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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4.11 03:03 | 수정 : 2015.04.11 03:28

조지 월너 루프페이 공동창업자 겸 CTO 인터뷰
많은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사용하도록 하자는 게 우리 전략

▲ 조지 월너 루프페이 공동창업자 겸 CTO

지난 2월 19일 삼성전자는 미국 모바일 결제서비스 회사 루프페이(LoopPay)를 인수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지난해 10월 애플이 '아이폰6'와 함께 모바일 결제서비스 '애플페이(ApplePay)'를 선보이며 애플이 모바일 결제서비스도 선점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던 상황이었다. 단숨에 분위기가 달라졌다.

삼성전자가 사들인 루프페이는 기존 상점들이 가지고 있는 '긁는 방식'의 카드 결제기에 스마트폰을 갖다 대기만 하면 결제가 되는 기술을 가지고 있었다. 이 때문에 서비스 시작과 동시에 전 세계 3000만개 매장에서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는 파괴력을 가지고 있었다. 애플페이는 근거리무선통신(NFC) 방식을 쓰기 때문에 별도의 단말기를 갖춰야 하고 이 때문에 미국 내에서도 보급률이 10% 수준에 그치고 있을 정도로 확산 속도가 더딘 상황이다. 루프페이 기술을 등에 업은 삼성페이가 순식간에 애플페이 대항마로 떠오를 수 있게 된 것이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흔들어 놓은 루프페이란 기업은 설립된 지 3년도 안 되는 회사다. 그러나, 루프페이 핵심 기술을 만든 조지 월너(George Wallner·63) 공동창업자 겸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상당히 알려진 사람이다. 그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POS(Point of Sales) 단말기를 개발한 사람이다. POS 단말기는 카드를 집어넣도록 만든 홈에 마그네틱 부분을 긁는 방식으로 결제를 할 수 있게 만든 단말기다. 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의 식당이나 유통 매장이 대부분 POS 단말기를 쓴다.

그가 새로 창업한 루프페이 역시 이 POS 단말기에 쓸 수 있는 '마그네틱 보안 전송(MST)' 특허 기술을 가진 회사다. 삼성전자는 지난 10일 출시한 '갤럭시S6'에 MST 기술을 적용해 오는 7월 미국과 한국에서 '삼성페이' 모바일 결제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기술의 진보로 따지면 애플페이가 사용하는 NFC 방식이 더 새로운 방식이다. 그러나 월너 창업자가 굳이 오래된 기술로 회사를 창업한 것은 현재 더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서비스를 겨냥했기 때문이다.

지난 8일 조선비즈가 주최한 미래금융포럼의 기조연설자로 방한한 월너 창업자를 만났다.

그는 "삼성페이 솔루션은 옛기술인 마그네틱 방식(긁는 방식)과 신기술인 NFC를 동시에 아우르는 서비스를 지향하고 있다. 기술 호환성을 강화해 많은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사용하도록 하자는 게 삼성전자의 모바일 결제 전략"이라며 "미국에서 NFC 방식을 쓰는 애플페이, 구글월렛이 사용할 수 있는 단말기 비율은 10% 미만이지만 우리는 90% 이상"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삼성전자와 처음 어떻게 접촉하게 됐습니까.

"2013년 크라우드 펀딩(온라인에서 여러 사람으로부터 소액을 모아 자금을 조달하는 것) 업체인 킥스타터에서 투자금을 모았습니다. 킥스타터는 기술에 관심이 많은 젊은이들이 모여 있는 공간입니다. 킥스타터에서 사람들이 돈을 빌려주면 개발 중인 제품을 테스트해볼 수 있습니다. 킥스타터에 자금 모집 글을 올린 후 삼성전자가 먼저 연락해왔습니다. 루프페이의 가치를 알아본 것이겠죠."(인수금액은 최소 2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POS 단말기로 어떻게 모바일 결제가 가능한 것인지 궁금합니다.

"기존 마그네틱 방식 결제 단말기에 카드를 긁지 않아도 결제가 가능하게 해보자는 기본 아이디어가 있었습니다. 그래야 모바일 결제가 실질적으로 활성화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걸 MST 기술로 구현해냈습니다. MST는 신용카드 정보가 저장된 스마트폰을 마그네틱 방식의 결제 단말기 가까이에 갖다 대면 마그네틱 띠가 있는 신용카드를 단말기에 긁을 때처럼 결제가 이뤄지는 기술입니다. 제가 개발해 특허를 받았습니다. POS 단말기를 개발한 경험이 있고 어떻게 시스템이 작동되는지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만들 수 있었습니다. 올여름 공개되는 삼성페이의 핵심 기술입니다."

―설립 3년 만에 크라우드 펀딩 시장에서 인정을 받은 셈입니다.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지금 널리 보급된 마그네틱 방식의 POS 단말기와 호환이 가능하다는 겁니다. 또 하나는 전에 없던 보안 수준을 갖췄습니다. 전과 같이 마그네틱 카드 단말기를 사용해 결제를 하지만 데이터 보안 수준은 훨씬 높아졌습니다. 토큰화(tokenization) 기술 덕분입니다. 바로 이 점에서 삼성페이가 강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토큰화 기술은 비유하자면 과일을 통째로 주는 게 아니라 일부만 주는 것입니다. 토큰 자체에는 정보가 조금만 담겨 있습니다. 조금 담겨 있는 정보를 바탕으로 온라인 결제가 가능하도록 합니다. 기존 신용카드의 경우 누군가 카드 번호를 알게 되면 카드 정보를 훔칠 수 있습니다. 삼성페이는 카드 번호를 암호화된 토큰으로 대체하고, 한 번 결제에 사용될 경우 토큰 번호가 또 바뀝니다. 설령 암호화된 토큰 번호를 알아냈더라도 다른 사람에게는 쓸모가 없습니다. 번호는 예측 불가능하게 바뀝니다. 5~6년 내에 실물 카드는 없어질 겁니다."

―모바일 결제 업계에서 애플의 애플페이나 구글의 구글월렛과 자주 비교됩니다. 두 회사와 비교해 어떤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지금 당장 사용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미국에서 NFC 방식의 모바일 결제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는 단말기 비율은 10% 미만이지만, 루프페이는 90% 이상입니다. MST 기술은 대부분의 나라에서 잘 작동하기 때문에 경쟁력이 높습니다."

―POS 단말기 기술로 이름이 높습니다.

"1978년 호주에서 동생과 함께 '하이퍼컴'이란 회사를 창업했습니다. 저는 하드웨어 엔지니어였고 동생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였지요. 원래는 통신업을 하던 회사였는데 아주 경쟁이 심한 산업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전화기에 카드 단말기를 합치면 POS 단말기가 될 것으로 확신해 카드를 읽어내는 POS 단말기를 최초로 개발했습니다. 문제는 단말기 개발은 했는데 당시 회사가 있었던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POS 단말기를 작동하게 하는 네트워크 기반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인터넷도 없고 네트워크도 없었지요. 그래서 은행이나 IBM 시스템이 POS 터미널을 사용할 수 있도록 네트워크 장비도 개발했습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통신업에서 빠져나와 금융거래업에 진입하게 됐습니다. POS 터미널 사업을 하는 중에 모바일 산업이 대두됐습니다. 루프페이의 핵심 비즈니스로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죠. 삼성전자와 루프페이의 가장 큰 강점은 POS 터미널에 대해 아주 잘 아는 팀이 있다는 겁니다. 기존 단말기를 잘 알기 때문에 새롭게 모바일 결제 시장에 진출하려는 다른 기업들이 저지를 만한 시행착오를 하지 않습니다."

―여러 회사를 창업하고 또 매각하셨습니다.

"회사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투자자가 투자금을 회수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회사를 매각하는 게 그중 하나입니다. 첫 회사인 하이퍼컴을 상장시킨 뒤 은퇴했는데 하이퍼컴은 그 이후 매각이 됐습니다. 루프페이의 경우 우리의 기술이 작은 스타트업이 보유하고 있는 것보다 삼성전자 같은 대형 휴대전화 제조업체가 보유하는 것이 훨씬 더 가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두 번의 매각이 성공할 수 있었던 건 기술과 차별화를 통해서였다고 봅니다. 특히 차별화는 정말 중요합니다. 경쟁자가 뭔가 하고 있다면, 그것과는 다른 걸 해야 합니다. 경쟁사보다 더 낫고, 더 싸고 더 빠르면서도 다른 것이어야 합니다."

―일단 은퇴하신 후 60세에 다시 기술 기업을 창업했습니다. 계속 일하실 예정인가요?

"언제나 상황을 더 쉽게 만들 솔루션을 찾습니다. 제가 게을러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부지런한 사람들은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데, 게으른 사람들은 그걸 더 쉽게 만들려고 합니다. 가령 배터리 문제나 휴대전화로 문자를 입력하는 것을 개선한다든지, 모바일 결제에서 기존 단말기와 어떻게 호환할까 하는 것 같이 뭔가를 봤을 때 충분치 않다고 느끼면, 솔루션을 찾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