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제교수의 중국역사 기행 -영웅시대의 빛과 그늘>

-삼국․오호십육국 시대-

저자는 1991년초부터 2000년까지 30여차례 중국을 방문했다.

사실 중국 역사상 이 시대만큼 다양한 개성을 지닌 인간상을 배출한 시대도 드물 것이다. 삼국지의 조조, 유비, 제갈량이 이시대가 낳은 인물들이고 중국최고의 시인 도연명, 서성이라 불리는 명필 왕희지, 측천무후, 양귀비, 이잭, 두보 등이 바로 이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이다.

이 책 서술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위진 남북조시대는 일반인은 물론 학자들에게도 매우 혼란스럽고 불안정한 시대로 비쳐진다. 그러나 이 혼란은 세계를 호령하던 ‘대당제국’을 잉태하기 위한 격렬한 산고였을 뿐이다.

예나 지금이나 통일의 문제는 백성들의 행복지수를 가늠하는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다. 280년 사마씨의 서진 왕조군대가 건강성에 입성하여 오나라를 멸함으로써 성취된 통일은 중국역사 속에서 볼 때 그야말로 일시적인 환각현상이었다고 할 정도로 순간적인 일이었다. 그로부터 20년도 지나지않아 이 왕조는 흉노, 선비, 갈, 저, 강 등 중국의 서북과 서남지역에 근저를 둔 오호라 불리는 유목기마민족의 대두와 독립이 그것이다. 이는 한족단일왕조역사의 종언이다. 오호족의 내지로의 진입으로 중국에는 다민족 대잡거라는 새 국면이 열리게 되었기 때문이다.

업도는 위진남북조라는 시대가 낳은 도읍이다. 한 때 영웅 원소의 본거지로서 건축되었던 이 업도는 그의 패망과 함께 조조에게 인계되었다. 건안문학의 산실, 낙양의 지가를 올린 좌사의 <삼도부>가운데 <위도부>가 바로 업도의 화려함을 읆은 것이다.

적은 수의 군대로 몇 배의 대군을 쓰러뜨린 중국 역사상 대표적인 전투의 하나로 평가되는

관도 전투의 무대, 그곳은 황하 남안의 작은 인공운하의 나루터, 조조같은 승리자 단순히 이긴 자에게만 부여되는 표창이라면 그 승리가 갖는 의미는 무의미할 것이다.

 

제갈랑. 진정한 영웅은 역사가로 구성된 인사청문회의 혹독한 심사과정을 무사히 통과하여야만 한다고 믿는다. 삼고초려와 칠종칠금의 현장을 다시 본다.

 

새상에 울던 비운의 여인이 민족우호의 영웅으로는 중원농경왕조가 서북방 유목왕조에게 시집보낸 소위 화번공주에 대한 것은 조국이 그들에게 억지로 안긴 벅찬 임무 앞에 통곡했던 비운의 여인이었다. 영웅으로 날조된 것이다.

 

오랑캐출신 지도자도 영웅이 될 수 있고, 또 초원이 갖는 단순한 지형만큼 그 생활이 소박하기 이를데없는 유목출신들에게서 필자는 역설적으로 영웅의 참모습을 찾을 수 있었다.

 

중국역사상 어느 군주 못지않은 거대한 웅지를 가졌던 한 오랑캐 출신 명군 부견의 꿈을 가로막고 선 차가운 현실을 소개하고 있다. 중국이 가졌던 화이사상이 오랑캐출신 영웅들에게 얼마나 큰 장벽으로 다가왔던가를 이 글에서 볼 수 있다.

영웅이란 반드시 그가 추구한 사업의 성패에 있는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과 꿈을 공유하고 그 꿈의 실현에 앞장서 영도하는 데에 있을 것이다. 실패한 우리들의 영웅의 장송곡에 진정으로 안타까움의 눈물을 쏟게 되는 것도 아마 그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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