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그네>

이책은 소제목 약 50개로 씌여 있다. 단문을 모았다가 책을 엮은 듯하다.

나는 이 책을 읽을 때 작품속의 레오가 작가 헤르타 뮐러로 착각했다. 가만히 보니 연대가 일치하지 않는다. 연보에 보니 뮐러가 어머니의 5년간 우크라이나 강제수용소의 경험담을 소설화한 것이다.

그녀의 작품에 대한 루마니아 비밀경찰의 감시와 압박이 심해지자 뮐러는 남편이자 작가였던 리하르트 바그너와 함께 1987년 독일로 망명했다.

 

1945년 1월 2차대전 종전 전에 루마니아의 독일소수민들은 러시아 수용소로 유배를 떠난다.

주인공은 수용소를 나온 이후에도 25년 동안 공포 속에 산다. 그 가운데 나라와 가족들에 대한 공포. 나라가 나를 범죄자로 가두고, 가족들이 나를 치욕으로 여겨 내쫓으리라는 이중 추락의 공포에 휩싸인다.

세면도구와 무릎양말, 체크무늬 프란넬 셔츠, 메리야스, 실크스카프는 트렁크 맨 위에 놓는다. 빵봉지에 스칸디아표 햄통조림, 버터바른 빵 , 쿠기, 컵달린 물통 등을 넣는다. 17살소년을 밤12시에 데려가겠다고 통보해왔다. 가축용 열차를 타고 얼마나 갔는지 모르게 계속 간다. 러시아는 자기민족도 그렇게 대했다. 하물며 타민족에게랴.

 

할머니가 말한다.

너는 돌아 올거야.

이 한마디로 인해 주인공은 4년을 견딘다. 심장삽의 공범의 되었고, 배고픈 천사의 적수가 된다. 돌아왔으므로 나는 말할 수 있다. 어떤 말은 사람을 살리기도 한다.

 

루마니아 소도시의 독일인들이 으레 그렇듯 땋아내린 금발과 흰 무릎양말의 아름다움을 신봉한다. 루마니아 중서부 트란실바니아를 독일에서는 ‘일곱개의 성’이라는 뜻의 지벤뷔르겐이라 칭하며, 지벤뷔르거 작센은 이곳에 거주하는 독일계 소수민족을 가르킨다.

수용소의 표지는 ‘노보 고르로브카’였다.

수용소에서 일하러 나가기 전에도, 일하는 도중에도, 일을 마치고 나서도 그들은 뭔가를 훔쳤다. 명아주를 뜯어다 삶아서 먹기도 한다.

만성이 된 굶주림을 뭐라고 해야 하나. 허기 위에 그보다 더한 허기가 겹친다. 배고픈 천사와 산다.

주인공은 수용소에서 돌아온 이후로 육십 년 동안 굶주림에 대항해 먹는다.

수용소에는 다섯 개의 노동대대가 있고 500명 내지 800명의 노동자들로 이루어졌다.

벌을 받느라 부동자세로 서있으면 이가 돌아다니며 피를 빨아먹는다.

뼈가 쇠처럼 무거워진다. 살이 빠지면 뼈는 천근만근이 되어 사람을 바닥으로 끌어내린다.

소장을 붙들고 언제 고향으로 갈 수 있냐고 물으면 “스코로 도모이(곧 간다)”라고 말한다.

감독자 투어 프리쿨리치는 러시아를 통역했다. 투어가 적은대로 가서 일해야 한다.

공장, 폐기물실, 모래운반, 철로, 석탄운반, 자동차 정비소, 코크스, 슬래그, 지하실...

양털양말 한 켤레에 소금 혹은 설탕 반 되와 같이 물물교환을 한다.

 

트루디 펠리칸과 주인공 레오폴트 아우베르크는 헤르만슈타트에서 왔다.

수용소장은 시흐트반요노브.

베아 차켈은 투어의 정부로 어릴 때부터 아는 사이였다.

이발사 오스발트는 드라이랜더에크 산골에서 왔다.

법무사 파울 카스트와 아내 하이드룬 가스트는 오버비샤우에서 왔다.

이들을 통털어 다문화공동체라고 부른다.

 

수용소에 온 사람들은 허름한 옷과 주머니로도 쓰이는 베개주머니로 인근에서 구걸도 하며, 나무신을 신고 살았다.

이르마 파이퍼는 석회반죽에서 일하다가 거꾸로 처박혀 죽는다.

참전 경험이라고는 전혀 없는 우리가 러시아인들에게는 히틀러가 저지른 범죄에 책임이 있는 독일인들이었다.

레오폴트는 집에서 가져온 아마포 손수건을 사용하지 않고 고이 간직한다. 할머니의 작별인사가 손수건으로 모습을 바꿨음을. 손수건이 자기를 보살펴주었다고 생각한다.

석탄을 배고픔을 이겨내며 삽질1회=빵1그램을 위해 현기증을 견디며 내 숨결이 그네 뛴다.

숨그네

꿈속에는 식사강박이라는 자비가 있고, 그것은 자비인 동시에 고통이다.

주인공 레오폴트는 4년 만에 살아서 귀향한다.

루마니아에서는 전체주의적인 과거를 회상시키는 강제추방이라는 주제는 입에 올려서는 안될 금기였다.

2001년 뮐러는 강제추방의 경험이 있는 마을사람들과의 대화를 기록하기 시작한다. 그의 동료 오스카 파스티오르가 없었다면 수용소 일상에 대한 세세한 묘사들은 불가능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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