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기회를 기다리는 동안 닳고 달아 지금의 내가 아니게 되는 것 역시 또 다른 형태의 죽음이야. 

 나는 내가 지금처럼 날카로울때 죽고싶다"

"완성된 사회라는 것은 구성원 또는 계층 간의 가등이 완전히 사라진 사회를 의미하지 않는다. 완성된 사회는

  그런 갈등과 모슨이 어느 범위 이내에서 더 커지지 않는 상태로 계속 지속될 수 있는 사회를 의미한다"

"새로운 담론을 제기할 수 조차 없는 환경은 우리 세대의 가치관에도 예상치 못한 영향을 미친다. 이른바, 표백세대의 등장이다. 이 세대에게는 실질적으로 어떤 사상도 완전히 새롭지 않으며, 사회가 부모나 교사를 통해 전달하는 지배 사상에 의문을 갖거나 다른 생각에 빠지는 것은 낭비일 뿐이다. 그런 시도는 기껏 잘돼봤자 기존 지배 사상이 얼마나 심오하고 빈틈없는지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는 효과만 낳는다."

 이 소설은, 적어도 나에게 있어서는, 88만원 세대보다 더 쇼킹했고, 절실했고, 공감할 수 있었던 그런 사회 고발 소설이다.

소설은 크게 두 트랙으로 진행된다. 하나는 나라는 화자를 중심으로 '세연'의 이야기를 그리는 축이 있고, 재키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한 새연의 자전적 소설이 또 다른 축을 차지한다.

나는 객기도 있고, 욱하는 성질도 있지만 그래도 꽤나 순응적인 20대 초반의 대학생이다. 불의를 보면 화를 내기도 하고, 적당히 타락하기도 하지만, 또 적당한 타협점을 찾기도 할 줄 아는, 지나친 탈선을 두려워할 줄 아는 사람이다. 그런 나는 대기업에 입사한 선배들이 학교에 찾아와 '뻐기는 듯한' 표정으로 후배들을 가르치려고 하고, 또 그런 선배들을 동경의 눈을 쳐다보는 동기들의 모습에 베알이 꼬여 선배에게대들고, 그 과정에서 세연, 휘영, 병권과 만나게 된다.

세연은 상당히 예쁘면서 지나치게 똑똑하고, 관조적인 듯 하면서 불안정하고 도도한 여자이다. 그는 나완 휘영, 병권에게 큰 영향력을 끼치며 50센티미터도 되지 않는 호수에서 자살한다. 그것도 삼성전자 특채에 합격하고 말이다. 세연은 자신의 죽음이 "자신의 삶을 비관한 죽음"이 아님을 항변하며 "세상에 메세지를 주고자 하는 자살"임을 분명히 한다. 그리고 세상을 바꿀 거대한 계획을 준비한다.

소설은 현대 젊은이의 자화상을 여과 없이, 지나치게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현대 사회는 일정 수준의 갈등이 지속되는 완성된 사회이다. 상당한 갈등과 모순이 존재하고, 그 모순은 현 세대를 사는 젊은이들을 경쟁과, 자괴감으로 몰아내지만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말로 당연한 것으로 몰고간다. 새로운 담론이나 움직임은 오히려 현재의 사회가 완성되어 있음을 강조해 주는 꼴이된다.이러한 사회 속에서 타협하거나 순응하거나 절망하는 등의 방식으로 적응하고, 그들은 이 시스템 안에서 기성세대가 된다. 그리고 새로운 새대는 또다시 절망, 좌절, 자괴감, 지나친 경쟁, 무가치라는 터널을 거쳐 시스템의 한 구성이 된다.

휘영은 현 사회에 순응한다. 나는 적당히 타협한다. 세연과 병권은 극단적인 방법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한다. 그리고 그들을 쫒는 많은 무리들이 생겨난다.

그러나.. 어떤 선택도 결코 행복하지는 않다.

그래서 책을 읽고 난 뒤에서 매우 씁쓸하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를 이 책은 상당히 재미있게 풀어내고 있다. 흡사 박민규씨의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이었달까..

최근 정신없이 빠져들이 읽은 몇 안되는 책 중에 하다.

재미있으면서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 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