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EBS 60분 부모를 통해 서형숙님의 강의를 듣고 절로 눈물이 주르륵 흘렀습니다. 
아기를 기다리며 얼마나 설레였었는 기억하느냐고 물으셨죠. 제발 건강하기만 하다면 아무것도 바라지 않겠노라고 작은 다짐을 했던것을 기억하느냐고 물으셨죠. 
그러고보니 저도 참 설레였습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아기였기에 다가올 막연한 두려움보다 아기를 만날 기다림에 열달동안 한껏 가슴이 부풀곤 했었죠. 그리고 아기의 건강만을 간절히 바랬습니다. 공부 잘하고, 똑똑한 아이면 좋겠지만 건강하다면 무얼 못하겠냐...그저 건강만 해다오...나즈막히 아기에게 말을 걸며 다짐했었죠. 유난떨며 아이에게 학습을 강요하지 않겠다구요. 작은 일에 소리 높여 아이를 꾸짖지 않겠다구요. 아이의 입장에서 먼저 생각하는 엄마가 되겠다구요. 
그렇게 많은 다짐들을 하고, 아이에게 말을 걸곤 했는데...그 다짐을 기억하는건 우리 아이 뿐인것 같습니다. 아이와 만나자마자 기쁨은 잠시....생전 처음 경험했던 출산의 고통도 잠시...길고 긴 육아의 터널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초반에는 너무 힘들어서 엉엉 소리내어 울기도 많이했습니다. 아이가 괜시리 미워지기도 했습니다. 졸린 눈을 비비고 일어나 분유를 타고, 기저귀를 갈아주면서 다른 엄마들도 이렇게 힘든지 내내 궁금했습니다. 
그런데 참 이상하지요. 전 제가 했던 다짐들과 꼭 반대인 엄마가 되어 있으니까요.
아이가 엉망으로 만들어 놓은 물건들 앞에서 버럭 소리를 지르고, 더러운 물건을 쥐고는 행복해하는 아이의 마음은 헤아리지 못한채 얼른 뺏어버리기 일쑤입니다. 벌써부터 내 아이가 영재가 아닐까 유난을 떨어가며 갖가지 교육법들을 행하고 싶어지고, 영어와 친숙해지라고 영어 씨디를 내내 틀어놓습니다. 엄마와 놀아달라고 칭얼거리는 아이가 너무 귀찮아 밀어버린 적도 있고, 제발 딱 하루만 육아에서 벗어나 자유를 찾고 싶다고 간절히 바라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 책< 엄마 학교 이야기>를 읽다보니 저같은 초보 엄마들이 엄마 학교를 통해 얼마나 변화되었는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육아가 더이상  '고행'이 아니라 아이와 함께하는 즐거운 시간이 될수 있다는 깨달음도 얻었습니다. 매일 아이가 어떤 사고를 치는지 레이다를 가동하고 있는 엄마가 오늘은 왠일인지 눈을 자주 맞추고 웃어주니 내 아이의 얼굴에 함박꽃처럼 어여쁜 미소가 두둥실 떠 다닙니다. 얼른 집안일을 끝내고 아이와 놀고자 열의를 보이니 아이는 엄마 품에 포옥 안겨 재롱을 부립니다. 내 아이의 함박꽃 웃음은 세상 무엇과도 견줄수 없을만큼 눈부십니다. 
세상의 모든 일은 마음 먹기에 달려있나봅니다. 얼른 아이가 커버렸으면 하고 바라던 내 마음에도 평온이 살포시 내려 앉았으니까요. 아이와 지금 시간을 함께 하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깨닫게 됩니다. 내 아이의 이 작은 손을 지금이 아니면 언제 또 실컷 볼까요...엄마만 줄기차게 쫓아 다니는 내 아이의 작은 다리를 언제 또 실컷 볼까요. 
아이와 함께 행복해지기로 다짐해봅니다. 
내 피와 살로 만들어진 소중한 생명과 함께 내내 행복하리라 다짐해봅니다. 
아이의 살냄새, 숨결, 손가락...어디 하나 안이쁜 것이 없습니다. 


엄마 학교를 통해 아이와 행복해질수 있었던 많은 엄마들이 이 책에 수기형식으로 글을 남겼습니다. 그들도 처음에는 저같은 무뚝뚝한 엄마들이었다죠. 하지만 그들은 이제 아이와 눈을 맞추고, 느긋하고, 대범하게 행복을 찾아 나섰습니다. 
꼭 그들처럼 저도 고행이 아닌 행복한 일상으로 육아를 받아 들이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땅에 엄마들이 모두 행복한 육아를 하기를 진심으로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