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쟁이 / 시인생각

 

 

 

깊어가는 가을

요즘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담쟁이다.

담쟁이를 보기위해 멀리가지 않아도 현관문만 나가면 쉽게 볼 수 있는데

그래서일까? 담쟁이가 변해가고 있는 걸 느끼지 못하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아니 눈에 보여도 아는척을 하지 않는다.

 

 

학창시절에는 단짝인 친구랑 서점에서 시집한권을 사서 꼭~ 메모를 남겨 전해주곤 했었는데

그때이후로 나를 위해 시집은 산 기억이 없다.

참으로 오랜만에 나를 위해 시집을 들춰본다.

도종환님은 우리에게 '접시꽃 당신'이란 시로 많이 알려진 분이다.

 

 

'담쟁이'인 이 책에서 만날 수 있는 시는 모두 50편 정도이다.

도종환 시인이 발표했던 시 가운데 가장 아끼는 시들을 모아 만든 시집이다.

 

 

함축적인 의미를 다고 있는 시를 싫어하는 분들도 있지만

가끔 시를 읽다보면 소설가보다 더 많은 고민을 해야 하는 분야가 바로 시가 아닐까 싶다.

만약, 고통을 받는 상황일 경우 소설로 표현을 하면 섬세하게 하나하나 짚어가며 표현할 수 있지만

시의 경우 길지 않은 문장에 그 고통을 모두 담아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더 많은 고민의 고민을 하지

않을까 싶은데..... 정말 그럴까?? 궁금해진다.

 

 

시든 국화

 

시들고 해를 넘긴 국화에서도 향기는 난ㄷ

사랑이었다 미움이 되는 쓰라린 향기여

잊혀진 설움의 몹쓸 향기여

 

 

 

흔들리며 피는 꽃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느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담쟁이라는 시도 좋지만

최근에 '흔들리며 피는 꽃'이란 시를 읽으면서

우리들의 삶을 참으로 절묘하게 잘 표현하고 있는 시라서

외워두고 싶었던 시였는데... 이렇게 책에서 다시 만나니 또 읽고 또 읽게 된다.

 

 

시란 그런 것 같다. 시인이 표현하고자 했던 마음과 다르게

내 현재 심리상태에 따라

내 마음대로

내 생각대로

느끼고 되새기면서 오래도록 읊고 싶은 시가...

정말 좋아하는 시가 아닐까......

 

 

오랜만에 내 마음을 표현해주고 있는 시들을 만난 것 같아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