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얼마나 많은 시간을 보내고, 얼마나 많은 물건을 소모하며 지내는 것일까.  의식하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는 시간과 물건의 존재가 이 책 안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 안에 담겨있는 감정과 그리움까지 모두.

이 책에는 총 60개의 사물이 담겨있다. 그리고 60개의 감정과 60개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단추, 필름, 털실, 타자기, 곰인형, 지우개, 연필, 선인장, 압정, 저울 등 우리 곁에 항상 있지만, 그 안의 존재를 발견하지 못했던 사물들이 있다. 단추는 너무 작고 사소해 사라지는 줄 모르는 존재, 지우개는 무엇이든 지울 수 있지만 마지막에는 사라지는 존재, 선인장은 가시가 많아서 다가가기 힘든 존재이지만 그 스스로 외로움을 가진 존재이다. 이런 이야기 속에 담겨있는 작가의 추억과 기억과 그리움은 마음 깊이 다가온다.

이 책의 매력은 그동안 크게 생각하지 않았던 사물들에게 의미를 부여한다는 점이다. 각각의 사물의 입장에서 그들이 가지고 있는 존재의 이유가 그려진다. 또다른 매력은 바로 사진이다. 사진을 사랑하고, 사진으로 기억하고 싶어하는 형제의 따뜻한 사진들이 책 안에 가득하다. 나는 책을 처음 펼쳤을 때, 처음부터 끝까지 사진을 먼저 보았다. 그들은 사물의 여리면서 둥글고 따스한 모습을 담았다.

어제 저녁 나는 오랜만에 연필을 깎았다. 사각사각 소리를 내며, 연필의 존재 이유인 검은 심이 드러나는 순간 , 나는 즐거웠다. 오랜만에 듣는 그 소리도 얼마나 반가운지. 연필은 자신의 존재 이유를 나타내기 위해 칼로 모든 것을 깎이는 고통을 느끼고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도 그렇지 않을까. 삶의 힘든 시련과 고통은 모두, 내 존재를 드러내기 위한 과정이 아닐까 싶다. 사물들도 저마다의 사연이 있듯이, 우리의 삶도 저마다의 사연이 있을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