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책 제목은 잘못지었다.

자칫 결혼생활의 권태를 이야기하는 것처럼 보이는 제목이지만 내용은 훨씬 포괄적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독일에서 13년간 대학에 몸담고 있다 온 사람이다. 어느날 낯선남자가 '명작스캔들'에 나와 대담을 나누는데 좀 또라이같았다.(알고보니 그는 여러군데 강연을 다니다가 그자리에 스카우트되어 앉아있었던 것이다.문화심리학전공자)

그런데 이책을 읽어보니 그는 대한민국 남성을 또라이로 보고 있었다.

특히 가장 측은지심의 대상은 대한민국 남성이어서 충격을 안겨주었다.

행복의 60%를 결정하는 내적,외적조건들을 정리해보면 다음과같다.

'우선 외향적인 성격이어야하고 정서적으로 안정되어 있어야..아울러 일정하고 안정적인 수입이 있는 직장을 가지고 있어야..결혼하고...종교를 가져야 한다..건강하고 민주적인 국가에서 살아야.."

죽을 때 "보다 베풀고 살걸, 보다 용서하고 살걸, 보다 재미있게 살걸..."한다고 한다.

사랑은 ritual(의식)이다.습관에는 의미부여의 과정이 생략되어있지만 리추얼에는 반복되는 행동패턴과 더불어 일정한 정서적 반응과 의미부여의 과정이 동반된다.(사랑받는다는 느낌, 가슴설레는느낌..) 

잘못된 리추얼의 예로 2차대전후 독일은 집단리추얼을 추방했다. 졸업식, 합창의식을 삭제했다. 우리가 음악회나 미술관을 찾는 이유도 그곳의 리추얼을 통해 생산되는 정서적경험을 원하기 때문이다. 회의리추얼, 폭탄주회식 리추얼과 다르게 내 일상에서 즐거운 리추얼을 다양하게 개발하면 된다.

기억은 언제나 자작극이다. 우리는 실제 일어났던 사실을 기억하지않는다. 중요한 것은 그 일부의 사실을 근거로 만들어낸 '의미부여'다.

사실 얼마전까지만해도 그는 김혜수를 싫어했다.그런데 타짜를 본후 그녀에 대한 편견을 한번에 다 날려버렸다고한다. 다 그녀의 엄청난 가슴 때문이다.그녀가 가슴을 드러낸 이유는 단순하다. 이 가슴을 훔쳐보는 철없는 이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왜그럴까? 사는게 재미없기 때문이다.'큰가슴으로의 퇴행'이다. 아무도 자신을 이해해주지 않기때문이다. 의사소통의 문제다. 진정한 의사소통에는 정서공유가 전제되어야한다. 이러한 소통의 부재로 인한 불안때문에 남자들은 큰 가슴(어머니의)을 그리워하는 것이다.그 큰 가슴에 머리를 처박고 울고 싶은 것이다.

전혀 재미없는삶에 지친 한국의 중년들에게 최근나타난 두번째 이상현상이 있다. 마라톤이다.대부분 40~50대의중년들이 건강을 위해 뛴다고 한다. 42.195킬로를 달린다는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일인가?죽어라고 달린다.건강을 위해 할수있는 스포츠가 얼마나 많은데...존재를 확인할수가 없기 때문이다. 세상과 더이상 소통할수 없을것 같은 불안에 시달리는 이들이 택할수 있는 가장 쉬운 존재확인방식은 '자학'이다. 나자신과 싸우기위해서 뛰었다? 아, 그러나나자신은 싸워서 이겨야하는 대상이 절대아니다.

삶이 재미없는 한국남자들에게 나타난 세번째 병적현상은 폭탄주다.빨리 취한다고 한다.맨정신으로 서로 멀뚱멀뚱바라보며 이야기하기가 힘들다고한다. 서로 마주보며 이야기하기를 두려워하는 것을 정신병리학에서 '자폐증'이라고 한다. 오랫동안 알고 지냈음에도 불구하고 그사람의 구체적신상에 대해 아는바가 없는 경우가 가끔 있다. 절대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않기때문이다. 자신의 내면세계가 타인과 공유되는 것을 두려워한다. 이 땅의 사내들또한 아주 심각한 자폐증을 앓고 있다.

스포츠마사지, 안마시술소,퇴폐이발소,찜질방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피부를 자극하는 서비스산업의 엄청난 호황은 뭔가?그는 이를 '피부자극결핍증후군'이라고 부른다. 의사소통장애로 본다. 만지는행위는 상호작용의 가장 기본적 형태다. 우리가 남의 몸을 만질때 우리의 손은 상대방의 몸에 의해 만져진다.사랑하는 사람끼리 만나면 서로 껴안는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갈수록 아무도 나를 만져주지않는다.뇌가 가장많은 신경을 쓰는부위는 손과 입술, 혀의 순서다. 그래서 사랑하는 이를 끊임없이 만지고 싶은 것이다. 맛있는 음식에 그토록 집착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돈을 많이벌고 높은지위에 올라가고싶은것은 많이 벌수록, 높아질수록 그만큼 자유로워질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흥미로운사실은 심리적으로 경험하는 자유는 실제 자신을 둘러싼 공간의 자유로움과 밀접한 상관이 있다는 것이다.탁 트인 자연을 언제나 접하는 시골에서 자란 사람이 정서적으로 훨씬 자유로움을 느낀다고 한다.좁은공간에서 컴퓨터윈도를 보며 날이갈수록 불안해지고 예민해지는 것이 절대 우연은 아니다.쓸데없는 걱정에 잠못이루는 날이 많아질수록 심리적 공간을 넓혀야 한다.

우리가 유명 맛집이라고 찾아나서는 곳의 대부분은 메뉴의 음식이 한두가지뿐이다. 반면 맛없는 식당의 메뉴는 너무 다양하다. 아무거나 막 시켜서 배를 채우는것에 지나지않는다.

불안한 것은 과정이 없는 삶을 살기때문이다. 과정에 관심을 가지기보다는 결과만을 생각하기 때문이다.과정지향적 삶을 하버드대심리학과의 엘렌랑거교수는 mindfullness(마음챙김,정신차림)라고 정의한다.

퇴직후3개월되던날 아침식탁에서 아내는 심각한 표정으로 말한다.

"당신, 이젠 제발 좀 혼자나가놀수없어?"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열심히일해 은퇴하면 행복한 가정에서 다복한 노후를 즐길수 있으리라.천만의 말씀, 남편이 집안에 있으면 소화가 안된다는 '은퇴남편증후군'...'누레오치바(젖은낙엽)' 이제까지 아내나 가족들과의 관계에서 존재를 확인해본적이 없던 이들에게 사회적지위의 상실은 사형선고와 마찬가지다. 존재확인이 불가능해지기때문이다. 뒤늦게 아내와의 관계에서 존재를 확인하려다 보니 아내들이 황당해지는 것이다.

 

나는 절대로 스스로 확인되지않는다. 나는 항상 나와는 다른, 또다른 어떤 것에 의해 확인되는 존재다. 그러나 나를 확인해야 하는 그대상이 쉽게 사라지는 것이라면 존재불안은 끊임없이 계속된다. 그래서 사회적 지위로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은 없는 것이다. 

 

그만하자.

한가지 나는 예전에 <일본열광>이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그가 와대에서 안식년을 지낼 때  썼나보다. 지금도 일본으로 안식년을 떠났지만..그때의 얼굴과 지금 얼굴이 좀 달라보이고, 이름조차 기억조차 못했던 때라 나중에 알고서 또 황당했다. 다른건 기억안나고 그 알량한 디카를 신주단지처럼 모셨던 게 생각난다.

 

다큐멘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