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월 2일 둘째를 맞이하고 이 책을 읽으며 정민이의 성장이 왠지 다른 사람의 이야기가 아닌 내 아이의 이야기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하루의 성장을 기록한 날짜를 보며 이때쯤이면 생후 몇일이겠구나... 그래 첫애가 이때쯤에 그랬었었지. 우리 둘째도 이때쯤에는 이렇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책장을 넘겼다.

MBC기자인 심재철 기자가 정민이와 만나 정민이의 성장을 기록한 성장일기 하루... 정민이의 성장뿐 아니라 글에는 기자였던 저자의 경력에 의한 영향인지 몰라도 시대의 상황들도 그대로 들어있다.

그래서인지 글을 읽으며 나의 중학교부터 대학교 때까지의 시대의 상황들도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물론 책에서 거론된 서울의 봄과 같은 이야기들은 지방에 살며 어렸던 나에게는 기억에 없고, 대학생이 되어 역사적 기록으로만 들어봤던 이야기이긴 했지만 MBC노조파업 등과 같은 이야기들은 어렴풋이 기억에서 이야기들을 끄집어 낼 수 있었다.

아이를 처음만나 매순간을 함께하는 것이 늘 선물이고 축복이었을텐데, 저자는 MBC노사파업의 책임문제로 구속이 된다. 그러면서 아이가 한창 이쁠 때 함께하지 못하고 글을 통해 그 아쉬움과 사랑을 나타내고 있다. 이때부터는 간간히 엄마의 일기가 함께 기록을 더하고 있다.

그리고 이때의 일기는 일상을 기록한 것이라기보다는 아내와 딸에게, 그리고 동지들에게 전하는 편지글이다. 이렇게 오가는 지면을 통해 저자는 딸을 향한 절절한 사랑과 그리움을, 그리고 아내에게는 미안함과 고마움을 전하고 있다. 동지들에게는 간단한 인사를 전하고 있다.

오가는 편지글의 기록을 나중에 저자의 딸 정민이 본다면(지금쯤은 충분히 보고 이해하고도 남을 나이가 되었겠다), 비록 옆에 아빠가 함께 성장의 과정을 하지는 못했지만, 마음만큼은 항상 딸과 함께 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지 않았을까?

출옥을 하고 난 뒤엔 병원신세를 지게 된다. 설상가상인지도... 이것은 저자가 기억하고 싶지 않은 13년 전 동일한 날의 기억을 되새김질하게 했다. 그때의 고통만큼이나 겪고 싶지 않았을 교통사고가 난 것이다. 생사를 오가는 기록은 저자의 기록이기 보다는 아내의 기록으로 남겨져 있다. 수술 후 몇 일째라는 기록으로 남겨져 있고, 아이의 두 번째 돌을 병원에서 맞게 된다. 이후 아이의 성장과 더불어 아버지의 이야기가 기록되어져 있다.

책의 권미에는 딸에게 주는 편지글이 실려져 있다. 어쩌면 그 기록은 모든 부모가 자라는 자녀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을 대변하듯이 느껴졌다.

육아일기라고 하면 왠지 모르게 엄마들이 쓰는 것이라고 느껴지는데, 아빠가 쓰는 육아일기.

시대와 더불어 가정사가 고스란히 녹아져 있는 육아일기.

하루를 읽으며 현재 나의 육아상황에 이 글들이 녹아지고, 역사적인 기록들은 나의 성장의 환경을 읽는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