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밍웨이의 집에는 고양이가 산다
앤 트루벡 지음
이수영 옮김, 메디치미디어
256쪽, 1만3000원

소설가 어니스트 헤밍웨이(1899~1961)의 미국 플로리다주 키웨스트 집을 찾은 문학도들은 작가가 쓰던 타자기 한 번 처 보는데 20달러를 선뜻 내민다. 매사추세츠주에 있는 시인 에밀리 디킨슨(1830~86)의 홈스테드 집은 일종의 문학적 순례지가 됐는데 지금도 디킨슨 앞으로 편지가 오고 꽃이 배달된다.

　사람들은 왜 유명 작가가 살았던 집을 찾아갈까. 미국 전역에 흩어져있는 스무 군데 남짓 작가의 집을 돌아본 저자는 증언한다. “천재적 창작자의 자취에 바쳐진 숭배의 행위에, 숨죽인 공감의 표현에, 영적 탐구의 이야기들에 중독됐다.”

　뻔한 작가의 집 보고서류가 아닐까 싶었던 이 책에 색다른 매력을 불어넣는 건 저자의 삐딱한 시선이다. 원래 제목이 ‘어느 회의론자의 작가의 집 방문기(A skeptic’s guide to writers’ houses)’일만큼 기존 시각을 두들기고 깨부순다. 복원돼 대중에 공개된 작가의 집은 이미 경건한 문화 활동으로 분류되기에 비판하기가 쉽지 않지만 지은이는 이를 향수병이 변형된 ‘병적 현상’이라고 내리친다. 작가 이름을 단 ‘문학관’ 설립 열기가 각 지역에 뜨거운 우리 현실에서 새겨들을 만한 총명한 조언이 수두룩하다.

　“많은 작가의 집이 관광객을 끌어 지역경제에 보탬이 되려는 희망을 가지고(…) 정말로 지역경제에 도움이 될 정도의 방문객을 모으는 곳은 거의 없다.”(20쪽)

　“그런 에너지를 작가의 집 복원 대신 작품을 읽도록 하는 데 쓰면 어떨까?(…) 교실마다 ‘젊은이들을 위한 시’를 한 질씩 구비할 수도 있다.”(222쪽)

　진부한 탐방기를 떨쳐버린 지은이의 발걸음은 한층 과감하고 건설적인 쪽으로 나아간다. 미국 오벌린대 문예창작 교수 이력이 빛나는 대목이다. “때로 보존하지 않는 것이 의도적이고 정치적이며 적절한 행위가 되기도 한다”는 예로 든 시인 T S 엘리엇(1888~1965) 얘기다. 엘리엇은 “예술가의 진보는 지속적인 자기 희생과 개성의 말살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좋아하는 작가를 추모하기 위해 ‘우리가 뭔가를 더 하고 싶다면’을 전제로 이 책이 내건 제안은 솔깃하다. 작가의 이름으로 수여되는 장학금이나 지원금 혹은 창작공간 지원이다. 글쓰기는 돈이 너무 안 되며 일반에 공개된 집들을 유지하는 데는 돈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이다.

　“왜 문학의 과거 거주지를 지원하는 데 더 많은 돈을 써야 하는가?”(218쪽)는 정당한 질문이다. ‘ 작가의 집은 우리 상상력 안에서 재창조될 수 있는 일종의 영혼의 집일 때 더 풍요롭다.

정재숙 문화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