이고 격렬하면서도, 설득력 있는 이미지와 놀라운 색채, 불편한 질문으로 무르익어 있다"고 주목했다. 뉴욕 타임스도 지난달 '채식주의자'를 다룬 기사를 통해 "미국 문단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신문은 "한강의 소설은 믿을 수 없이 잔혹한 내용을 비범하게 서정적인 산문으로 그려냈다"고 호평했다. 동시에 "K팝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데도 서구 출판사들이 한국의 활기차고 다양한 문학을 간과하고 있는 것은 말이 안 된다"라는 학자와 편집자, 번역자들의 의견을 전했다. 맨 부커 인터내셔널상은 13명 후보 중 4월 13일 최종심 후보 6편을 발표하고 수상작은 5월 16일 선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