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삐져있던 그의 마음이 풀렸는지 예상치못했던 택배를 받았다.
아마도 지난 주 없는 시간을 쪼개 서울집을 청소하고 이런저런 살림도구들을 챙겨준 것과 현우 전학문제를 모두 처리한 것에 대한 고마움의 표현인 것 같다.
감정표현이 매우 서툰 그는 아무 말도 없이 이렇게 한번씩 채식 상품들을 배달시키고는 아는체도 하지 않는다. 마음을 표현했다가 오히려 상처를 받았던 유년기의 기억들때문에 성인이 된 지금도 잘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고착된 것이 가슴아프다.
 


채식 고기중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믹스볼. 튀겨서 양념에 버무리면 양념통닭같은 느낌으로 먹을 수 있는 콩고기다. 



요 통조림은 처음 만났다. 아마도 선우가 고추장양념 참치에 밥을 비벼먹는 걸 눈여겨보았나보다. 맛이 어떨지 궁금하지만 숨겨놓았다. 반찬이 똑 떨어져 상을 차리기 마안할 때 꺼내놓아야지.ㅎㅎ



감자전분으로 만든 짜장면. 면발이 굵고 쫄깃거리는 느낌이 밀가루로 만든 면과는 다르다.  
전분이 비싸다보니 한봉지에 천오백원이 넘는 좀 비싼 값이지만, 채식주의인 그가 아이에게 주는 마음이려니 생각하면 고맙다. 



유기농 밀가루로 만든 빵도 하나. 딱딱한 감촉과 단맛이 거의 없는 이 빵도 건강에 좋으니 간식으로 먹으라고 주문에 넣었나보다. 예전엔 무알콜 맥주도 몇캔 넣어보내더니... 맛이 없다고 투덜거렸더니 쏙 빼버렸나보다. 컬컬할 땐 그것도 괜찮은데... 

참 재미없다.
"택배 받았어요. 고마워. 수고해요" 메시지 보냈더니
"알았어" 딱 요 말 뿐이다.

당장 이혼하자며 싸울땐 언제고... 참 부부란 인연은 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