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싸이월드를 열심히 한 적이 없고, [베니]라는 토끼 캐릭터를 알지도 못하고, 구경선 이라는 작가님은 더더욱 알지 못한다. 그래서 사실 이 책이 무슨 내용일지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그냥 도서관에 갔다가 신작 코너에 이쁜 책이 한권 꼽혀 있길래 빌려 왔을 뿐이다.

별 생각없이 빌려온 이 책 덕분에, 오늘 하루 감사라는 주제를 생각해 보게 되었다.

 

작가의 자서전적 캐릭터인 베니는 큰 귀를 가진 토끼이다. 베니는 2살때 열병으로 청각을 잃었으며 지루하고도 지난한 어머니의 교육을 받으며 가까스로 발성을 익히고 독순이 어느 정도 가능해져, 기본적인 의사 소통이 가능한 토끼이다. 비록 들을 수 없고 의사 소통에도 어려움이 있지만, 자신의 재능인 그림 그리기를 살려 떳떳한 그림 작가가 된다. 

흔히 말하는 일반인의 삶을 꾸려가게 된 것이다.

인기도 생기도 돈도 생기도 보람도 생기고 의미도 생긴 하루 하루를 살아가던 중 망막색소변성증 이라는 불치병 진단을 받게 되고, 그나마 세상과 소통을 하던 가장 중요한 감각기관인 눈 조차도 잃게 된다.

 

점점 사라져가는 시력이 그녀에게 준 것은 시련과 불행 뿐만은 아니다.

볼수 있는 오늘에 감사하는 마음.

눈에 보이는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게 느낄 수 있는 행복감.

그리고 새로운 감각의 소중함..

 

예전, 같은 병으로 시력을 잃은 이동우의 '힐링캠프'를 보며 펑펑 울었던 기억이 난다.

당시 아이를 낳은지 얼마 되지 않아 '힘들어 죽겠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면서 이유식을 만들던 시절이었다. 시력을 잃어가던 중 아이를 얻게 되었던 시기를 회상하며 이동우는 '아이의 눈에 이유식 스푼을 넣었을 때 정말 무서웠다. 아이를 밟을까봐 두려웠다"라는 말에 그 아픔이 와닿아 나도 모르게 아이를 부둥켜 안고 울었더랬다.

얼마 전 그가 노래를 부르는 프로그램에 나와 썬그라스를 낀 채 꽤 멋진 목소리로 노래를 불렀고, 그때 언급했던 그 아이는 어엿한 꼬마 숙녀가 되서 나타났고, 나는 힘껏 그를 응원했다. 단순한 동정이나 연민이 아닌 깊은 공감이었다.

 

이 책을 보면서 다시 한번 그럼 공감을 느끼게 된다.

베니는 감각을 잃어 가지면, 우리 역시 살아가면서 하나씩 잃어 간다.

다만 잃어 간다는 것을 잊어 버리고 사는 것일 뿐.

베니가 말하는 일상의 소소함, 버킷 리스트는 바로 Here and Now의 자세가 아닐까 싶다.

 

잃음으로 인해 채워지는 삶에 공감하고

나 역시 오늘 하루 조금은 채워보려 노력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