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22일 토요일 아침 7시즈음 나는 창아래로 쏟아지는 눈송이를 말없이 보고 있었다.
그로부터 삼십분 전 즈음 작가 박완서님이 삼성의료원에서 돌아가셨다.

담낭암 투병중 타계한 한국문학의 거목 박완서작가를 기리는 추모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의 빈소에는 23일 시인 김지하, 소설가 박범신, 이승우, 은희경, 김연수, 양귀자씨 등 문인과 지인들이 고인을 추모했다.

고인은 지난해 가을 담낭암 진단을 받고 수술후 치료를 해왔으나, 최근 급격히 병세가 악화돼 80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1931 년 황해도 개풍에서 태어난 그는 서울대 국문과를 중퇴했으며 , 70년 여성동아 장편공모에 소설 ’나목’이 당선되면서 40세에 등단했다.

고인은 전쟁의 비극을 다룬 작품들로 큰 발자취를 남겼으며, 70,80년대 산업화시대에 드러난 욕망의 이면을 날카롭게 파헤쳤다. 또 여성의 억압문제를 통해 세상의 아픔을 그려내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해겨울은 따뜻했네’ ’아주 오래된 농담’ 등의 장편소설과 소설집 ’너무도 쓸쓸한 당신’ ’그많던싱아는 누가 다먹었을까’ ’친절한 복희씨’ 등을 펴냈다. 이상문학상, 현대문학상, 동인문학상, 황순원문학상, 호암예술상과 보관문화훈장을 받았다.

문인들은 트위터를 통해서 고인을 기렸다. 소설가 이외수는 "박완서선생님께서는 이 세상 소풍을 끝내시고 , 저 세상으로 떠나셨다."고 애도했다. 소설가 김영하씨는 "고인이 십년전에 쓴 단편 ’그리움을위하여’ 의 서두인 ’올겨울추위는 유별나다. 눈도 많이 왔다’를 다시 보니 예사롭지않다"면서 "먼길 편히 가소서"라고 바랐다. 인터넷게시판에도 고인의 작품을 추억하는 글들로 가득찼다. 회사원 김미현씨는 "새하얀 눈길따라 가신 선생님의 명복을 빈다."고 말했다.

한편 고인의 뜻에 따라 유족은 부의금을 정중히 사양하고 있다. 발인은 25일이며 장지는 용인 천주교묘지로 정해졌다 /박지원기자(모지에서)  

사족- 박완서님은 부산에 있는 이해인수녀님과 교류해오셨다고 한다." ’ 세상에 사는 우리들은 가끔 수도원에서 가서 쉬면 좋고, 제복을 입은 사람들은 가끔 종교적인 분위기를 떠나 사가에서 지내야만 쉼이 된다’ 고 하시면서 , 그런 집이 필요할 적엔 당신 집에 오라고 초대하시기도 했어요."
1988년 남편과 외아들을 동시에 여의고 유족으로는 원숙,원순,원경,원균등 4녀가 있다.
<작품집>
나목
휘청거리는 오후
꼴찌에게보내는갈채
배반의여름
여자와남자가있는풍경
도시의흉년
엄마의말뚝
살아있는날의시작
그가을의사흘동안
서있는여자
그대아직도꿈꾸고있는가
미망
나는왜작은일에만분개하는가
저문날의삽화
나의가장나중지니인것
그해겨울은따뜻했네
그많던싱아는누가다먹었을까
그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그남자네집
환각의나비
너무도쓸쓸한당신
호미
세가지소원
세상에태어나길참잘했다
빨갱이바이러스
못가본길이더아름답다




박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