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린 작가의 다른 책을 읽어보고 싶은 마음에

고르게 된 책이 바로 황진이다.

너무나도 많은 작가들이 황진이를 다루었지만

지금까지 한 번도 읽은 적이 없었는데

이번만큼은 한 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문뜩 들어 고르게 되었다.

총 2권으로 되어있는 전경린 작가의 황진이를 읽는 동안

처음엔 나도 모르게 계속 하지원 주연의 드라마 황진이와 비교하게 되었다.

드라마에서는 절에 있다가 우연히 마을에서 기생들의 춤을 보고 반하여 기생이 됐는데

책에서는 자신의 기생으로서의 삶을 숙명으로 받아들이고 기생이 됐네?

드라마에서는 장근석이 맡았던 배역인 서로 좋아했던 남자의 관이 멈췄었는데

책에서는 황진이를 짝사랑한 남자의 관이 집 앞에 멈추었구나!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드라마와 비교하지 않게 되었다.

황진이라는 같은 이름 아래 너무나도 다른 두 인물이었기에

읽으면 읽을수록 책 속의 황진이라는 인물 속으로 빠져 들게 된 것이었다.

기생이라는 숙명을 받아들여

그나마 누릴 수 있는 안정된 삶이었던
사대부 집안의 소실 자리를 버리고

자신의 사랑도 버리고

자기 자신마저도 버린 여자.

기생이라는 삶이 어떨지 너무나도 잘 알면서

모든 것을 버리고 스스로 그 삶으로 뛰어든 것이

전경린 작가의 소설 속 황진이였다.

비록 내가 기대했던 스토리는 아니었지만

내가 원했던 스타일도 아니었지만

두 번째로 선택한 전경린 작가의 책도 괜찮게 읽었다.

 

 

 

- 2009년 11월의 어느 날, 오거서 독서노트에 썼던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