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넘치는 그림책이다.
이 책은 제목을 중심으로 이등분하여 상반된 분위기의 그림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먼저 윗부분에 그려진 늑대는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고 발톱을 세운, 일반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늑대의 공격적인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그런데 늑대의 공격을 받고 있는 상황임에도 아랫부분에 그려진 농장풍경은 태평하기 그지없다. 다리를 꼬고 앉아 독서삼매에 빠져있는 젓소와 그 옆에 두 다리를 쭈욱 뻗고 앉아 책에 눈을 고정시킨 돼지와 오리는 늑대의 출현을 알아채지 못한 것일까? 이 책을 읽으면서 무엇보다도 좋은 점은 그림을 통해 무한히 자극받으며 상상력을 넓혀갈 수 있다는 것이다. 도대체 어떤 일들이 있는걸까? 그림책 속으로 들어가보자.

어느날 여행에 지치고 배고픈 늑대가 마을에 들어선다. 
계단에 앉아 배고픔을 채울 방법을 연구하는 늑대 뒤편으로 두려움에 질린 사람들의 모습이 비친다. 이 그림 한장에서 표지의 상반되는 느낌과 호기심은 더욱 증폭된다.
고민하던 늑대는 마을 바깥에 있는 농장을 떠올린다. 평화롭게 햇살을 받으며 책을 일고있는 젓소와 돼지, 오리를 보면서 한순간 자기 눈을 의심하는 늑대는 너무도 배가고프기 때문에 여러가지를 생각할 겨를이 없다. 으르렁거리며 달려간다. 

닭과 토끼는 혼비백산 도망친다. 그런데... 젓소와 돼지, 오리는 꿈쩍도 하지않고 책만 읽고 있다. 오히려 시끄러워 책을 읽을 수 없다며 투덜거린다. "내버려 둬. 저라다 말겠지 뭐." 오리가 말한다. 마치 엄마가 아기들의 사소한 다툼을 보면서 지들끼리 해결할테니 신경끄자고 말하는 것처럼. 당황한 쪽은 오히려 늑대다. 
"야, 너희들. 뭐가 잘못된 거 아냐? 난 무시무시한 늑대라구!"
"알아, 그러니까 다른 데 가서 무섭게 굴어. 우리는 교양 있는 동물들이야. 책 읽는데 방해하지 말고 그만 가 줘." 늑대의 등을 떠미는 돼지와 떠밀리는 황당한 늑대의 표정이 압권이다. 

자존심이 센 늑대는 무서운 자신을 보고도 꿈쩍않는 동물들이 책을 읽는다는 것에 자신이 알지못한 어떤 큰 힘이 숨어있다는것을 눈치채고는 학교에 간다. 가방을 들고 학교에 가고 있는 늑대의 모습과 두려움을 안고 쳐다보는 아이들 모습.. 그러나 곧 적응하고 함께 공부하는 모습에서 편견없는 아이들의 순수함을 엿볼 수 있다.  자존심에 상처입은 늑대는 열심히 공부하여 일등을 한다. 그리고 자신감에 차서 농장의 울타리를 훌쩍 뛰어넘어 책을 읽을 수 있다고 큰소리친다.  
처음 한글을 배워 띄엄띄엄 읽어내는 아이들을 상상하면 될 것이다. 늑대의 책읽기는 젓소와 돼지와 오리의 관심을 끌지 못한다. 
"너 한참 더 배워야겠어."
늑대는 도서관으로 달려가 먼지투성이 책들을 뒤져 읽고 또 읽는다.  그리고 지난번과 다르게 울타리 문을 점잖게 두들겨 타인들을 의식하고 예의바르게 행동하기위해 노력한다.

"옛날옛날에아기돼지세마리가살고있었습니다.하루는엄마돼지가아기돼지들을불러놓고말했습니다....."
"너 많이 좋아졌어. 하지만 아직 멀었어." 돼지의 말에 늑대는 포기하지 않고 책방으로 간다.
조금 남아있던 돈으로 이야기 책 한권을 산다. 늑대가 처음으로 가져보는 자신만의 책이다. 읽고 읽고 또 읽는다. 스스로 만족스러워질때까지.. 그리고 농장으로 간다.

풀밭에 누워 쉰다음 조용히 책을 꺼내 읽기 시작한다. 마음속에 자신감과 자신에 대한 신뢰로 늑대는 더이상 조바심을 내지 않는다. 젓소와 돼지, 염소는 늑대의 주변에 모여 앉거나 엎드린 모습으로 늑대의 동화구연을 듣는다. 책속의 주인공이되어 실감나게 구연하는 늑대를 경탄에 찬 눈길로 바라보는 동물들.. 뒤로 벌러덩 누워 웃고있는 오리의 모습, 한쪽 손을 턱을 괴고 비스듬히 누워 웃고있는 돼지, 박수치고 있는 젓소... 덤으로 동화구연을 듣게 된 주변동물들까지.. 너무도 행복해 보인다. 

늑대는 자신의 본능적 욕구를 이겨내고 이성의 승리를 거둠으로써 책을 좋아하는 멋진 친구들을 얻었다. 아니 멋진 친구들과 더불어 책을 통해 경험할 수 있는 무한한 세상을 덤으로 얻었다. 세상의 모든 아이들이 늑대의 냉철한 이성과 열정을 배웠으면 좋겠다. 그리고 책속의 동물친구들과 더불어 진정 행복했으면 좋겠다.

너무너무 멋진 책이다.
사랑스러운 친구들이다. 매력에 푹 빠지게 만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