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맛비가 세차게 내리다가 문득, 멈추었다가 다시 내리기를 반복하는 바람에 하던 일에 시선을 붙잡아 두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창문에 부딪는 빗소리에 귀가 먼저 열리고 빗줄기로 옅어진 밖의 풍경을 향하는 시선이 오히려 자연스러웠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마냥 게을러지는 마음을 다잡지 못한 채 하릴없이 커피만 마시게 됩니다.

 

이웃 블로거님의 추천도서인 다이안 세터필드의 장편소설 <열세번째 이야기>를 읽고 있습니다. 500페이지가 넘는 그야말로 '장편'인 셈이죠. 정해진 기한도 없이 느긋하게 읽기로 마음먹은 터라 언제쯤에나 다 읽게 될지 기약이 없습니다. 어쩌면 내년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지금은 읽는다는 게 중요하니까요. 책에는 이런 문장이 나오는군요.

 

"나는 숨죽인 듯 부드럽게, 규칙적으로 울려 퍼지는 빗소리를 듣기 위해 창문을 조금 열어두었다. 옷을 벗는 동안, 책을 읽는 동안, 그리고 잠을 자는 동안, 빗소리를 들었다. 꿈을 꾸는 동안에도 빗소리는 마치 주파수를 잘못 맞추어 밤새 켜놓은 라디오의 소음처럼,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와 낯선 선율들의 바탕에 깔린 희미한 백색 소음처럼, 내 꿈의 배경이 되어주었다." ('열세번째 이야기' 중에서)

 

국지성 호우를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강우량의 지역적 편차가 심한 모양입니다. 모쪼록 비로 인한 피해가 크지 않아야 할 텐데 말이죠.

 

뜬금없게도 오늘은 나사(NASA)가 보낸 목성 탐사선 주노가 목성의 궤도에 진입한 역사적인 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