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5월 2일 오전 1시 50분. 미 해군 특수부대 네이비실 군인 25명이 파키스탄 부촌(富村) 아보타바드의 3층짜리 저택을 급습했다. 2001년 9·11 테러를 일으킨 오사마 빈 라덴의 은신처였다. 3519일간 빈 라덴을 추격해 온 미국은 비밀리에 공격을 단행했다. 호위병들이 필사적으로 저항했으나, 최정예 네이비실 앞에 속수무책이었다. 20여분간 교전 끝에 총알이 빈 라덴 머리를 관통했다.

이상이 세계가 알고 있는 빈 라덴 사살 과정이다. 하지만 퓰리처상을 받은 미국 탐사보도 전문기자 세이모어 허시는 '런던 북 리뷰' 기고문을 통해 실제 상황은 전혀 달랐다고 주장했다〈12일자 A16면 참조〉. 그는 "백악관 발표는 한마디로 소설"이라며, 미국 정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한편 네드 프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변인은 11일 "우리가 알 카에다를 무너뜨리기 위해 파키스탄 정부와 협력한 것은 사실이지만, 빈 라덴 사살은 처음부터 끝까지 미 정부 단독 임무였다"고 밝혔다. 백악관 조시 어니스트 대변인도 "기고문 내용 중 일부는 알려진 사실이며, 새로 제기된 정보는 다 틀린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양쪽 주장이 어떻게 다른지 사안별로 비교해봤다.

①은신처 이 잡듯 뒤졌다

세간에는 미국이 빈 라덴 은신처를 알아내기 위해 세계를 이 잡듯 뒤졌으며, 그 과정에서 수용소에 수감된 테러범 고문까지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고문에 따르면, 은신처는 '제 발로 걸어 들어온 정보원'을 통해 입수한 것이다. 파키스탄은 2006년부터 빈 라덴을 구금하고 있었고 미국으로부터 군사·경제 원조를 받기 위한 협상 카드로써 빈 라덴을 미국에 넘겨주는 것을 고려하고 있었다. 협상이 진행됨에 따라 2010년 파키스탄 정보부 소속 정보원이 CIA를 찾아 빈 라덴 은신처를 알려줬고, 파키스탄은 2500만달러(약 273억원)를 받았다. 현재 그 정보원은 CIA 자문 역할을 맡고 있다.

②파키스탄 정부도 몰랐다

백악관은 사살 작전을 끝낸 뒤 파키스탄 정부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기고문에 따르면, 파키스탄 육군참모총장과 정보부장은 계획을 알았을 뿐 아니라 적극 협조했다. 빈 라덴 숙소는 파키스탄 핵무기 기지에서 헬리콥터로 15분 거리로, 경비가 삼엄한 지역이었다. 하지만 네이비실은 파키스탄 묵인하에 빈 라덴 숙소까지 제재 없이 헬기로 이동할 수 있었다. 또 미국은 정보의 사실 여부 확인 차 파키스탄 협조하에 미리 현장을 답사했다. 사살 작전을 위해 파키스탄 측에 사전 질문 리스트를 보내기도 했다. 질문지에는 '숙소 구조는 어떤가?' '빈 라덴 방의 문은 어디에 있으며, 두께와 재질은 어떠한가?' 등도 포함돼 있었다.

③치열한 총격전이 벌어졌다

사살 당시 빈 라덴은 초췌하고 병든 상태였다. 2006년 구금 이후, 알 카에다에 대한 영향력도 오래전에 상실했다. 숙소에 가족 외에는 없었다. 네이비실은 폭탄을 터뜨려 빈 라덴 방의 문을 부쉈다. 총격전이 난무했다는 주장과 달리, 빈 라덴을 겨냥한 총알 외에는 단 한 발도 발사되지 않았다는 게 기고문 내용이다. 작전에 관여했던 퇴역 미군 장교는 허시 기고문에서 이렇게 증언했다. "목표물이 어디 있는지 명확히 알고 있었다. '3층 두 번째 문 오른쪽으로 곧장 가면 오사마가 웅크린 채 침대에 누워 있을 것이다.' 두 명의 사수가 그를 쫓아가 발포했다. 매우 쉽고 간단했다."

④사살 후 DNA를 확인했다

미 정부는 빈 라덴을 사살한 뒤, 신원 재확인을 위해 미국에서 살다 숨진 빈 라덴 누나의 유전자 표본과 대조 작업을 거쳤다고 밝혔다. 하지만 보고서는 오바마 대통령이 사살 대상의 신원을 분명히 하기 위해 미리 DNA를 확인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했다. 파키스탄군 당국은 의사인 아미르 아지즈 육군 소령에게 빈 라덴 숙소 인근에 거주하면서 그의 치료를 맡으라고 지시했고, 아지즈는 빈 라덴의 DNA 샘플을 몰래 채취해 파키스탄 정부에 넘겼다.

⑤시신은 수장(水葬)됐다

미국은 빈 라덴 시신이 이슬람 전통에 맞춰 수장됐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허시는 장례를 주관했다는 이슬람 종교인이 아무도 없다는 점을 들어 이 주장에 의문을 표하면서, 네이비실이 파키스탄에서 아프가니스탄으로 이동하는 헬기에서 빈 라덴 시신을 조각 내 힌두쿠시 산맥에 버렸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당시 네이비실은 미 정부가 빈 라덴이 드론 폭격으로 사망했다고 발표할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었다는 게 기고문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