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 때 주말이면 새로운 요리를 하나씩 만들어 보면서 요리 실력을 쌓아갈 때 베이킹에도 관심이 갔다.
각종 베이킹 책을 보고 블로그 레시피도 참조하면서 비교적 쉬운 쿠키와 파운드케이크 종류를 만들다가 내친김에 발효빵까지 도전했다가 손목이 나갈뻔했던 경험이 있다.
제빵기도 없이 전자 거품기도 없이 무모하게 손으로 다 치대고 거품 내면서 힘들여 2차 발효까지 해가며 빵 하나 만드는데 서너 시간 이상을 투자해서 겨우 만들었는데 작고 열악한 오븐 때문인지 돌덩이처럼 딱딱하게 구워진 빵을 먹어보고서는 그 뒤로 베이킹은 절대로 하지 않았다.

베이킹을 그만둔 또 다른 이유는 버터와 설탕을 너무 많이 먹게 된다는 점이었다.
요리할 때 설탕 대신 매실액이나 올리고당을 주로 사용했기에 평소 설탕 섭취량이 많지가 않았는데 베이킹을 하면서 1kg 설탕 한 봉지는 우습게 먹게 되었다. 버터와 설탕의 섭취량에 비례해 몸무게도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베이킹을 중단했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간식으로 자주 호떡믹스를 사다가 호떡을 구워주는데 호떡 역시 설탕을 참 많이 먹게 되는 단점이 있다.

아이들이 쿠키 만들어보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지만 한 번도 같이 만들어본 적이 없었다.
버터와 설탕의 섭취가 걱정되어서 늘 망설였는데 이번에 만나게 된 책<아이와 함께 간단 베이킹>은 버터를 사용하지 않고 설탕의 양도 확 줄인 레시피가 마음에 들어서 아이들과 함께 쿠키와 머핀을 만들어보았다.
이 책에 나오는 레시피가 대부분 간단하지만 그중에서도 제일 초간단 재료로 만들 수 있는 볼 쿠키와 달걀 머핀을 만들어보았다.
쿠키를 만든다는 사실에 들뜬 아이들은 재료들을 섞을 때도 서로 해보겠다고 야단이었다.
볼 쿠키는 정말 만들기가 너무 간단해서 이 재료들로 과연 쿠키가 만들어지기는 하는 걸까 의심이 들 정도였다.
같이 한 번씩 고무주걱으로 반죽을 섞어준 후 반죽을 뭉쳐서 새알처럼 동글동글 만들면서 아이들이 무척 즐거워했다. 점토 놀이하듯이 토끼 모양을 만들기도 하고 눈사람을 만들기도 했다.
반죽에 물기가 너무 없어서 처음에는 동그랗게 만들기가 쉽지가 않았는데 만들다 보니 각자 요령이 생겨서 나중에는 다들 잘 만들었다.
손바닥에 반죽을 조금 떼서 두 손바닥으로 살살 굴리면서 만들어야 하는데 조금이라도 힘 조절을 잘못하면 부서져버려서 아이들이 집중하면서 쿠키를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