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사는 1993.5.24 일자 어느 일간지에서>

어느덧 스님이 떠나신지도 1년이 넘었다.
갑자기 불일암이 가고 싶었지만 갈 수가 없었다. 
어제는 어버이날이어서 지방에 다녀왔고, 오늘은 피곤해서 쉬고 있다. 언제부턴가 석탄일전후로 연휴아닌 연휴처럼 되어 버렸다. 휴토가 생겼는데도 쉬는 날은 부족한 것인가?
우리가 그만큼 옛날보다 훨씬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것인가?
석탄일이 내일이지만 절에 갈 생각은 할수가 없다.
아마도 전혀 엉뚱한 날에 그곳을 찾아가게 될 것 같다.
원래 후기를 달고 싶은 책은 ’무소유’였는데 너무 후기가 많다보니 리뷰달기메뉴가 없어져서 위책의 제목을 빌어왔다.
내일은 석탄일로 적멸, 고요한 산사가 아닌 그야말로 인산인해속에서 허부적거리다 귀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예전에 대학때 어머니와 절에 갔던 추억이 선연하다. 어머니는 무엇을 간구하셨는지 자뭇 경건한 분위기였기 때문이다. 나도 그간 지은 죄를 속죄하는 마음으로 부처님께 잘못을 빌고 소망을 빌었다.

 내일 절에 못가는 대신 불일암과 빠삐용의자, 법정스님의 마지막 말씀을 듣는 것으로 대신했다. 법정스님의 중학교때 일화이다. 급우들과 귀가중에 한쪽팔이 없는 엿장수의 엿을 값보다 덜 치루고 더많은 엿을 친구들과 빼돌린 것이 그가 장애자여서 더욱 양심을 괴롭힌다고 말씀하셨다. 큰 잘못은 어쩔수 없다지만 작은 허물이 자신을 괴롭힌다고 회상하고 있다. 자신의 육신을 헌옷에 비유하고 거창한 장례식이나 제사는 남에게 폐를 끼치는 것이라고 사양하고 있다. 내세에 다시 온다해도 불자로서 세상을 살고 싶다고 하시며 , 어린왕자의 별나라 이야기를 하신다. 

오래된 책을 읽다보면 참 희한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1975년 스님이 불일암에 내려가서 쓰신 책이 ’무소유’이다. 근데 그때 당시에도 터미널이 복잡하고 사람의 왕래가 많다느니 하여 번잡스러움이 싫다고 씌여있다. 하물며 이십여년이 지난 지금에야 닐러 무삼하겠는가?

작년에 스님의 입적을 보고 나는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어떤 유명짜한 스님은 거창한 장례식에 대대적인 행사를 가졌음에도 그의 죽음은 너무도 초라하게만 느껴졌다. 그의죽음이 그가 사회에 미친 반향에 비하여 너무도 단출했기 때문이다. 철저히 혼자만의 청빈한 삶을 추구하며 혼자로 돌아간 그의 삶이 오늘의 우리를 말없이 비쳐주고 있다.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