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단체에서 만난 사람과 < 무신론자를 위한 종교 >에 관해 이야기를 하다가 상대방이 < 철학이 필요한 시간 >이 괜찮은 책이라 하여 망설임 없이 주문하여 읽어보았다. 너무 기대하고 읽은 탓인지 약간 아쉬운 점이 있었지만, 여러 양질의 도서를 소개하여 또 다른 많은 읽을 거리를 제공했다. 철학은 일부러 철학 코너에서 고심하면서 골라 읽어야 하는데, 이 책처럼 말장난 같은 글들이 전개되지 않은 책은 발견하기 쉽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철학책이라고 느끼기에는 난이도가 낮은 편이라 에세이나 산문으로까지 생각되었다. 그래도 고민과 사색을 주기에 충분했기에 잠들기 전에 한 번 더 읽는 시간을 갖기고 했다.
방금 재미난 생각이 들었다. "썩소" 썩은 미소의 축약형인데, 우습기도 하면서 슬프기도 하다. 미소는 아름다운 웃음인데, 이게 썩었다는게 말이 되는가? 웃음 중에는 비열한 웃음이라던가 비웃음 같은 무시하는 류의 형태가 있기는 하지만, 미소 자체를 썩었다고 하는 표현은 너무도 말이 안 된다. 아예 단어 자체를 전면 수정해야 한다. 이를 테면, 걍 썩은 웃음 등으로 말이다. 절대 아름다울 수가 없기 때문에, 썩었다는 한자로 朽(후)를 쓰는 것이다. 후소? 부소? 뇌소? 장소? 난소? 뭐 썩소가 입에 익었기 때문에 다른 단어는 어색할 수 있다. 뭐 이런 말도 안되는 이야기들이 철학이겠다. 동양철학처럼 모호한. 같은 질문에 다른 대답이 나오는 그런 이상한 상황이 모호하게 하면서도 생각을 깊게 한다.
요즘 계속 새로운 일들을 찾아 하면서 겪는 고뇌들은 선택의 갈림길에서 힘들게 한다. 많이 피곤하고 귀찮기는 하지만, 지금 안 하면 못하는 것들에 대해서는 도전이 필요하다. 현재를 즐기며 살것인가, 미래를 위해서 부지런히 일할 것인가는 항상 상충하는 가치인데, 적절히 병행하는 삶이 중요하다. 도서에서도 그런 삶을 언급하지만 역시 답은 명확하지 않다. '철학이 필요한 시간?' 요즘은 휴식도 같이 필요하다. 휴식같은 철학이 되어 독자들에게 여유를 주고, 줄줄이 인용된 도서들을 다 읽어볼 수 있게 한다면 더 없이 좋은 시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