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의 비극>

<13계단>,<제노사이드>로 이미 유명한 다카노 가즈아키의 신작이다.

이미 읽은 이들의 리뷰에서는 과거 심은하가 주연했던 드라마 M의 내용을 떠올리게 한다는 내용이 주를 이루었다.

그렇다면 소재는 낙태?

 

일단은 제목의 비밀부터 벗겨보자. K·N의 비극...이라.

책을 읽기 전부터 무지 궁금했던 터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K·N은 나쓰키 가나미, 나카무라 구미. 두 명의 여성들의 이니셜을 딴 것이고 K·N의 비극은 가나미의 남편 슈헤이가 아내를 위해 과거의 자료를 찾던 중 알아내게 된 잡지 기사의 제목이다.

 

두 여성은 어렸을 때의 친구였다.

그러다 사는 환경이 달라지고 학교에 진학하게 되면서 떨어져 지낸 지 꽤 되었던 것인데...

 

가나미는 젊은 나이에 <쾌적하게 사는 법>이라는 책을 내고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남편과 함께 행복한 신혼을 만끽하고 있었다. 그리고 베스트셀러 기념 파티날 남편과의 사이에서 아이를 잉태하게 된다. 아이를 가졌다는 말을 하면 당연히 기뻐할 줄 알았던 남편은 의외로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며 “확실한 거야?”하고 되묻는다. 그 때 가나미의 감정은 무지무지 섭섭하고 서운했을 터. 저주와 원한에 사무친 아내의 원념을 듣지 않으려면,,,제발. 아이가 생겼다는 소식을 듣는 순간에 머뭇거리지 말기를...

베스트셀러 작가의 반열에 들기는 했어도 인세 수입금을 전부 집을 마련하는 데 쏟아부은 남편 슈헤이는 아이가 생겼다는 사실을 마냥 반길 수만은 없었다. 이제 집을 마련하고 아내의 맞벌이 수입으로 그럭저럭 여유있게 살면서 작품을 써나가길 기대했었는데, 덜컥 아이라니...여러 가지 경제적인 사정을 계산해보던 슈헤이는 아내 가나미에게 임신중절을 권유한다. 가나미는 흔들리고 있었으면서도 힘없이 순종한다. 여성에게 있어 낙태라는 말을 꺼낸 그 순간은 여성의 존재 이유를 송두리째 흔들어 놓는 순간이 될 수도 있음을...

그 때부터 가나미와 슈헤이는 안팎으로 이상한 일을 겪기 시작한다. 슈헤이는 초자연적 현상이니 빙의니 하는 말에 더 이끌리게 되지만, 일단 아내 가나미는 정신과 의사 이소가이에게 맡기기로 했다. 마침 맡고 있던 환자가 자살미수 사건을 일으키면서 이소가이는 휴직을 하게 되고 의사로서의 인생에 커다란 위기를 맞이하게 되는데, 슈헤이의 부탁으로 가나미 건을 맡아 주기로 한다. 그러나...이소가이는 곧 자신의 결정이 너무 안이한 태도에서 기인한 것이라는 것을 알아채게 되는데...

어디서 접점이 이루어졌든, 가나미의 몸에 들어온 것은 과거 어린시절 가나미의 친구였던 나카무라 구미라는 존재.

가나미의 몸에 들어온 구미는 어떻게든 아이를 없애려는 슈헤이에 맞서 아이를 지켜내려고 한다. 비록 그 표현 방법이 무시무시했을지는 몰라도 그렇게 해서라도 아이의 생명을 살리고 싶은 어머니의 마음이 애절하게 녹아들어 있어 구미의 언행이 그렇게 무섭게 느껴지진 않았다.

아니다, 역시나 무서울까? 한밤중에 읽는다면 무섭다는 생각이 들지도...^^

 

 

집집마다의 사정에 의해 낙태, 중절 당해 죽은 어린 영혼을 사망자의 순위에 끼워넣는다면 사망 1위라는 무시무시한 말.

임신 몇 주 이하로는 엄마의 뱃속에서 잉태되어 자라고 있음에도 기본적으로 인간이라는 범주에 들지도 않는 생명의 씨앗.

논란의 여지가 많은 윤리적 문제점을 안고 있는 이 이야기가 소설을 통해 널리 회자되어 인간이 인간으로 살 수 있는 기회에 대해 고민할 거리를 제공해 준다.

이야기의 힘에 이끌리어 순식간에 읽어내려갔더니, 가볍지 않는 무게감을 남기고 있는 책.

한여름밤에 땀을 식히기 위한 책으로 안성맞춤이긴 하지만, 역시나, 혼자 있을 땐 무섭다!!

 

K·N의비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