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는 필요 없다?  아니...필요하다 [쥐포스타일]

 

 

 

 

제목부터 엽기발랄하다.

언젠가부터 만화나 TV등에서 F4라나 뭐라나 하는 꽃미남들을 일컫는 말이 등장하면서

주로 4명이 어울려 다니는 모임을 통칭하여 부르는 비슷한 말들이 많아졌다.

이번에는 G4, 한글로 쓰면 쥐포인가?

 

아이들이 보기에 바로 깔깔깔 넘어갈 만 하다.

 

이 책은 비룡소 스토리킹 수상작인데

아이들이 직접 읽고 심사위원이 되어 뽑은 책이라고 한다.

그만큼 아이들의 관심사를 잘 반영한 좋은 책인 것 같다.

 

 

책 뒤에는 이렇게 직접 심사한 아이들의 사진이 나와 있다.

이 아이들은 이 책의 어떤 부분에 그렇게 반한 것일까?

 

어린이 심사위원의 강력 추천 한 마디는 다음과 같다.

 

아마도 [쥐포 스타일]에 실린 4편의 연작 중 첫 편만 읽어보아도 아이들이 엄지손을 척 치켜올린 이유를 공감하게 될 것이다.

<나를 소개합니다>에는 11살 구인내가 자기 자신을 소개하는 부분이 나온다.

꿈이 탐정이고 탐정만화책 읽기가 취미인 구인내는 아마도 별명이 구린내라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괄호에다 구린내라고 부르면 죽는다! 라고 해놓았다.

낄낄낄~ 아이들의 입말이 그대로 살아 있어서 딱 11살짜리 내 딸아이의 교실에서  좀 까불거리는 남자아이가 책 속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구인내는 친한 친구 란에 친구 이름을 적는 대신에 필요 없음 이라고 적어 놓았다.

 

아직 4학년이고 한참 친구들과 어울려 놀기 좋아할 나이인데 친구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팍팍 드러내 놓은 걸 보니, 뭔가

마음 속에 상처가 있는가 보았다.

좀 더 읽어보니 구인내가 싫어하는 것은 구체적으로 선생님, 공 부, 친구라고 한다.

 

선생님들이 우리에게 꿈을 가지라고 말하는 건 우리가 꿈을 갖는 게 중요해서가 아니라, 그 말을 하는 게 선생님들이 해야 하는 숙제이기 때문이란 걸 말이다. -13

 

어린 아이들의 눈에도 거울에 비친 듯이 투명하게 보일 정도로 선생님들의 언행 불일치가 드러난다는 뜻이겠지.

마음에 한 톨의 진심도 섞이지 않은 채, 꿈을 가지라고 말해야만 하는 선생님들의 입장이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초등학교 교단에 선 선생님들만은 진정으로 아이들에게 "꿈"에 대해 긍정적인 요소를 심어주어야 하는 것 아닐까.

구인내가 수학 성적이 40점이라 탐정이라는 꿈도 꿀 수 없다며 싹을 짓밟는 선생님이 있는 한, 구인내는 계속해서 선생님을 싫어하게 될 것만 같다.그런 선생님 밑에서 공부를 배우고 있는 아이들은 이 책에서는 선생님의 별 도장을 받기 위해, 현실에서는 선생님의 칭찬과 인정을 받기 위해 스펙을 쌓으려고 발버둥친다.

아직 어리니까 맘껏 놀게 해주고 싶은 부모들은  '경쟁'이라는 단어 하나에 쉽사리 마음이 접혀진 채 아이들을

아무 거칠것 없이 쭉 뻗은 길을 , 눈을 가리운 채 내달려야 하는 경주마 신세와 같이 채찍질하곤 한다.

 

말하자면 구인내는 현재의 교실에 꼭 필요한 요소인

선생님, 공부, 친구

모두를 싫다고 말하는

"반항아"인 것이다.

 

그렇다면 구인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구인내는 탐정이 되고 싶어했는데

그 꿈을 그렇게도 싫어했던 선생님, 공부, 친구가 있는 교실에서

펼쳐보이면서 친구들과 선생님으로부터 인정받기 시작한다.

 

 

 

 

컴퓨터, 한자 자격증, 그외 상 등 스펙의 끝판왕인 나영재

자기소개서에 한 달치 식단표를 적어놓은 것만 같은 장대범,

아역 탤런트를 한다며 툭하면 청소도 빼먹고 가버리는 봉소리

이들은 돌연변이 말굽자석이 일으킨 소동 때문에

구인내와 한 범주에 묶이게 되고

방귀사총사라 불리게 된다.

이름이 좀 촌스럽다며 입에서 몇 번 굴리고 굴려 보다

결국

가스 포, 줄여서 쥐포가 된 그들.

 

구인내는 탐정으로서 실력을 과시한 첫 사건에서

'방귀 탐정'이라는 좀 명예롭지 못한 별명을 얻게 되었지만

그것과 함께 쥐포 친구들도 얻게 되었다. 아직 어색하긴 하지만 친구라는 걸 한 번 사귀어 보기로 했다는 말로 미루어 보아,친구가 생긴 것이 그렇게 싫지만은 않은 눈치다.

 

곧이어 구인내가 두 번째 실력을 발휘한 <책무덤> 이야기는

공부 잘하기로 소문난 나영재의 집에서 일어난 일이다.

공부와 책, 책, 책 만을 외치던 나영재의 엄마는 친구들이 놀다간 뒤 영재가 집에서 사라졌다며 찾아달라고 호소하는데

구인내는 영재가 사라진 쥐포를 이끌고 갔다가 "책무덤"을 찾는다.

가정의 불화는 아이에게 직격탄을 날린다.

아빠의 부재로 손톱에다 기분변화를 나타내고 아이에게 책만 읽기를 종용하는 엄마가 있는 한,

영재는 책 속에 묻혀 지내는 것이 더 행복했을 것이다.

 

이 외에도 학교에서 여자친구들이 모둠에 끼워주기 싫어했던 아역 배우 봉소리의 눈물나는 현실생활 적응기를 친구들에게 알리는 <<빛나는 거지>, 기상천외한 방귀 대회의 명암을 그려낸 <방귀 정복자>등이 이어진다.

 

쥐포스타일이란 별명이 탄생하게 된 계기가 "방귀"였다는 것이 아마 이 책의 가장 큰 매력 포인트가 아니었나 싶다.

점잖은 척, 잘난 척 도도하게 앉아만 있는 아이들이 주인공인 책이었다면

어린이 심사위원들은 이 책에 손을 번쩍 들어주지는 않았을 것이다.

모두 다 기피하지만 뒤로는 은근슬쩍 좋아하고 방귀에 "방"자만 들어도 푸하하

웃음을 참지 못하는 발랄한 10대들에게

이보다 더 재미있는 소재는 없을 것 같다.

 

약간은 무겁고 어두운 소재일 수 있는

선생님, 학교, 친구를

방귀를 매개로 하여 웃음기 팍팍 실어가며 밝은 곳으로 끌어낸 멋진 책이다.

 

아마 구인내는

탐정으로서의 자질을 맘껏 뽐내는 동안

"친구"는 필요없다는 생각을 180도 바꾸게 되었을 것이다.

 

"친구는 필요 없다...? 아니!! 있다!!"

 

우리 아이들도 학교, 부모의 기대감에 짓눌리지 않는 아이라 되었으면 한다.

친구들과의 사이에서도 서로서로 경쟁하느라, 시기, 질투하느라 서로를 경계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나름대로 스트레스 받는 일이 생기긴 하겠지만 그 때마다

구인내를 생각하면서

시원하게 방귀 한 판~

부~앙~ 뀌고 다 날려버리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