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서점 인터파크도서

- 우리는 무기형을 언도받은 죄수입니다. 한평생 풀려날 기약이 없는.....

우리는 영원히 이 좁은 '감옥'에 갇혀 살아야 합니다. - 8쪽

전신의 근육이 차차 마비되면서 종국엔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는, 호흡할 수 있는 기력조차도 사라지면 죽음이란 다른 세상으로 떠나야만 하는 불치병을 앓는 청년이 있다. 이 책을 쓸 당시에 22살이었으니 어쩌면 지금은... 세상에 그의 흔적만 남았을지도 모르겠다.

세살때부터 시작된 그의 근육병은 서서히 진행되어 점차 문 밖 출입을 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고, 손가락 하나 마음대로 놀릴 수 없게 되었다. 가난이 원죄처럼 내리덮인 그 집에서 건강한 육신으로도 헤어날길이 막막할터에 옴짝달싹 할 수 없는 육신의 병은 그를 작은 '감옥'에 가둔 채 기약없는 형벌을 가하고 있다.

밖으로 난 작은 창과 거기 매달아둔 반사경을 통해서 세상을 보는 그와 그의 형. 식구들의 목구멍에 풀칠이라도 할 수 있으려면 끊임없이 육신을 움직여 노동을 해야하는 그의 부모의 삶이 한없는 막막함을 몰고온다. 작은 방에 갇힌 채 미래를 꿈꿀 수 없는 희망없는 삶과 미리 받아놓은 것과 다름없는 죽음의 시기 등을 생각하면 그야말로 극도의 불안과 우울증으로 자살이라도 하고 싶을 것같다. 그러나 그는 달랐다. 십년이 넘는 세월동안 작은 방안에 갇혀 살면서도 이 세상의 한 일원으로서 자신의 존재가치를 확인하고픈 열망과, 비록 장애로 불편한 몸이지만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끊임없이 고뇌한다.

차차 죽음이 다가온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어쩌면 이토록 냉철할 수 있을까. 매일매일 달라지는 신체의 감각들이 그를 좌절과 불안으로 몰아놓어 꼼짝 못하게 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어쩜 이토록 강인하게 자신의 현실을 직시하며 가능한 한계치 안에서 성과를 이루어내기 위해 노력할 수 있을까 경이롭다.

- 사람의 일생에서 시간은 너무도 소중하다. 삶은 단 한 번뿐이기에.

특히나 나처럼 '암 아닌 암'에 걸린 환자에게는 더욱 더 소중하다. 슬픔과 실의에서 벗어난 뒤, 난 반드시 현실과 맞서야 한다!

병은 이미 걸린 것이니 울어봐야 아무런 소용도 없다. 남은 생을 허송세월하느니 차라리 힘껏 싸우리라!

내 이 싸움이 이상을 실현시키지 못하고 아무 성과도 거두지 못할지라도 난 진심으로 그것을 원한다. 왜냐하면 그건 어쨌든 헛되이 시간을 내버리는 것보다는 낫기 때문이다! - 14쪽

- 만약 내가 3일만 걸을 수 있다면 스스로 옷을 입고, 세수를 하고, 밤을 꼬박 새는 한이 있더라도 어머니 대신 셋째형의 몸을 돌려줄 것이다. 그렇게 어머니의 부담을 덜어드려 편안한 잠을 주무시게.

내가 3일만 걸을 수 있다면 어머니의 얄팍한 어깨에서 무거운 물통을 내려 내 어깨에 지겠다. 더 이상 어머니가 피곤하지 않게.

내가 3일만 걸을 수 있다면 어머니 대신 남의 집 일을 할 것이다.

어머니가 다른 집에서 품앗이를 하거나 그 작은 몸으로 끝도 보이지 않는 밭에서 일하시지 않게 하겠다. 어머니의 손에서 호미를 넘겨받고 시원한 그늘에서 더위를 피하게 해드리겠다.

내가 3일만 걸을 수 있다면 어머니가 남에게 업신여김을 받을 때 분연히 일어설 것이다.

어머니를 건장한 내 뒤에 세우고 그 악인에게 호통을 칠 것이다. 그래도 그 악인이 막무가내로 모욕적인 말을 하면 두 주먹을 날릴 것이다. 그래서 타인을 해쳐서는 안 된다고 깨우쳐주고, 어머니가 또 눈물 흘리는 일이 없게 할 것이다.

내가 3일만 걸을 수 있다면 전력을 다해 일하고 돈을 벌 것이다.

그래서 어머니가 가장 드시고 싶어하면서도 차마 못 사시는 바나나를 사드리고 행복하게 모실 것이다.

내가 3일만 걸을 수 있다면 그 동안 부모님과 다른 가족에게 진 모든 빚을 돌려드리고 싶다.

내가 3일만 걸을 수 있다면…… -119쪽

쓸모없는 폐인처럼 사는 삶을 못견뎌한 젊은이(윈청)는 결국 작가의 꿈을 이루게 된다. 그가 책을 내기까지 형제처럼 도움을 준 신문사 기자와 우 아저씨 등 고마운 사람들과의 만남은 그의 삶을 바꿔놓았다. 비록 작은 방에 갇힌 채 살고 있지만 영혼은 광활한 우주를 유영할 수 있도록 상상력의 창을 활짝 열어젖힌 것이다. 성적문제로 자살을 생각하던 소녀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그는 솔직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줌으로써 어리석은 선택을 하지 않고 진정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그토록 혐오하던 쓸모없는 인생이 아닌, 값진 깨달음을 주는 삶을 실천한 것이다.

때로 삶의 기로에서 고뇌하는 젊은이들을 만난다. 그들 중 어떤이는 손목을 긋거나 약물을 과다복용하여 자살을 시도하기도 한다. 차마 그렇게는 하지 못하고 막연히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다. 엉망으로 헝클어진 그들의 영혼은 한줄기 빛도 들어오지 않는 캄캄한 암흑속에 갇힌 듯한 느낌이 들때도 있다.

그들은 모두 육신이 멀쩡한 피끓는 청춘들이다. 윈청이 혼을 태워 한자한자 쓴 이 책을 가만히 건네주고 싶다. 나 또한 열정을 다해 생산적인 삶을 살아야겠다고 다짐한다.

사흘만걸을수있다면, 장윈청, 황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