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한테 추천 받은 책도

처음부터 읽고 싶어서 빌린 책도 아니었다.

그냥 집에 가는 길에 읽을 만한 책을 찾다가

우연히 발견해서 읽게 된 책이었다.

책 자체도 아담하니 예뻤고

표지에 있는 사진도 예뻤고

집에 가는 길에 편히 읽기에 적당해보였다.

이 책을 선택한 단 3가지 이유.

어디서 많이 본 사람인데 하는 생각은 들었지만

어디에 나온 사람인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

나에게 있어 딱 그만큼의 인지도를 차지하고 있던 사람, 이언

지하철에서 책장을 넘기고 나서야

예전에 커피프린스 1호점에 나왔던 배우였다는 게 기억났고,

이제 더 이상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이 기억났다.

각 테마별로 묶여있는 이언의 다이어리 내용들

지인들이 쓴 이언과의 기억들, 그리고 많은 사진들

이게 전부였다.

어려운 내용이 담겨있는 것도

놀라울 만큼의 기발한 생각이 담겨있는 것도

감탄이 절로 나오는 사진이 담겨있는 것도 아니었다.

책 속에는 모델 이언도, 연기자 이언도, DJ 이언도 아닌

자신의 젊은 나날을 열정적으로 살아갔던

사람으로서의 이언 그 자체가 있을 뿐이었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이언이 모델이었다는 사실도 DJ였다는 사실도 몰랐다.)

당당하게 나는 언제나 열정적이었노라고 대답할 수 없었기에

읽는 내내 마음이 편하지 않았던 책

계속해서 나의 삶을 되돌아보게 만들었던 책

나는 아직 젊다는 생각을 안겨준 책

청춘이라 불리는 이십대의 나이에 한 번쯤 읽어보면 좋지 않을까?

 

 

 

- 2009년 11월의 어느 날, 오거서 독서노트에 썼던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