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다자이 오사무>는 비극명사다. 하지만, 소설 <인간실격>은 희극명사다.

소설 속 <요조>를 어설프게 흉내낸 치기어린 문장이지만, 이것이 책을 읽은 나의 솔직한 감정이다.
작가는 나약함, 두려움, 좌절, 방황 같은 단어들의 언저리에 있는 비극이다. 하지만, 한 인간의 고백록으로서 독자로 하여금 자신의 젊음을 정제할 수 있게 해주는 인간실격이란 소설은 희극이다.

어설픈 주관으로 희극이란 꼬리표를 달았지만, 소설의 내용은 처참할 정도로 비극적이다.
주인공 요조는 인간이 탐구할 수 있는 바닥이 어디일까를 궁금하게 할 정도로 침잠해 가는 인간이다. 두려움과 공포, 역겨움, 타락 같은 듣기만 해도 우울해지는 단어들의 옷을 입은 것이 요조다. 옷의 무게에 못이겨 끝없이 가라 앉는 그의 모습은 처참하다. 술에 절어 살고, 자살을 시도하고, 약에 중독되어 끝내는 광인으로 몰리는 지경에 이른다. 피폐해진 그가 세상에 남길 수 있는건, 눈 위에 큼직하게 그려진 새빨간 객혈 뿐이다.

인간실격. 하찮은 인간이라는 허울에서 마져 실격해 버린 요조의 모습은 뜨끈하게 가슴에 닿는다. 그 인물에 대한 묘사와 표현이, 작가의 자기분석과 자기고백을 통해 나왔다고 생각하면 더 절절해진다. 그 누가 자신을 이토록 핍박하고, 고통주며, 발가벗길 수 있을까? 또, 그런 과정을 통해 나온 사고의 산물을 이리도 담담하게 글로써 적어내려 갈 수 있을까?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조금씩 자신을 깎아내고 있다. 작품 속 주인공인 요조를 통해서 말이다. 유년기에서 성년으로 커가며 성장하는 인간이 아닌, 유년기로부터 성년에 이르는 기간 동안 인간으로서 자신을 조금씩 마모시켜 나가는 그의 모습은 그래서 더 아프다.
이야기 상에서는, <쓰네코>와의 자살 시도에서부터 그 속도가 빨라진다. <시즈코>에서 <요시코>로, 그리고 <약국부인>으로 그 관계가 옮아가며 속도를 붙인다. 이 과정에서 보여주는 타락의 묘사는 상당히 박력이 있는데, 이는 맥빠진 듯한 문체에 힘을 불어 넣어 요조의 타락을 더욱 부각시킨다.

부각된 타락의 절정에서 요조는 격리라는 또 다른 두려움을 맛본다. 그리고, 그 격리에서 풀려나 요양을 떠난 그에게 남은건 결국 체념이다. <지금 나에게는 행복도 불행도 없습니다. 모든 것은 그저 지나갑니다. - 134쪽>. 나약한 인간의 끝에 남은 체념이라는 동반자는 요조의 쓸쓸한 뒷모습과 함께 긴 여운을 남겨준다.

작가의 자전적 내용을 담았고, 죽음 직전에 쓴 소설로서, 작가의 생애를 알고 나면 더 섬뜩해 지는 소설이다. 해설자의 말처럼 나약하고 아름답고 슬프고 순수한 영혼을 가진 사람들의 대변자이자 구원으로서 이 책은 그 가치를 깊이 뿌리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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