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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일본인, 유대인, 아랍인. 서로 역사적으로 싸우고, 증오하는 관계이지만, 모두 약 7만5000년전 동아프리카를 떠나 지구 5대륙을 정복하기 시작한 호모 사피엔스의 후손이다. 그런데 중동, 아시아 그리고 유럽에 도착한 우리 조상은 충격적인 발견을 하나 하게 된다. 자신보다 이미 먼저 도착한 '인간'이 살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것도 이미 수십만년 전부터 말이다. 데니소바인과 네안데르탈인, 그리고 어쩌면 플로렌시스인까지 이미 다양한 인류가 지구 곳곳에 정착해 살고 있었다. 그런데 그들 모두 호모 사피엔스가 도착한 지 불과 몇천년 만에 지구에서 사라지고 만다.

왜 지구에 존재하던 모든 인류는 사라지고 우리 호모 사피엔스만 살아남은 것일까? 최근 연구에 따르면 다른 인류 멸종에 가장 큰 원인은 바로 우리 호모 사피엔스였다는 가설이다. 우리가 그들의 땅에 도착해 사냥감을 빼앗고 그들을 사살했다는 것이다. 호모 사피엔스의 뇌가 가장 크기 때문이었을까? 하지만 네안데르탈인의 뇌가 우리의 뇌보다 더 크지 않았던가? 아니면 우리만 언어를 사용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호모 사피엔스가 먼저 늑대들을 길들여 다른 인류들보다 더 효율적으로 사냥할 수 있었기 때문일까? 정답은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또 하나의 충격적인 가설만큼은 사실로 밝혀지고 있다. 바로 호모 사피엔스와 네안테르탈인이 짝짓기를 했다는 점이다.

현대 인간의 1~3% 유전은 고대 네안데르탈인으로부터 물려받았다. 얼마 전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고대 네안데르탈인 역시 호모 사피엔스의 유전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은 우리 현대인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있을까? 알레르기, 심장병 그리고 우울증 모두 우리 몸속 네안데르탈인 유전의 영향을 받는다. 수만년 전 우리 조상들에게 멸종당한 네안데르탈인들은 아랍인, 유대인, 일본인 그리고 우리 한국인을 통해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김대식 KAIST교수·뇌과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