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보면,

 모든 속도가 슬프다...

     김주대 [슬픈속도- 도둑고양이 3]

  내가 설령 이 시를 읽었다 하더라도, 이 책을 읽지 않고 보았다면 아마도 별 감흥 없이, 별 뜻없이 지나쳤을지도 모른다.

이 글귀를 본 후 징그럽고 무섭기만 했던 도둑 고양이의 날랜 움직임이 왠지 서글프고, 왠지 슬퍼 보이고,  고개를 돌리던 도둑 고양이의 모습을 가만히 응시하게 되었다. 그리고 도둑 고양이라는 이름 자체를 인간이 붙였을 뿐, 그들은 그저 살기 위해 투쟁하는, 고단한 인생을 살아가는 생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깨닫게 되었다. 저자인 박웅현이 하려는 "글을 채득해서 세상을 보는 넓히는 것, 그것이 독서이다"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말이다.  그저 무섭던 도둑고양이로부터 동지애를 느끼는 것... 아마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느껴보지 못한 감정을 것이다.

저자는 책읽기란 과시하기 위해, 빠르게 글을 훍어 내리고 줄거리를 파악하는 수준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속도가 느리더라도 한 글자,  한 문장을 음미하며 내 뜻대로 해석해 보고 체득하여 세상을 보는 시선, 세상에 대한 사고 방식을 바꾸라고 이야기한다. 그를 위해 자신만의 독법을 알려주는 것이 바로 이 책 "다시, 책은 도끼다" 이다.

전작인 "책은 도끼다"를 보고 독서라는 것에, 책을 알게 되는 것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면, 이 책을 통해 책을 씹어 먹는 것에, 글귀를 필사하여 두고 두고 곱씹어 보는 것의 매력을 알게 되었다. 소개되어 있는 글들 하나 하나가 어찌나 마음에 와서 박히는지.. 그러면서도 지금까지 내가 급하게 읽었던, 읽은 후 읽었다는 이유로 내던져버렸던 책들 안에는 얼마나 많은 주옥같은 글들이 숨어 있을까. 하는 생각에 아쉽기만 하다.

 지금부터라도, 이제부터 만나는 책들은 그렇게 놓쳐 버리지는 않을 것 같다.

 나의 독서 태도를 돌아보게 하는 것 뿐 아니라, 소개된 책과 글도 너무 멋지다.

생각지도 못했던 책에서 튀어나온 구절들은 이미 세상을 보는 나의 시선을 바꿔 놓았고, 반 쯤은 내것이 되었다.

"이도 저도 마땅치 않은 저녁.

 철 이른 낙엽하나 슬며시 곁에 내린다.

 그냥 있어볼 길 밖에 없는 내곁에

 저도 말없이 그냥 있는다.

 고맙다.

 실은 이런것이 고마운 것이다.

                  - 김사인 [조용한 일] - 

"보고 듣기를 바라는 사람이라면 서둘러서는 안된다.

 서두르면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아무것도 듣지 못할 것이다"

    

쇼펜하우어의 '문장론', 미술과 역사를 접목시킨 미술 역사서 '시대를 훔친 미술', 괴테의 '파우스트'까지.. 다양한 종류의 책이 소개되어 있어 이 책만 읽어도 마음이 풍족해 질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지름신이 이렇게 또 오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