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한 이들이다. 에레즈 에이든(Erez Aiden)과 장 바티스트 미셸(Jean-Baptiste Michel). 유명한 과학자들(혹은 수학자)이기도 하면서, 인문학에도 꽤나 관심이 있는 이들이다. 이미 TED 등에서는 유명 인물이고, 구글의 ngram의 아이디어 제공, 구현자들이기도 하다. 책의 양 귀에는 이들의 화려한 이력을 살펴볼 수 있으니, 이런 얘기들은 여기까지.

  한국에서 언젠가부터 ‘있읍니다’가 있습니다로 바뀌었다. 표준어를 개정하는 흐름이었을 것이다. 과연 언제였을까? 그리고 왜 바뀌었을까? 우리는 이러한 문화의 흐름이 왜 생기는지, 어떻게 흘러가는지 등에 대해서 잘 알지는 못하지만 실제 겪으면서 살아간다. 참고로 이 있읍니다는 1989년에 바뀌었으니, 그 후에 태어난 이들에게는 생소한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요는, 이러한 언어의 변화가 사용하는 사람들의 편의에 의해서, 요구에 의해서 변화하고 새롭게 태어난다는 것이다. 신조어들이 생겨나는 것도, 쓰이지 않는 단어들이 죽어가는 것도 결국은 모두 사람의 편의와 요구에 의해서인 것이다. 이런 것들을 우리는 느낌으로는 아는데 객관적인 자료로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또는, 사회의 변화에 따라 사용하는 단어들이 다를 텐데, 예를 들어 보수 세력이 판을 치던 시기에는 그에 맞는 단어들에 의해 쓰여진 책들이 많을 것이고, 진보 세력이 판을 치는 시기에는 또 그에 맞는 단어들로 쓰인 책들이 많을 것이다. 이러한 수많은 책들에 포함된 온갖 단어들을 잘 정리해서, 이것을 바탕으로 여론의 변화, 시대의 변화 등을 읽어낼 수 있을 것이다.

  그 접근을 이 두 명의 저자는 빅데이터에서 찾았다. 구글에 의해 디지털화 된 수많은 책들의 내용을 바탕으로 단어들의 수치적 변화를 관찰한다. 수많은 책들을 바탕으로! 구글에서 디지털화한 책은 어림잡아 약 3,000만권이라고 하니 그 중에서 추려낼 것 추려내고 총 500만권~800만권 정도 되는 책들에 포함된 단어들을 이용해서 위의 내용들을 접근했다.

  여기까지는 책을 이용해서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들을 밝혀내는 것이었다면, 책은 중반부부터 다른 기록 매체들에 대해서 눈을 돌리는 시도를 한다. 예를 들어, 잡지나 신문, 혹은 영상 등에 대해서도. 별다른 뛰어난 결과를 공유하고 얘기하지는 않지만 많은 기록들(빅데이터 혹은 롱데이터)을 바탕으로 우리의 과거와 현재를 밝힐 수 있다는 것은 실로 놀랍고 대단한 일이다. 과거에는 단지 유추나 짐작만 할 수 있었던 일들이 비로소, 이제는 현실로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가령 아이가 언제부터 말을 배우게 되는지, 아이는 어떤 단어부터 배우게 되는지 등에 대해서도 수많은 기록을 만들어 내어 비슷한 접근을 한다면 원인을 밝히는 데에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더 나아가서 과거 그리고 현재를 바탕으로 미래를 예상하는 것도 조심스레 얘기한다. 많은 데이터가 쌓여감에 따라 사람들이 어떤 것을 더 선호하게 될지, 사람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다 일목요연하게 감시하게 될 날이 오게 될지도 모른다고 경고한다. 꿈같이 먼 일의 얘기 같지만 분명 언젠가부터는 가능해질 것도 같은 이야기다.

  만약 한국어에도 ngram이 있다면 어떨까? 예를 들어, 우리가 예전에 한참 쓰던 ‘웰빙’이라는 단어는, 그리고 그 유행은 정말 한철일까? 아니면 ‘연아’는 언제부터 이름을 날렸을까? 등등 어떻게 보면 쓸모없어 보이는 이런 궁금증들에 대한 객관적인 자료를 제시해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재미있는 상상을 해볼 수 있을 것 같다.

빅데이터, 인문학, TED, 에레즈, 장바티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