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바뀔 때마다 해야할 일이 있다. 바로 옷장 정리.
얼마전에 이사를 하면서 또 한번 대대적인 옷장 정리를 할 수 밖에 없었는데 잦은 이사로 안 입는 옷들을 많이 버려왔음에도 이번에도 입지 않는 옷들을 많이 버렸다.
그렇게 정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몇년 동안 한번도 입지 않은 옷들인데 아직 버리지 못한 옷들이 옷장을 차지하고 있다. 아까워서 버리지 못하는 것들이다. 세월이 흘러서 딸아이가 자라서 어른이 되었을 때 엄마 옷장에서 빈티지 스타일로 꺼내입기를 바라면서 몇 벌은 고이 간직하고 있다.

옷장을 정리하면서 또 옷을 사면서 느끼는 것은 매번 옷을 사는데도 왜 계절이 바뀔 때마다 입을 옷이 없어서 고민하는 것일까. 유행에 민감한 스타일의 옷을 사지 않아도 시즌마다 새로운 트렌드가 형성되어 새 옷들이 끊임없이 나오니 갖고 있는 옷들이 한순간에 촌스러운 스타일이 되어버린다.
그리고 나이가 들면서 체형이 바뀌고 얼굴도 변하니 패션도 점점 변하게 되는 것 같다.
누구나 옷을 잘입고 세련되게 보이고 싶지 촌스럽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특히 여성이라면 더욱더 그러할 것이다.
어떤 분야에 대해 잘 알면 그 분야에 관해서는 자신감이 생기기 마련이다.
패션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패션을 알면 자신에게 어울리는 스타일을 찾아서 스타일링하기 쉬울 것 같아 읽게 된 이 책은 패션에 관한 이야기를 다양하게 알려주고 있다.
패션을 대하는 자세부터 패션 브랜드, 시대별 패션의 변화, 패션 용어, 패션 아이템 등을 지루하지 않게 술술 읽을 수 있도록 재미있게 이야기하고 있다.
체형에 맞게 입는 코디북이나 유행하는 잇아이템을 소개하는 책이 아니라 패션에 관한 소양을 갖출 수 있도록 해주는 책이다. 책을 읽다보니 왜 이 책을 <지식인의 옷장 - 알고 입는 즐거움을 위한 패션 인문학>이라고 제목을 지었는지 알 수 있었다.
패션 인문학이 이 책을 한마디로 정의하기에 가장 적합한 단어가 아닐까 싶다.

패셔너블한 사람이 되기를 꿈꾸지만 변화를 두려워하고 어색할까봐 늘 비슷한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다.
옷장에 걸려있는 옷들도 비슷한 스타일과 색상이 대부분이다.
쇼핑을 하면서 평소와 입고 있는 옷과 확연히 다른 스타일의 옷이 마음에 들지만 만지작 거리다 고민만 하고 돌아섰던 경우가 얼마나 많았을까.
긴 머리를 싹둑 자르고 앞머리도 자르고 싶은데 생각으로만 그치길 지금도 무한 반복중이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스타일에 변화를 줄 용기가 조금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