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교보 인문학 코너에서 처음 <오래된 연장통>을 보았을 땐, 도대체 무슨 책인테 오래된 연장통이라고 제목을 지었을까 의아했다. 제목 아래 적힌 부제 '인간 본성의 진짜 얼굴을 만나다'라는 문구를 보고, 이 책이 인간의 본성을 다룬, 심리를 다룬 책임을 짐작했다. 그렇다면 왜 제목이 <오래된 연장통>일까. 이 책에서는 차례를 '첫 번째 연장'으로 시작하여 '스물한 번째 연장'으로 맺었다. 하나하나의 심리 기재를 연장으로 생각한다면, 그런 기재들을 담고 있는 우리의 몸은 연장통일 것이다. 여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도구들이 가득 들어있는 도구함인 것이다. 그렇다면 '오래된'은 왜 붙은 것일까. 그것은 이 책이 설명하고 있는 '진화심리학'에 기초한다. 진화란 오랜 옛날부터 진행된 것이다. 우리의 몸에 있는 도구들, 연장들이 진화론적 입장에서 보면 오래 전부터 몸에 지녀지고 서서히 환경에 맞게 발달해 온게 아닌가 싶다. 이렇게 제목에 대해서 오랫동안 생각해 본 적은 없었는데, 책은 읽으면 읽을수록 유쾌한데 이런 무거운 제목이 왜 지어졌나 의아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표지 그림은 귀엽고 가벼우니 그 중간을 지킨다는 생각도 든다.

이 책은 위에서 말했다 시피, 인간의 심리학을 진화론적으로 접근하여 풀고 있다. 책을 읽고 처음 안 사실은  '진화심리학'이 심리학의 한 종류가 아니라는 점이다. 단지 심리학을 진화론적 시각으로 푼다는 것이다. 처음 접하는 진화심리학이 궁금했는데,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정말 잘 선택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서는 스물 한가지의 심리가 등장한다. 개미에서부터 털없는 인간의 섹시함까지 모든 것을 아우른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저자가 심리학을 정말 쉽게, 즐겁게 설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여러 심리학 책을 읽어보았지만, 이론적이거나 무겁거나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는 정말 '아하!'라는 생각을 계속했다. 특히 먹을 것을 좋아하는 내가 재미있게 봤던 부분은 인간의 고기에 대한 심리와 냉면에 겨자를 섞어먹는 이유에 대한 것이었다. 심리학에서 이런 부분을, 그것도 진화론적으로 접근했다는 점이 재미있었다. 그리고 글에서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무한도전과 태호pd가 언급되었을 때는 저자가 글을 푸는 방식이 참 유쾌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 본 심리학 책 중 가장 으뜸이 되는 책이 아닌가 싶다. 가벼우면서도 내용에 깊이가 있고, 재미있으면서도 지식을 전달하기에 이 책을 지인들에게 단연 추천해주고 싶다. 비슷비슷한 심리학 책들 중에서 틈새를 잘 파고든 책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