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조선왕조의 500년에 한성 백제의 시대와 대한민국까지 더하면 천년 수도이다.

그러니 로마처럼 함부로 파 제끼면 안 되는 것이다.

새로운 것을 짓는 것보다 오래 된 것을 잘 보전해야 한다.

저자 전우용은 서울대 국사학과를 졸업하고 서울학연구소 상임연구위원을 지낸 문화재 전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국민소득이 높아지면서 자기 것을 찾으며 문화를 외치기 시작했다.

서울이 지방의 인적․물적 자원을 빨아들이는 속도와 범위는 더욱 커졌고 결국은 거대한 블랙홀이 되어버렸다.

사대부들은 자신들이 놀고먹는다는 사실을 인정하려 들지 않았다. 노는 놈은 중이나 광대뿐이었고, 기생이나 무당 뿐 이었다. 유교지식인들은 오랜 세월에 걸쳐 민중의 삶에 뿌리내린 종교의 사제들과 그 후예들을 천민의 지위로 내모는데 성공했다. 이후 놀이는 천한 것들이 하는 짓이 되어버렸다.

한성부의 행정편제는 부-방-이였다.

영조 회심의 업적이었던 청개천의 준천은 바로 서울의 소화불량을 치료하기 위한 사업이었다. 땅바닥에 깔려있던 재가 흙과 섞여 있다가 물에 쓸려 개천에 들어가 다시 똥과 버무려지면 하천바닥에 딱 붙어버릴 수밖에 , 조선 후기 서울 개천 폐색의 주범은 다름 아닌 도시민들 자신이었다.

경향간의 통로는 빠르게 막혀갔으며 , 서울 양반들은 경화거족이 되어 권력과 부, 사회적 지위를 세습적으로 독점했다.

정자는 사적모임을 갖고 국사를 주물렀다. 정자문화는 근대의 요정문화나 현대의 호텔 밀실문화의 원류이기도 했다.

18세기 이후 서울에서는 ‘남주북병’이라는 말이 유행했다. 남촌사람들은 술 빚어 마시는 걸 즐겼고, 북촌사람들은 떡을 잘 만들어 먹었다는 뜻이다. 종로 이북과 율곡로 변의 여러 동네-계동, 재동, 가회동, 안국동, 경운동, 원남동, 와룡동 등-를 북촌이라 했고, 을지로 남쪽으로 충무로를 가로질러 남산 기슭 일대- 필동, 남산동, 주자동, 묵정동, 저동, 인의동, 회현동 등을 남촌이라 했다.

1904년 일본인들이 관심을 가진 문서의 중심에는 대한제국의 극비문서가 있었을 것이다.

그들은 불타는 경운궁 안에서 그런 문서들과 내장원의 회계문서들, 외국은행 계좌와 관련된 문서들, 또 황제의 옥새 등을 찾으려 했을 것이다. 이 문서들이 일본군의 수중에 들어갔다면 지금 쯤 공개되었을 것이다. 누가 방화했는지 알 수 없지만 , 경운궁 깊숙한 곳, 궁내부와 내장원에 쌓여 있었을 비밀문서와 서류들은 아마도 일본군 손에 들어가기 전에 불타버렸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이 책 196쪽에 손탁호텔의 인력거 대기소가 나오는데 이는 오기이며, 사진은 서대문역 바로 앞에 있던 스테이션호텔의 초기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