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사람에게는 휴대전화를 ‘2년에 한 번 정도’는 바꿔야 할 것 같은 생각이 있을 것이다. 우리는 멀쩡히 잘 작동하는 휴대전화를 갖고 있지만, 업데이트 후에 느려져서 고민이라던가, 새 모델이 2년 혹은 1년 주기로 나오니까 바꿔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던가, 고민을 하게 된다. 그렇다면 예전에 우리가 쓰던 휴대전화는 어땠는지 한 번 생각을 해보게 된다. 피처폰(혹은 폴더폰)의 경우 3, 4년은 거뜬히 쓰고, 그 중에서도 Anycall의 삼성 휴대전화는 튼튼해서 도무지 고장이 잘 나지 않는다는 평이 흔했다. 그 때도 약정기간 24개월, 36개월 등의 계약들이 있었지만, 그렇게 많은 얼리 어답터들이 있지도 않았고, 한 번 쓰던 휴대전화는 그럭저럭 오랫동안 사용했던 것 같다.

  과연, 언제부터 휴대전화는 2년 주기로 바꿔야 할 것 같은 인식이 생겼을까? 생각보다 최근에 들어 그런 것 같다. 놀랍게도 경험적이긴 하지만 2년쯤 됐을 때 쓰던 휴대전화가 갑자기 잘 안되거나 느려지거나 하는 것 같다. 게다가 안심보험 같은 걸 들지 않고는 고장 났을 때 수리 비용이 새 제품 사는 비용보다 비싸거나 얼추 비슷해서, 그냥 새 제품을 살까 하는 마음이 든다. 또, 앞다투어 2년 혹은 1년 주기로 쏟아져 나오는 i시리즈, 갤럭시 시리즈를 포함한 최신 휴대전화와 그에 맞물린 이통사의 판촉행사, 우리는 새 휴대전화를 사야 할 것 같은 생각에 정신이 없다. 내가 쓰는 휴대전화가 갑자기 이상하기도 하고, 그 즈음에 좋은 최신 휴대전화도 나왔으니, 살까?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그래야 시대를 앞서 가는 것 같고,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다른 사람보다 더욱 저렴한 가격에(요즘은 없지만) 최신 휴대전화를 샀을 때, 뿌듯함과 뭔가 모를 현명함 마저 느끼기도 한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과연 이 최신 휴대전화로 갈아타는 게 우리에게 ‘꼭’ 필요한 걸까? 우리는 최신 휴대로 갈아타는 것을 ‘의도적으로’ 강요 혹은 유도 당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결론부터 적자면, 대다수의 제품에는 의도적으로 노후화 단계(혹은 설계 수명 같은)가 설계된다고 한다. 믿기지 않을 수 있지만, 수많은 참고 문헌을 바탕으로 책은 무척 논리적으로 이에 대한 접근을 시도한다. 전구도 예전에는 100년도 쓸 수 있는 것도 있었지만, 어느새 1,000시간을 설계 수명으로 잡고 전구를 만들었다고도 한다. 그렇다면, ‘왜’, 도대체 왜!? 이런 설계 수명을 만들려고 하는 건가? 마치 제품이 너무 좋으면 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이유는 명확했다. 제품이 너무 좋으면 더 이상 제품이 팔리지 않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제품을 구매한 사람들이 다시 제품을 구매할 때까지 그 주기가 너무 길다는 것이다. 말이 되는 것도 같으면서 이건 또 뭔소린가 싶다. 그런데 마치 궤변인 것 같은 이것도 실제로 그 흐름이 맞아 든다.

<사람들이 제품을 구매하지 않는다 → 기업의 매출이 떨어진다 → 기업이 성장하지 못한다 → 사람들에게 월급을 주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은 ‘정당하게’ 제품에 수명을 넣을 수 있고, 사람들의 구매 의욕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방법들을 사용하여 제품을 판매한다. 그렇게 기업은 성장하고 그렇게 사람들의 구매 의욕은 충족되는 것 같다.

그렇다면 여기에는 몇 가지 더 생각해 볼 것이 있다.

1) 이대로 계속 기업이 성장하면 지금까지처럼 기업은 성장하고, 사람들의 구매 의욕은 충족될 것인가?

2) 구매 의욕이 충족되면 사람은 행복해질까? 약 50년전 과거에 비해서 더 많은 제품을 구매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그 때의 사람들에 비해, 혹은 그렇게 많은 제품을 구매하지 않는 사람들에 비해 행복할까?

3) 지구의 자원은 유한한데, 이렇게 계속 신규 제품을 만들어 내다가는 환경오염이나 자원 고갈 같은 문제는 생기지 않을까?

4) 만약에 기업이 담합해서 턱없이 높은 가격에 제품을 판매하는 경우가 있다고 가정했을 때, 우리는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이 밖에도 신제품, 기업, 판매자 등등에 대해서 많은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책은 이런 일련의 궁금증 들에 대해 단계적으로, 차근차근, 그리고 각 주제별로 하나씩 풀어주고 있다.

책의 내용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나는 한 번도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것이 있었다. 200g도 채 되지 않는 휴대전화를 생산하기 위해서 1) 얼만큼 많은 재료가 필요하고, 2) 그 재료들을 가공하기 위해 얼만큼 많은 인력과 또 다른 자원이 필요하고, 3) 버려진 휴대전화는 얼만큼 많은지, 4) 그 휴대전화들은 어디에 합법적으로 버려지는지, 5) 버려진 휴대전화들로부터 재활용은 가능한지 등등이다. 비단 휴대전화 뿐만 아니라, 세상이 만들어내는 모든 제품들에 해당되는 내용이다. 이런 수많은 작업들을 거치고서야 비로소 우리 손에 들어오는 휴대 전화는 겨우 200g도 되지 않지만, 우리는 사실 위와 같은 수많은 것들을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면 보이지 않는 이 수많은 어려움들을 없애기 위해 제품들을 사용하지 말아야 하는 것인가? 아니다. 현명하게 사용하자는 것이다. 꼭 이 제품들을 주기적으로 교체해야만 하는 것인지, 혹은 내 구매 의욕을 충족시키기 위해 바꿔야 하는 것인지, 충분히 한 번쯤 생각해 본 뒤에 제품을 구매할지 결정하는 것도 나쁘지 않으니 말이다. 우리는 아직은 소비자(consumer)다. 앞으로는 기업의 성장을 위해 구매만 주구장창하는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라, 우리가 현명하게 바뀌어야 할 것이다. 단순한 시장의 성장, 기업의 성장 논리만으로는 이미 충분히 세계는 성장했고, 오히려 비대히 성장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을 정도이니 말이다. 오히려 일각에서는 내 손으로 제품을 만들어 내려고 하는 프로슈머(Prosumer)가 등장하고 있을 정도이다. 우리 일반 소비자, 혹은 고객들이 한 걸음 더 나아가 현명한 소비를 하기 시작한다면, 분명 기업이 현재의 판매 정책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기회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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