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 있는(?) 책 사용법 [책으로 똥을 닦는 돼지]

 

 

#새로운 책 사용법, 없을까?

 

자연스레 책을 가까이 하면서 스스로 책을 찾아 읽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재미있는 책, 보고 또 보고 싶은 책을 골라 줘도 외면하는 아이가 있다.

전자의 경우에는 부모로서 별다른 신경을 안 써도 되지만 후자의 경우에는 '어떻게 하면 책을 가까이 하게 할 수 있을까'를 밤낮으로 연구해야 한다.

나의 경우에는 첫째 아이가 전자, 둘째 아이가 후자에 해당하기에 둘째 아이 때에 와서야 '책 사용법'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게 되었다.

들째 아이를 무릎에 앉혀놓고 책을 재미있게 읽어주기도 하고  <신데렐라>나 <백설공주>같은 책은 실제로 장면을 연기(?)하게 해서 아이들만의 책으로 만들어주기도 했다.

책으로 병풍만들기, 책베개는 기본 중의 기본이었다.

[책 먹는 여우]가 나왔을 때는 책에 소금과 후추를 쳐서 씹어먹는 여우 캐릭터가 너무 재미있고 신기해서 아이와 함께 여러 번 읽고 뮤지컬까지 찾아 보기도 했다.

책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어떤 새로운 활동을 해 볼 수 있을까...

슬슬 새로운 방법의 후보가 줄어들고 있을 때쯤.

 [책으로 똥을 닦는 돼지]라는 책이 나왔다.

 

 

 

제목부터 쇼킹한 이 책에 우리 아들은 아니나다를까, 금방 흥미를 보였다.

글밥도 1학년 수준에 맞는 것 같고, 그림도 위트와 유머가 넘치며, 특히나 남자아이들이 듣기만 해도 까르르 넘어가는 '똥'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기에 더욱 좋아하는 것 같았다.

일단 흥미유발에는 성공!

어떤 내용인지 살펴보면...

 

#책으로 똥을 닦는다고?

 

오래 전 버드나무 마을 동물들은 책을 많이 읽었는데 점점 책을 읽는 것보다 흥미로운 책 사용법을 알게 되면서 책을 읽지 않게 되었다.

이제는 아무도 책을 읽지 않고 심지어 책이 읽는 물건인지도 모른다.

꼬마 돼지 레옹은 아침에 일어나 시원하게 똥을 누고는 북북 책을 찢어 엉덩이를 닦는다.

"역시, 똥 닦는 데 책이 최고야!"

 

뱀 할머니는 책을 머리에 이고 다니기도 하고 꼬리에 말아 쥐고 다닌다.

곰 아저씨는 두꺼운 책을 베고 잔다.

개구리들은 책을 순서대로 높이 세워서 펄쩍펄쩍 뛰어넘는 연습을 한다...

이것은 바로 이 마을의 시장님이 '책 사용법' 대회를 시작한 뒤로부터 일어난 일들이다.

 

어느날 감기에 걸려 누워 있는 친구 고양이 샤샤 대신에 망원경을 시장님 방에 다시 갖다놓으려던 돼지 레옹은 시장님의 "비밀의 방"에 들어가게 된다.

시장님의 방에는 레옹이 평생 똥을 닦아도 다 못 닦을 책들이 꽂혀 있었는데,

더욱 놀라운 것은 시장님이 키득키득 웃기도 하고, 심각한 표정을 짓기도 하면서 책을 읽고 있는 것이었다.

시장님은 웬일인지 행복해 보이기까지 했다.

시장님의 비밀을 알게 된 레옹은 집으로 달려가 곧바로 책을 "읽어" 보았다.

 

"세상에! 세상에! 책이 이렇게 재미있는 거였다니! 그동안 내가 얼마나 바보짓을 한 거야!"-52

 

 

레옹은 이제 알게 된 커다란 비밀을 어떻게 마을 동물들에게 알릴까?

버드나무 마을 동물들은 시장님 혼자만 알고 있던, 책을 사용하는 "진짜" 방법을 알게 될까?

책으로 똥을 닦던 꼬마 돼지 레옹은 마을의 영웅이 될 수 있을까?

 

 

#반전 있는 책 사용법

 

[책으로 똥을 닦는 돼지]에서는 정말 반전 있는 책 사용법이 많이 소개된다.

'책은 읽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에 갇혀 있던 아이들은 책으로 똥을 닦는 돼지 레옹을 만나는 순간부터 책 사용법에 대한 스트레스를 날려버릴 수 있을 것이다.

나무 늘보 할아버지는 책을 나뭇가지에 걸쳐놓고 바람을 일으키길 기다린다.

쥐 아주머니는 자라는 이빨을 위해 책을 갉아 먹는다.

비버 아저씨는 집 짓기에 책을 사용하고, 고슴도치 자매는 책으로 미끄럼틀을 만든다.

다람쥐 부부는, 그리고 늑대 요리사는 또 책을 어떻게 사용할까.

각각의 동물 입장에서 최선을 다해 책을 사용하는 방법은 기상천외하다고밖에 할 수 없다.

동물들의 관점에서 책을 보는 경험을 해보고 책은 심각하게 읽기만 하는 게 아니구나, 하는 것을 아이들이 깨달을 수 있을 것 같다.

먼 길을 돌고 돌아 결국은 "책은 읽는 것"이라는 해답에 이르기는 했지만 그 과정을 유쾌하게 풀어냈기에 아이들은 주입식 교훈이 아닌, 생생하게 살아 있는 교훈을 얻게 될 것이다.

부모들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잔소리하면서 아이들에게 새겨넣도록 하고 싶은 것이 '독서의 중요성'인데 이 책을 함께 읽으면 잔소리가 쏙 들어갈 것 같다.

아이들은 책 속 동물들의 모습에 처음에는 동질감을 느끼다가 나중에는 저절로 책을 읽고싶어 할 것이다.

반전 중의 반전이 아닐 수 없다 .^^

책으로 똥을 닦는 돼지 레옹같은 심각한 상태에 있는 우리 아들도 책 읽는 재미를 알게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