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을 간만에 읽었다. 신간이 나왔다는 소식에 아무런 정보도 없이 신청했다.

히가시노 하면 추리인데 그의 추리는 나와 입맞이 맞는다. 난 추리가 유치하거나 아니면 너무 잔혹?해서 좀 꺼려하는 경향이 있는데

히가시노의 소설들은 추리인듯 하면서 아닌거같기도 하고 그냥 따뜻한? 드라마같은 느낌이라 좋아한다.

"아빠에 대해서 아는 게 하나도 없잖아. 형ㅇ사들이 묻는 말에 뭐 하나 제대로 대답도 못하고, 모른다. 들은 적 없다. 본 적 없다. 순 그런 대답뿐이잖아. 형사들이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겠어?" - 93 -

살해당한 아빠 아오야기 다케아키에 대해 경찰이 묻는 말에 무엇 하나 대답할 수 없는 가족들. 

딸의 이 대사를 보면서 과연 나는 어떻까? 우리 가족 중 누군가에게 일이 당해 경찰이나 다른 사람이 질문한다면 난 과연 제대로 답할 수 있을까? 그가 평소 누구와 친하고 어떤 일을 좋아하고 최근 고민은 뭐였고 등등 과연 난 .. 특히 아빠에 관해서 난 대답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가장 가까이에 있는데도 가장 잘 모른거같단 생각이 든다. 관심이 없는건지 대화가 없는건지... 아빠뿐만 아니라 같이 살고 있는 남편에 대해서도 난 과연 대답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난 나와 친하다는 사람들에 대해 과연 제대로 알고 있는건지... 내가 보고픈 것만 보고 이해하고 있는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건 때문에 마음이 몹시 괴로웠나 봅니다. 어쨌든 피해자측인데 주위에서 이러쿵 저러쿵 말이 많았으니까 말이죠."

"살인 사건이란 게 암세포와 같아서 일단 생겼다 하면 그 고통이 주위로 번진단 말이지. 범인이 잡히든 수사가 종결되든, 그 고통에 의한 침식을 막기가 어려워" - 249 -

"건강할 때 나눈 약속 따위는 아무런 의미가 없어요. 가가씨는 사람의 죽음과 마주한 적이 있나요?"

"가가 씨가 본 것은 시체지 살아 있는 사람의 죽음이 아니에요. 저는 죽어 가는 사람들을 수없이 봐 왔어요. 죽음을 눈앞에 두었을 때 사람은 본래의 마음으로 돌아가죠. 자존심이나 의지 같은 것을 다 버리고 자신의 마지막 소원과 마주하게 돼요. 그런 그들의 마지막 메시지를 마음에 받아들이는 것은 살아 있는 사람들의 의무예요. 가가씨는 그 의무를 소홀히 했어요. " -  313 -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셋이서 사실을 있는 그대로 털어놓고 그 죄값을 치를 생각이었어요. 그러지 않으면 저희가 제대로 된 어른이 될 수 없을 것 같았어요."

"용케 그런 사실을 깨달았구나.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저지르지. 중요한 건 그 실수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야. 도망치거나 외면한다면 똑같은 실수를 다시 저지르게 되는 법이란다." - 39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