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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너선 스펜스 '근대 중국의 서양인 고문들'

전봉관 KAIST 인문사회학과 교수

총세무사(總稅務司). 청국의 관세 징수를 담당하는 해관(海關)의 수장에게 부여된 관직이었다. 해관 수입은 청국 전체 세수의 3분의 1에 달했다.

총세무사는 오늘날 관세청장과는 비교할 수 없는 막강한 권력을 휘둘렀다. 1859년 청국 해관이 설립된 이래로 총세무사에 오른 인물은 레이와 하트, 둘뿐이었다. 그마저도 레이는 4년에 불과했다. 독직으로 해고된 레이에 이어 28세에 총세무사에 임명된 하트는 1908년 73세에 영국으로 귀국할 때까지 45년간 청국 해관의 수장으로 군림했고, 그 직위는 1911년 영국에서 사망할 때까지 그대로 유지되었다.

하트는 북아일랜드의 가난한 양조장집 아들이었고, 이름 없는 지방 신설 대학 벨파스트대학 출신이었다. 조너선 스펜스는 '근대 중국의 서양인 고문들'(이산)에서 그 당시 하트 정도의 학력으로는 영국에서 괜찮은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웠다고 말한다. 하트는 교수를 찾아가 "이대로 아버지의 양조장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하소연한 끝에 간신히 영국영사관 보조통역관 자리를 소개받아 중국으로 떠났다.

그처럼 볼품없는 배경을 지닌 하트가 어떻게 중국 역사상 가장 막강한 권력을 휘두른 서양인이 될 수 있었을까?

 

스펜스는 그 첫째 요인으로 기회를 놓치지 않은 것을 꼽는다. 영국영사관이라는 안정된 직장을 버리고, 갓 설립돼 미래가 불투명하지만 무한한 발전 가능성을 지닌 청국 해관으로 과감히 이직한 것이 성공의 첫걸음이었다. 둘째, 하트는 자신의 월급이 어디서 나오는지 알고 있었다. 중국에 살면서 중국어와 중국 문화를 배우려 하지 않는 서양인을 경멸했고, 임용된 지 3년 안에 중국어 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는 해관원은 가차없이 해고했다. 셋째, 하트는 청국 정부와 중국인을 존중한 대신, 해관 조직 내에서는 전능한 독재자로 군림했다. 자신에게 부여된 권한, 특히 인사권을 그 누구와도 나누지 않았다. 자신의 자리를 노리는 2인자들을 해고했고, 말단 해관원의 근무지까지 직접 결정했다. 묄렌도르프가 운영한 초기 3년을 제외하고 청일전쟁 직전까지 10년 동안 조선 해관의 실질적 인사권자 역시 하트였다.

하트는 지위의 혜택과 대가를 분명히 알고 있었다. "나는 권력, 인사권, 봉급 등 지위에 따라오는 모든 혜택을 누리고 있다. 동시에 나는 가장 열심히 일하고 가장 적은 자유를 누리는 지위의 노예다." 하트는 '지위의 노예'가 되어, 부정부패가 심한 청국 관리보다 청국 정부에 더 많은 관세 수입을 안겨줄 수 있었기 때문에 외국인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젊어서 얻은 막강한 권력을 죽는 날까지 유지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