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정의를 위한 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가? - 41 _ 스토리매니악

 

언제부턴가 부조리한 법집행에 대한 뉴스를 심심치 않게 접하게 됐다. 법의 준엄한 심판을 받아야 할 자들이 권력과 금력을 업고 솜방망이 처벌을 받거나, 사회적 약자들을 유린한 사회적 강자들에 대해 어처구니 없는 처벌로 공분을 일으키는 예가 비일비재하다. 법이 법으로서의 역할을 못하고, 사회 시스템이 약자들을 지켜주지 못하고 있다. 대체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저자는 이와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을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이라는 실제 사건을 모티프로 한 소설로서 들려주고 있다. '법'이라는 시스템이 사회적 약자에게 얼마나 불합리한지, 사회적 강자들에게는 어떤 관용을 베풀고 있는지, 그 무엇보다 공정해야 할 법 집행이 과연 정말 공정한가라는 문제의식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야기는 연쇄살인사건으로부터 시작한다. 사건 담당 형사인 <정태>와 <제훈>은 피해자들을 조사 하던 중 그들의 공통점을 발견하고,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에 주목한다. 주의를 요했음에도 그 사건에 가담했던 가해자들이 살해 되고 실종이 계속 된다. 정태와 제훈은 관련자들을 만나고 사건을 파헤쳐 가지만 범인 색출은 점점 미궁에 빠지고 만다. 이후 짐승 같은 저지른 가해자들을 처단하는 범인에 대한 이중적인 시선이 얽히면서 이야기는 전개된다.

 

이 사회가 안고 있는 어두운 면을 직설적으로 파헤치는 소설이다. 무너진 정의의 실현을 위해 살인을 행하는 범인을 처벌해야 하는가? 지금 이 사회에서 법은 정말 공정한 잣대를 가지고 있는가?..와 같은 무거운 이면의 이야기를 정면에서 들이댄다. 작가는 이전 작품들에서도 가볍지만은 않은 문제의식들을 이야기하곤 했는데, 이 작품에서는 그 문제의식이 더욱 또렷하게 보인다.

 

저자는 이를 이야기 자체를 무겁게 함으로써 말하지는 않고 있다. 범죄 미스터리 형식을 빌어 비교적 쉽게 읽히면서도 문장 안에 무거운 이야기를 얹어 놓고 있는 것이다. 긴박한 전개 속에 소설로서의 재미를 잡고, 거기에 우리가 다같이 고민해 보아야 하는 주제를 더한다. 독자로서는 이야기에 몰입할 수록 저자가 제기하는 문제들에 고민하게 되고, 소설 속 캐릭터들이 고민하는 바에 동화되어 간다. 속속들이 드러나는 충격적인 진실에는 같이 분노하고, 그 실체와 마주할 때는 탄식하게 되는, 꽤나 감정적인 움직임이 생생하게 느껴지는 소설이었다.

 

무엇보다 이야기 바탕에 깔린 사건이 '실화'라는데 충격을 받게 된다. 41명이라는 인간이길 거부한 놈들이 한 여중생을 놓고 벌이는 일들은 기가 막힌다. 거기에 더해 부모라는 작자들이 벌이는 더러운 짓들은 대체 그들 머리엔 뭐가 들었나 의심케 한다. 그런 짓들에 어우러져 법의 잣대를 지들 멋대로 흔들어대는 법의 집행관들에는 더 이상 실소 조차 나오지 않는다. 이 책을 읽은 이들이라면 나와 같은 감정을 느끼지 않을까 싶다. 더럽게도 불쾌하고, 머리 한쪽이 짜증스럽게 얽힌 느낌 말이다.

 

살인이라는 절대 있어서는 안 되는 폭력적인 행위가, 그러한 상식에서 벗어난 짓들을 하는 놈들을 처벌하는 수단이라는 점은 어떨까? 우리는 보통 '법'이 그 처벌을 해줄 것이라 믿는다. 하지만, 우리가 대면하는 법은 생각만큼 공정하지 않다. 약자들엔 그렇게 무섭고 엄격한 법이, 어째서 힘있는 자들에게는 그리도 관대한지.. 소설에서 범인은 공포와 고통으로 얼룩진 한 소녀를 지켜주지 못한 법을 대신해 처벌을 내린다. 과연 살인을 통한 복수는 정당한 것인가? 도덕과 비도덕을 오가며 무엇이 정당한 판단인지 혼란스러워진다. 범인이 잡히지 않기를 그래서 모든 가해자들에게 처벌을 내려주기를 바라는 사람들과, 감정적으로는 동조하면서도 그래도 살인은 법으로 처벌되어야 한다는 정태의 모습이 우리의 모습을 대변하는 것만 같다.

 

상식과 정의가 통하지 않는 사회라면, 무엇을 판단 기준으로 삼아야 할지, 풀리지 않는 매듭에 답답해진다. 저자 또한 비슷한 감정이 아니었을까 싶다. 우리 사회에서 한번쯤은 깊이 고민해봐야 할 내용들을 이야기로 잘 풀어 놓은 것 같다. 무겁지 않게 소설이라는 형식을 통해 이 사회가 안고 있는 시스템의 문제들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어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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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책, 41, 이재익, 네오픽션, 스토리매니악