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턴 에릭슨은 심리학계에서 그리 잘 알려진 인물은 아니다. 꽤 오랫동안 관련 분야를 공부해왔다고 생각한 나에게도 꽤나 생소한 이름이다. 하지만 그는 고의든, 고의가 아니든 이후 심리 상담 분야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었으며 특히 최근 유행한 NLP(신경언어프로그래밍) 분야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게 된다.

  추후 알아보니 그가 제자를 키우는 것, 자신의 학파를 형성한는데 크게 관심이 없었던 모양이다. '나는 상담을 000라고 생각한다'라고 주장한 적도 없고 고집을 부린 적도 없다. 그저 환자의 증상이나 성향에 맞게 그때 그때 방법을 달리하여 적용한다. 물론 원칙은 있다. 바로 그 환자의 무의식을 자극하고 허를 찌르는 것이다. 처음에는 최면 치료를 했던 사람이라고 해서 고전적 의미의 최면을 생각했으나  그건 아니다. 그저 그사람의 무의식을 자극하는 수준의 최면을 의미한다. 그리고 반드시 최면만을 강조하지 않는다.

 이 책은 밀턴에릭슨이 치료했던 다양한 사례를 들어 다양한 기법을 설명한다. 에릭슨이 사용항 방법은 상당히 기발하고 다양하며, 같은 방법이 거의 없어 얼핏 보면 괴짜의 치료법인 듯 보인다. 하지만 그가 환자에게 건낸 말 한마디, 쓸에 없어 보이는 과제 하나에도 숨겨진 의도가 있으며 그 의도는 바로 환자의 무의식을 자극하여 스스로 치유의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돕는 것이다. 그래서 그의 치료의 이면에는 환자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다. 마치 미드 "멘탈리스트"나 "라이투미"를 보는 것 처럼 사람의 행동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고 관찰한 후 심리적 특성이나 무의식적 욕망을 꿰뚫어보고 이를 치료에 적용한다. 원만한 이혼을 원하는 남자, 외도하는 부인, 우울증에 걸린 남성에 대한 접근 사례를 이를 잘 드러낸다.

  또한 환자의 증상을 역으로 해석하고 재구성하게 만든다. 오랜 기간의 통찰, 해석을 하기보다는 현재의 증상을 재구성해 볼 수 있도록 하여 자신의 통찰하게 만든다.

  이 책은 이러한 사례를 통해 심리치료시 고민해야 할 지점을 설명해 주기도 하지만, 에릭슨이 지닌 유머러스하면서 융통성있는 모습을 잘 드러내준다. 심리치료를 하는 사람들이 쓴 책 치고 이렇게 자기 오픈을 많이 한 책이 있었을까 싶다. 자녀들을 교육한 사례를 예로 들고 있는데, 이를 통해 어떻게 환자들의 증상을 다를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에릭슨이 자녀들이나 환자들에게 내준 과제나 암시적 언급은 그 자체로 유머를 담고 있다.

  경직된 심리학자의 자세에 얽매이지 않고 일상을 파고드는 통찰과 그를 이용한 기발한 치료들.

 상담을 전공한 사람이라면 알아야 할 학자가 아닐까 싶다.

처음에는 당췌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되고 에릭슨 특유의 비유법 때문인지 이해되지 않는 문장이 갑자기 튀어나와 읽어가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읽으면 읽을수록 나도 모르게 에릭슨의 합축적인 표현에 익숙해지고 그의 유머에 빨려 들어가면서 사례 하나하나를 몰입해서 읽게 되었다.

  그중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은 책의 후반부에 나오는 에릭슨이 시행한 자녀 양육과 관련된 이야기이다. 자녀들은 모두 에릭슨만큼이나 유머러스하고 자신감 있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그리고 아이를 다룬 에릭슨의 방식도 소개되어 있으니.. 한번 쯤 관심을 갖고 볼 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