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열리는 '대영박물관―영원한 인간'전에 나오는 작품 176점은 이 박물관을 대표하는 중요 소장품들이다. 작품의 가치를 수치적으로 보여주는 주요 척도가 작품의 보험가. 이 기준으로 봤을 때 이번 전시에서 가장 중요한 유물은 기원전 875~860년 아시리아 제국에서 만들어진 '아시리아 왕의 사자 사냥 부조'다.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진수를 보여주는 조각품으로, 보험가만 1800만파운드(약 316억원)다.

아시리아 왕국이 지중해 동부 연안에서 페르시아 만에 이르는 광활한 지역을 통치하던 전성기 시절 궁전에 장식됐던 작품이다. 사자를 활로 쏴 죽이는 인물은 아슈르나시르팔 2세나 그의 아들인 살마네세르 3세로 추정된다. 양정무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교수는 "우리나라 고조선 시대에 해당하는 기원전 9세기 즈음에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면 당시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예술 수준이 얼마나 앞서 있었는지 알 수 있는 수작"이라고 했다.

라파엘로가 목탄으로 그린 '성모 마리아와 아기 예수'(1509~1511년) 드로잉은 1000만파운드(약 175억원)로 둘째로 보험가가 높은 작품이다. 런던 내셔널 갤러리가 소장한 라파엘로의 유화 '성모 마리아와 아기 예수'(1509~1511년, '매킨토시 마돈나'로도 불림)의 기초가 된 작품이다. 유화의 보존 상태가 나빠 복원할 때 이 드로잉을 참고했을 정도로 최종 작품 못지않게 중요하게 여겨지는 '초벌 그림'이다. 미켈란젤로,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함께 이탈리아 르네상스 3대 거장으로 꼽히는 라파엘로의 필력을 보여준다.

북유럽 르네상스의 대표 작가로 인물 초상에 탁월한 독일 작가 알브레히트 뒤러가 그린 드로잉 '남자의 초상'(700만파운드, 약 123억원)이 셋째로 비싼 작품이다. 마리우스 코수티우스 케르도가 기원전 45~25년 조각한 '청년 판(Pan)의 대리석상'(500만파운드, 약 88억 원)이 그 뒤를 잇는다. 로마 근교에서 발굴된 작품으로 출처가 확실하고, 조각가의 이름을 정확히 알 수 있어 학술적 가치가 높다. '에로틱한 구애 장면이 있는 우물 틀 장식'(250만파운드, 약 44억원)이 보험가 5위를 차지한 작품. 로마 2대 황제인 티베리우스 황제의 정원에 있던 우물을 장식했던 작품으로, 황제의 관음증적인 취향을 반영한 듯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