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을 알고 싶다면 평소 자주 찾는 장소나 요즘 만나는 사람, 지금 읽고 있는 책을 보라고 한다. 겉으로 나타나는 일상적인 면들이 성격을 드러내는 것이기에 일정 부분의 외양으로 실체를 유추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가정이 옳다면 내가 읽는 심리학 분야의 책들은 나의 어떤 면을 보여주는 걸까.

심리학이 어린 시절을 말하다, 다중인격의 심리학, 꿈의 심리학, 스눕, 인간의 두 얼굴, 콤플렉스 카페, 최근 들어 부쩍 관심이 쏠리는 책들이다. 나이 들어감에 따라 ’나’라는 존재에 대해 의구심이 생기곤 한다. 제대로 살고 있는 건지에 자신감이 결여될 때가 있다. 정체성의 혼란과 이런저런 불안감들이 심리학에 관한 책을 들치게 만든다. 끝을 알 수 없는 인간심리의 세계, 가느다란 실마리라도 찾고 싶은 바람으로 심리학 책을 읽게 된다. 

콤플렉스에 관한 이 책은 잠재된 자아의 또 다른 모습에 대해 다루고 있다. 저자 가와이 하야오는 일본 심리학계에 융의 분석심리학을 맨 처음 도입한 학자로 그 분야의 일인자라고 한다. 같은 동양인의 눈으로 보는 서양심리학은 어떻게 조명 되는지 궁금했는데 심리학의 난해함을 완곡하게 풀어 말하는 점에서 이해하기가 편했다. 전반적인 내용은 융의 학설을 기초로 콤플렉스의 개념과 사례를 설명하고 있다. 콤플렉스의 개념을 제일 먼저 명확하게 규정한 사람은 칼 G, 융이다. 그의 정의에 의하면 콤플렉스는 ’여러 가지로 물든 감정의 덩어리’로 ’넓은 의미에서 일종의 열등성이지만, 그와 동시에 위대한 노력을 자극하는 것이며, 어쩌면 새로운 일을 해낼 가능성의 실마리’라며 긍정적인 면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콤플렉스의 존재를 알 수 있는 예는 어떤 것이 있는가. 생각지 못한 말 실수나 잘 아는 누군가의 이름이 떠오르지 않는 일, 저 사람 앞에 서면 괜히 초조하다든가 어쩐지 누구는 싫다라는 감정, 이런 예들이 우리 안에 있는 콤플렉스의 존재를 보여주는 현상이다. 보통 콤플렉스 하면 열등감과 같은 뜻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뭔가에 열등하다는 것, 그 열등감을 인식하는 것과 열등감 콤플렉스는 다르다. 콤플렉스라고 부르는 이상, 그것은 감정으로 물들어 있어야 한다. 감정의 얽힘이 없이 자신의 열등성을 인식하는 것은 오히려 콤플렉스를 극복한 모습이다. 사실을 인정하면 극복하고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콤플렉스는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이중인격, 도플갱어, 열등감 콤플렉스, 마음의 상보성 등은 잠재된 콤플렉스와의 대결에서 자아가 밀려난 상황일 때 또 하나의 자아가 나타나는 현상들이다. 콤플렉스의 병리적인 현상은 힘의 균형이 깨져 버렸을 때 일어난다. 노이로제의 일종인 히스테리, 정신쇠약, 공포증, 억울신경증, 불안신경증, 강박신경증, 기관신경증 등의 경우다. 우리의 삶이 언제나 콤플렉스와의 대결 구도에서 자아를 확대해 가는 것이라면 정상인이라도 어떤 시기에 일시적으로 신경증에 빠지는 건 당연한 일이다. 증상이 장기간에 걸쳐 고정되어 있는 경우가 문제다. 

“콤플렉스를 갖는다는 것은 단지 뭔가 양립하기 힘든, 동화되어 있지 않은, 갈등을 일으키는 것이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할 뿐이다. - 아마도 그것은 장애일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위대한 노력을 자극하는 것이며, 그러므로 어쩌면 새로운 일을 해낼 가능성의 실마리이기도 할 것이다.” <칼 G. 융[혼의 탐구자로서의 근대인]에서>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다. 누구라도 숙명적으로 콤플렉스를 안고 사는 것이라면 피하지 말고 인정하며, 당당하게 맞서 내성을 기르고 이겨 내는 것이 옳지 않을까.

콤플렉스를 해소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대결에서 이기는 것이다. 말썽꾸러기 트릭스터의 힘을 빌어 갈등을 야기시키고 해결의 길을 모색한다. 대결하고 감정을 폭발시키고 갈등을 해소하는 길은 쉽지 않다. 그러나 충돌하지 않고 피한다면 이겨 낼 길은 없다. 
무의식에 잠재된 콤플렉스는 꿈의 상징체계를  통해 드러나기도 한다. 꿈과 콤플렉스를 다루는 장은 프로이트의 꿈의 심리학과 중첩되는 부분이 많다. 이유없는 꿈은 없다란 생각이 드는 대목이다.

인류의 원형으로의 콤플렉스에 아니마와 아니무스가 있다. 남성의 마음에 내재된 여성상의 원형인 아니마, 여성에 내재된 남성상의 원형인 아니무스, 이 둘은 콤플렉스의 오랜 역사를 말해 준다. 콤플렉스엔 어두운 면만 존재하는 건 아니다. 외형으로 드러나지 못하는 감춰진 자아는 상황에 따라 또 다른 저력과 가능성을 열어 보이기도 한다.   

우리의 의식은 자아를 중심으로 어느 정도 통합성을 갖는다. 반면에 극단적인 콤플렉스는 자아를 위협하는 것으로 작용한다. 위협하는 것에 대한 자아의 다양한 대처 방법은 이중인격, 도플겡어, 열등감, 마음의 상보성으로 나타난다. 이 같은 대결과정을 통해 콤플렉스의 내용은 자아에 통합되어 간다. 

칼 G, 융은 ’콤플렉스는 심적 생명의 초점이자 결절점이다’라고 말한다. 콤플렉스는 무조건 거부하거나 회피할 대상이 아님에도 우리는 숨기기에 급급하다. 하지만 외면하지 않는 대결과 재생을 통해서만 자아의 힘을 강하게 지킬 수 있다. 멀고도 먼 콤플렉스와의 긴 싸움, 콤플렉스의 탐색은 진정한 나를 만나는 과정이다. 억압하고 무시하기 보다 인정하고 평등하게 맞서 이기는 것이 나의 자아를 실현해 가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