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구분이 참 명쾌하다. 센스있는 그녀의 하루라니...
가을이네 어쩌네 하면서 한껏 우울한 기분을 즐기고 있는 나와,
그런 내가 그런 기분을 한껏 즐겨보려 쓰는 이 포스트와, 참 어울리지 않는다.
그러나 어쩌랴, 제목을 이렇게 지어놓으면 왠지 센스가 마구마구 넘쳐 흐를 것 같은 이 기분은.
어쨌거나, 본론으로.

아 더워더워 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아주 요란벅적지근하게 비가 내리더니, 그 뒤로 가을이 훌쩍 다가와 버렸다.
갑자기 시작된 추위로 감기를 앓는 이 있겠으나,
나는 병을 마음으로 앓기 시작했다.
가을이면 시작되는 우울병, 그리움병, 게으름병, 누워있고싶기병, 여행가고싶기병 등등등...

아무것도 하기 싫어지고, 그냥 누워만 있고싶고, 하늘만 보면 어디든 떠나고 싶고...
햇살이 좋든 말든 서늘한 날씨가 마음도 서늘하게 만들어 우울병과 그리움병이 생기나보다.
그러나, 화창하고 맑고 파랗고 높은 하늘과 하얗고 투명한 구름만 보면 그런 마음들 어느새 생기가 발광하여
그래 인생이란 원래 굴곡이 있어야 더욱 진국이 되는거지 하며 어두침침한 마음 잠시 거두기도 한다.

정말 가을이 왔다.
하늘은 높고 파랗고 투명하며, 하얀 뭉개구름이 뭉개뭉개 피어 올랐고,
서늘하여 발이 시렵기 시작해졌고, 여행이 가고 싶어졌고,
결정적인건 정말 외로와지고 말았다.

작년 가을에 라디오에서 이런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가을이 오면 이별하는 커플이 늘어나고, 새로 생기는 커플도 동시에 늘어난다는 것.
인생이란게 원래 만남과 이별의 반복이라지만, 참 우습다.
이별이라는 것도, 만남이라는 것도...
다시 만나기 위해 이별을 하기도 하고, 혹은 영원히 보지 않기 위해 이별하기도 하고,
만나고 싶지만, 만날 수 없도록 이별하기도 하고, 기다렸지만 결국 만남의 기회가 오지 않는 이별도 있고....

인생이라는 것이 원래 이렇게 사람을 괴롭게 하는것인가보다.
가을이라는건 원래 이렇게 사람을 우울하게 만들어 버리는 것인가보다.

한참 c사이트에 글 올리는 것을 좋아했었다. 사진도 글도 맘껏 올려댔던 때가 있었다.
내 깊은 속내까지 털어놓기도 했으나, 그것은 또한 쉽게 공개되기도 했었다.
그런 이유로 글을 적기가 께름직해질 즈음 n사이트 블로그를 애용하게 되었다.
어릴적부터 가장 친한 친구 한명만 아는 그곳은, 그런 이유로 또다시 버림받았다.
뭐 언론조작 어쩌고 하는 이유도 한 몫 했지만.
여기.. 북피니언. 여기는 아무도 모른다. 난 북피니언 친구도 없다.
그래서 더 흥미로웠다. 내가 무슨 글을 쓰든, 무슨 독후감을 쓰든 아무도 참견하지 않을 것만 같았다.

사실 북피니언을 시작한지는 좀 되었지만...
자유포스트는 오늘 처음 쓰는거고, 결정적으로 난 북피니언의 사용법을 아직 잘 모른다.
난 그야말로 인터넷세대고, 컴퓨터라면 어느정도 잘 다루는 사람이지만...
자아도취에 한번 빠져 보자면, 난 참 소녀적이고 감성이 풍부하다.
그래서 이런 글도 쓰게 되는거겠지. 허허...

친구들은 졸업 준비를 하고, 이미 취업하기도 하였으나
나는 또 다른 출발을 하기로 했다.
패기와 오기로 똘똘 뭉쳐서, 난 할 수 있기 때문에 꼭 해내고 말겠다고 다짐했던 것이 벌써.. 5달 전.
난 점점, 뒤로 물러서고 있다.
세상의 때를 잔뜩 묻힌 어른이 되었기 때문에... 난 언젠가는 모든걸 포기하고 세상과 타협하고 말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면, 정말 아무것도 하고싶지 않다.

과연 인생이라는 것이, 삶이라는 것이, 나를 어딘가로 데려다 줄 수 있는걸까 생각하면
그야말로 멍충이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그건 말도 안된다고, 삶이 나를 데려가는게 아니라 내가 삶을 이끌어가는거라고 마음으로 크게 말하지만,
결국 난 그래도 제자리다...

에- 난 아직 젊으니까- 기회는 많으니까.. 라고 말하는것도 이젠 지겹다.
정말 새로운 나를 발견해야 하는데.
세상 많고 많은 일 중에 내가 정말 잘 할 수 있는게 뭔지 모르겠다.
남들이 사는 것 처럼 평범하게 살기는 싫었는데. 어쩌다 보니 이렇게 살아졌고, 그러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됐다.

난.. 내게 주어진, 지난 스물세해를 제대로 살았을까.

조만간에. 어딘가로 떠나야 하겠다. 나를 찾는 여행이랄까..
지금은 자아찾기 휴식기간. 벌써 여러달을 자아찾기에 힘썼지만, 아직도 나는 내 자아를 찾지 못했기 때문에.

봉순이언니라는 책을 읽었다, 고등학교 1학년때.
참 휘황찬란하게 역경을 딛고 일어서고 또 힘든 일에 부딪히지만...
관찰자는 우연히 보게 된 봉순이언니의 눈에서 또 다른 희망을 읽어낸다는 결말.
결말이 참 인상깊었다.
나는 봉순이언니만큼 고생하지 않았지만, 내 눈에 또 다른 희망을 품고 살아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