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들이여, 우리 서로 가까이 다가앉자.
우리를 떼어놓는 모든 것을 잊어버리자.
적이란 존재치 않는 것.
이 세상에는 다만 불행하고 
불쌍한 사람들만이 존재하는 것.
우리가 계속 가질 수 있는 행복,
유일한 행복이 이 세상에 있다면
그것은 우리가 서로를 이해하면서 
사랑하는 것뿐이다.
         -로맹 롤랑-

유일하게 우리나라에만 있는 병명이 있다. 
바로 '화병'이란 마음의 병이 그것. 
숨쉬기가 곤란하고 가슴이 답답하며 두통과 딱히 어디라고 할 수 없는 몸의 통증을 호소하는 이들중엔 의외로 화병을 앓는 사람이 많다. 화병의 원인은 지속적인 감정의 억압에 있다. 
상처받았던 사건들을 재 조명해보면서 막혀있던 감정의 물꼬를 터주면 상당부분 심리적인 부분들은 치유를 경험하게 된다. 하지만 오래도록 짖눌린 감정들이 결국 통증을 동반하는 질환으로 발전하고 나면 그만큼 치료도 힘들어지고 기간도 훨씬 오래 걸린다. 외국처럼 상담이 일반화되어 색안경을 끼고 보지 않는 사회라면, 지금처럼 화병에 걸려 통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은 훨씬 적을 것이다. 

사람들을 만나다보면 특히 '상처를 잘 받는다'고 자신을 소개하는 이들을 보게 된다.
장황하게 이유들을 설명하며 자신은 사소한 문제에도 상처를 잘 받으니 상처받지 않게 신경써달라는 이야기이다. 사소한 문제로도 상처를 잘 받고 힘들어 하는 이들은 자아존중감이 낮아서라고 한다. 자아가 약한 사람들은 집단에서 만나더라도 심하게 방어기제를 작동하여 좀체 자신의 실체를 드러내지 않으려한다. 그들의 내면에 도사리고 있는 것은 두려움이다.
혹시 부족한 자신의 실체를 보고 사람들이 자기를 멀리하면, 또는 떠나가면 어떡하나 하는 두려움이 크게 작용한다. 하여 어떤 상황에서건 간단명료하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고 설명이 장황해지는 것이다. 

이상하게 특별한 이유도 없는데 어떤 사람이 싫다거나 어떤 행동이 못마땅하게 느껴진다면 그것은 자신의 모습이 투사되었다고 보면 확실하다. 싫다고 느껴지는 그 사람의 모습이 자신의 그림자라는 분석심리학적 해석이다. 

'상처와 용서'라는 제목의 이 책은 정신분석을 전공한 예수회 송봉모 신부가 쓴 것으로 성서와 인간 시리즈의 첫번 째 책이다. 당연히 하나님에 대한 믿음과 사랑, 그의 조건없는 용서가 굵은 뼈대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제목에서처럼 온전히 '상처와 용서'에 관한 내용들로 채워져 있다.
세상에서 가장 실천하기 힘든 것이 죄를 짓지 않는것과 자신에게 상처를 입힌 사람을 용서하는 것이라고 한다. 살아가면서 죄를 짓지 않을 수 있을까? 죄를 짓지 않기가 어렵듯이 용서하기는 더욱 어렵다. 

인간이 자신에게 깊이 상처를 입힌 사람을 감정으로 용서할 수는 없더라도 하나님의 힘을 빌어 성경적으로, 종교적으로 용서하는 방법은 있을 수 있다는 점, 도저히 용서하기 힘든 사람일지라도 십자가에 달린 예수가 자신을 상처입힌 자들을 용서하고 그들을 위해 기도했듯이 하나님은 용서하고 화해하기를 원하신다는 종교적 입장이 도입부에 많이 기술되어 있지만, 타 종교인들이라해도 읽기에 그리 불편하지는 않을 것같다. 

1. 용서, 세상에서 제일 하기 어려운 일
2. 그래도 하느님은 용서하기를 원하신다
3. 용서는 우리 자신을 위한 길
4. 용서하기 위하여
5. 사소한 상처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6. 감정의 사슬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상처와 용서'에 관한 여섯개의 주제를 가지고 정신분석과  분석심리학적 해석을 통해 내면의 고통을 해결하고 참 평화를 얻을 수 있는 방법들을 제시해주고 있다.
자신에게 가장 큰 고통을 준 사람은 누구인지?
누군가 죽었으면... 하고 바라는 사람은 누구인지? 그 이유는? 등등
고통의 원인이 되는 상처를 직면해야만 원인을 제공한 사람을 용서할 수 있다.
자신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고 겉으로 <용서한 척>하면서 속으론 여전히 고통을 느끼는 힘든 상황에서 놓여날 수 있는 진정한 용서의 방법들을 안내해준다.

상처가 심한 사람들은 이런책을 읽는 것이 힘들수도 있다.
왜냐하면 자신에게 상처입힌 사람이 죽기를 바라는 분노가 이글거리는데 이 책은 용서하라고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번 째 챕터에서 말해주듯 용서는 상처입고 힘들어하는 자신을 위한 것이다. 진정으로 자신을 사랑한다면, 그래서 나쁜 감정들을 정리하고 진정으로 평화로워지고 싶다면 상처를 준 상대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용서해야 한다.   

자신을 힘들게하는 감정의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않는한 죽을때까지 그 사슬에서 벗어나지 못하리라는 두려운 통찰이 따른다. 작은 사이즈의 이 책은 한줄도 버릴 게 없다. 누군가로부터 상처입었다고 생각하며 힘들어하는 사람들, 유난히 상처에 민감하다고 느끼는 사람들, 이유없이 어떤 사람에게 적의를 느끼는 사람들, 상담을 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강추한다.

상처와치유, 송봉모, 정신분석, 분석심리학, 마음치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