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 나는 누구를 용서할 자격이 되는가? 나는 누구에게 용서 받을 자격이 되는가? 다른 사람을 용서하지 못해 생기는 괴로움과, 누구에게 용서받지 못해 생기는 괴로움은 크기가 거의 비슷할지도 모른다. 용서에 대한 의미부여가 없다면, 둘 다 개의치않고 생활하련만, 그렇지 않다면 평생 고뇌하면서 살지도 모른다. 세상에 대해 빚을 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이를 사죄하기 위해 봉사나 누구를 지극히 섬기는 일을 하기도 한다. 아니면 오히려 범죄를 자행해 용서받지 못하는 자로 편입되거나. 세상을 살다보면 섬짓섬짓 할 때가 있다. 어떤 실수나 잘못으로 상대방이 큰 곤경이나 위험에 처하게 되었을 때, 그가 나에게 복수를 할 것인가?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반대로 누군가가 나의 길을 막았을 때 나는 그를 용서할 것인가 아니면, 계속 당하고 살 것인가? 지금 정치인들이 틀어놓은 길 때문에 모든 사람은 장애인처럼 걷고 있다. 물길은 살짝만 바꾸어도 진로가 크게 변경되어 다수가 목표했던 길과는 아주 동떨어진대로 향하게 되어있다. 정말 나쁜 놈들 때문에 많은 이들이 병신처럼 살고 있는데, 왜 그들을 단죄하지 못하는가에 대해서는 미칠노릇이다. 용서해서 그런가? 그들이 용서해달라고 해서 그런가? 그들이 주장하는 쓰레기 논리에 당하는 것만 아니고, 법과 제도 그들의 무리에 의해 계속 휩쓸리고 있다. 그 일만 생각하면 가슴을 치며 통곡할 수도 있겠지만, 가볍게 넘겨 버리면 아무일도 아닐 수 있다. 용서란 잊어버림 일지도 모른다. 오히려 용서하기 위해 그 일을 떠올리는 건 더욱더 용서하지 못하게 한다.
국회에서는 또 쓸데없는 일을 기획하고 있다. 무분별한 행동과 비윤리적 일을 자행한 이가 사회적으로 매장되기 때문에 그들의 기록을 없애는 법안을 추진한다는 건데, 참으로 창의적(?)이라고 생각한다.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아예 언급하지 않으면 모르는 일인데, 법까지 만들어서 기록을 없애자고 주장하는 건 다른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이를 악용하겠다는 느낌이 든다. 차라리 용서를 해주지 아예 없었던 일로 하는 건 더 치졸하다. 현재 전산 데이터의 확산 속도로 볼 때, 특정 자료를 지운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게다가 정부에서 통제할 수 없는 저장 영역도 존재하므로 독재 체제에서 언론통제까지 넘보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그들은 왜 자꾸 용서 받지 못할짓을 하면서 사리사욕을 채우는 것일까? 용서를 아예 기억하지 않는 것이라 정의한다면, 그들의 존재조차 알지 못하는 것으로 하고 싶다. 세상에서 필요없는 무가치한 존재로 존재감 없이 사회에서 매장시켜버리는 것이다. 용서에 대해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용서가 필요없다. 용서를 받고 감사할 줄 아는 사람에게만 용서할 필요하다. 올바르고 보편적인 너그로움을 발휘하려면 이 책을 통해 용서의 개념과 의미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