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관성에 관한 한 늘 갈등을 겪게 된다. 이 문제 만큼 힘든 게 있나 싶다. 다방면에서 탈렌트적인 능력을 요구하는  세상인 만큼 그에 따른 처신에도 여러 형태의 입장과 태도가 수반되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일관성이라는 난제와 잘못 부딪치면 뜻하지 않게 신뢰할 수 없는 이중인격자로 치부되는 모순이 생기곤 한다. 

일상에서 동일한 인물이 행한 일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상황을 만나게 되거나, 한 인물의 반응 행동 중에서 심하게 상충되는 면면을 발견하기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 지난 밤 내가 저지른 한심한 일을 후회하게 되거나 터무니 없는 그 행동들을 스스로도 이해 못한 적이 있을 것이다. 자신에게 조차 낯선 예상치 못한 이런 기괴함들은 내 안에 숨은 다중인격의 등장이라 볼 수 있다.  

이해하지 못할 특정의 돌발 행동들은 삶의 형태가 복잡해지는 것에 대한 적응의 한 양상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다중적인 인격의 표출은 시대가 원하는 역할의 다양성 측면에서 이해되어야 마땅하다는 것이다. 동일 인물에게서 나타나는 다른 성향의 표출은 생존 본능의 무의식적인 응전 반응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인 시각으로 보아야 한다는 관점이다. 다소 기회주의자적인 일면이 엿보여 적극적으로 동의할 수는 없으나 일정 부분 옳은 주장이다.

내면에 억압되고 갇힌 감성들은 어떤 계기로 인해 의지와는 무관하게 일탈의 형태로 행해지거나 또는 모순되게 드러날 때가 있다. 그런 경우 내 의식의 나약함과 부끄러운 면을 인정하고 수용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그 또한 나의 모습이라면 감수하고 끌어안을 수밖에 없지 않은가. 힘든 세상을 살아가기 위한 방어 기재로 나타나는 다중인격 현상은 더 이상 병리적인 징후일 수만은 없다. 사회의 복잡한 양상에 따른 자아의 불가피한 생존 방식일 수도 있다는 해석이 가능해진다. 중요한 점은 애써 외면하지 말고 관심을 가지고 돌봐야 한다는 것이다. 삶의 다양성에 적응하는 방법으로의 다중인격들, 무의식에 감춰진 수 많은 그 모습을 끌어 안고 다독거리며 내 안의 가족인양 더불어 가야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감춰진 나의 진정한 모습이 무엇인지 먼저 알아야 한다. 

이 책의 목적은 다중인격의 원인을 찾고 알아가는 것에 있다. 내면에 살고 있는 또 다른 인간의 모습들, 그 모습은 그저 애처롭고 나약한 보호 받기 바라는 내면의 아이들일 뿐이다. 어떤 아이가 상처 받고 울고 있는지 귀 기울이고 위로해야 할 것이다. 편안한 나의 삶을 원한다면 내 안에 숨은 다른 인격도 편안해 질 수 있게 돌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