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현재 마흔을 훨씬 넘어 쉰으로 달려가는 지점에 서 있다.

쉰에 가까운 나이를 살다보니 인생이, 삶이 참 속절없이 빠르게 지나가버린다는 사실을 절감한다. 마흔에 나는 무엇을 했나 되돌아보면, 그때도 지금처럼 최선을 다해 열정적으로 살았음을 알 수 있다. 그런 시간들이 있었기에 지금 이 자리의 내가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땐 지금보다 더 가난하여 20년 가까이 된 낡은 차를 몰고 다녔었고, 뭔가 창조적인 일을 찾고자 동분서주하며 고민도 많이 했었다.

생각해보면 행복이란 크고 멋진 어떤것을 소유해야 느낄 수 있는건 아니다. 마흔즈음에 내가 몰고 다녔던 덜덜거리던 엑센트는 운행중 멈출지도 모르는 불안한 상태였으나 나는 낡은차나마 몰고 다닐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살았다. 얼룩진 시트에 파뭍혀 음악을 들었고, 때로 힘들면 그것을 몰고 조금 먼 곳까지 다녀오기도 하면서... 옆으로 스쳐지나가는 크고 멋진 차들을, 그 차에 탄 사람들을 부러워하지 않았다.  행복이란 절대적인 것으로 다른 사람들과 비교할 수 없는 것이기에 내가 가진 것 안에서 소박한 즐거움을 만끽하며 살았던 거 같다.

지금도 10년된 밴을 몰고 다니지만 '이 나이에 어울리는' 멋진 차를 몰고 다니는 사람들이 부럽지 않다. 어쩌면 상담을 하면서 타인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그들의 화려한 성공 속에 감추어진 어둡고 우울한 그림자를 많이 봐 온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이 책, 참 좋다. 일단 아주 쉽게 쓰여져 읽기에 편하고 이해도 잘 된다.

마흔이 인생의 절반쯤이라 볼 때 그 시기를 방황하며 살고 있는 남성들의 관점에서 서술되었다. 남성들이 읽으면 팍팍 가슴에 꽂힐 이야기들일 듯하다.

죽어라 일하는 남자들의 삶은 얼마나 팍팍할까. 가족부양이란 책임은 말 할 것도 없고,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자리를 지키기위해 피말리는 싸움을 해야하는 남자들의 마흔은 그야말로 흔들리는 시기인듯하다. '나'는 없고 아빠, 남편, 아들, 사회에서의 직위만이 존재하는....

영화 <버킷리스트>가 떠오른다. 평생 가족들을 위해 돈을 버느라 정작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보지 못했던 주인공이 암이라는 시한부 삶을 선고받고 나서야 진짜 자신의 욕구가 무엇인지 실제적인 탐색을 하게 되고, 결국 실행해나가는 모습.. 가족들을 위해 살던 그의 모습도 행복해보이긴 했으나, 진정한 기쁨을 만끽하며 그야말로 살아있는 모습은 자신의 버킷리스트를 하나하나 지워나가는 모습에서였다.

 

마흔은 시작하기에 정말 좋은 나이라 생각한다. 철없이 어설픈 꿈을 꾸던 시기를 지나 산전수전 적당히 겪으면서 세상에 대해서도 어느정도 알게 된 나이가 마흔이 아닐까. 도전하게에 좋은 나이이며 한두번쯤 실패하더라도 기가 꺾이지 않을 나이라는 생각도 든다.

실패하는 건 인생이 끝장나는 게 아니다. 값진 선물이 될 수 있다. 실패를 경헌함 사람은 겸손을 배우고, 그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도전을 준비할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은 정보를 얻었다. 저자는 두루두루 섭렵한 책들과 영화 등의 정보들을 적절히 조합하여 그만의 또 다른 세계를 연출해내고 있다. 남성들이 읽으면 더 많이 공감할 내용이라 생각되지만 흔들리고 방황하는 그 남자들과 함께 살아가는 여자들이 읽어도 참 많이 공감할 내용들이라 생각된다.

주말에 텔레비젼 리모콘을 놓지 않는다고, 쇼파를 차지하고 맥없이 누워있는 모습이 꼴보기 싫어 죽겠다고 얘기하던 많은 주부들이 떠오른다. 그 남자들이 왜 그렇게 무기력하게 누워있는지... 그 푸르던 청춘의 꿈은 어디로 흘러가버렸는지... 화를 내기전에 그들에게 물어보면 좋겠다.

당신이 진정 꿈꾸는 삶은 어떤 모습인지? 그런 모습으로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의 꿈을 이루어가는 싱싱한 모습을 보려면 아내들이 무엇을 포기하고 내려놓아야 하는지 현실적인 대안을 떠올리지 않을까 싶다. 결국 그가 행복해질 때 가족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을테니까.

마흔살의책읽기, 유인창, 바다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