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초등학교를 다닌 나는, 그야말로 콩나물시루같은 교실에서 수업을 받았다. 한 학년이 16반가까지 있었으며 그나마도 자리가 부족해서 오전반, 오후반으로 나누어 수업을 들었었다. 그러다가 초등학교 2학년 무렵 근처에 초등학교가 하나 더 생겨서 학생이 반으로 나뉘었다. 그리고 그 즈음 푸세식으로 구멍 하나만 뚤려 있던 재래식 화장실이 수세식 화장실로 바뀌었다. 그리고 그때 소문은 노태우가 대통력이 되면서 학교 화장실을 신식으로 바꾸어 줬다고 했다. 당시 우리집에는 노태우 이름이 적힌 보자기, 재털이 등이 엄청 많았고, 꽤나 잘 생겨 보인 노태우 대통력은 정말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3김이다 어쩌다 하는 사이 김영삼 대통령이 취임했고, 김영삼 대통령의 화려한 이력이 나오는 영상을 보면서 "대단한 사람이구나" 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당연히 대통령을 존경했다. 그리고 좀 있다가 서울 시장 후보로 박찬종 이라는 사람이 나왔으며 일대 열품을 일으켰으나 조순이 서울 시장으로 당선됐고, 난 또 '좋은 사람이 되었구나' 생각했다.

그러다 고등학교 어느 겨울 방학때, 하릴없이 이책 저책 읽다가 아리랑, 태백 산맥이라는 대하 소설에 도전했고, 각 10권에 해당하는 책을 다 읽었다는것이 뿌듯해서 더 긴 장편은 없을까 찾던 중 "제3공화국 제5공화국' 시리즈가 눈에 띄었다. 하필 그 당시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가 인기를 끌고 있었으니 소설속에서 멋지게만 보였던 '박정희'가 주인공(?)인 공화국 시리즈에 도전을 시작했다.

그 때부터 나의 현대사 산책이 시작되었다. 책 속의 내용이 실제에 기반했다는 사실은 "우리나라는 당연히 좋은나라"라고 생각했던 나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너무나도 낯설었다. 그 세상은 내가 알던 우리 나라가 아니었다.

그리고 대학에 들어가 도서관에서 읽은 무수힌 많은 역사 책들, 특히 현대사 기록은 충격과 공포 그 자체였다. 사회시간에  5,16, 5.18, 6.10 등 기계적으로 외우던 숫자들의 무게는 고개를 돌리고 싶을 정도로 크게 다가왔고..

난 정말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역사가 모여 현실이 된다는 사실을 당시 나는 몰랐었다

지금 내가 사는 세상을 과거에 바탕이 되고, 지금 우리 나라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들은 과거의 연속선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때는 몰랐다.

나이가 들어 세금을 내고, 아이를 키우면서 나라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내 일상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알게 되었고, 지금의 나라의 움직임은 과거와 단절된 것이 아니라는 점도 알게 되었다. 고등학교 때 충격적으로 보았던 성수대교가 무너진 사건이나 삼풍 백화점이 무너진 사건이 단절된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과거 어느 시점의 그릇된 사회적 분위기가 반영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작년의 세월호 사건이나 지금의 메르스 사건이 그 사건 하나로 떼놓고 볼수 없다는 것 역시 알게 되었다.

그렇기에 나는 다시 현대사를 찾아 읽기 시작했고, 유시민의 현대사 이야기는 바로 그 연장선이다.

이 책의 제목은 "나의 현대사 이야기" 이다. 즉, 저자가 몸소 겪었던 현대사이고, 나를 둘러싼 우리 나라의 움직임이다. 책을 읽으면서 나 역시 나의 과거를 돌이켜 보았고, 나라의 움직임 안에서 나를 고민해보았다.

이 책은 유시민 특유의 글쓰기 기법으로 읽기 편하게 현대사를 정리해준다.

그렇기에 현대사를 잘 모르지만 한번쯤을 알고 싶은 사람이라면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